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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해체하는 것이 최선인가.”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8, 2007

인터뷰 / 정승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아래는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정승일 부연구위원과 일문일답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불법을 두둔할 생각이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고 이 회장 일가의 부정과 무관하게 여전히 그룹경영체제의 장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삼성 비자금 사건은 재벌 체제의 문제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대타협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은 당연히 법적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은 그룹경영체제의 장점을 인정하자는 거다. 불법은 엄연한 불법이고 처벌은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런 문제와 별개로 삼성을 해체하는 것이 최선이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사회적 대타협 논쟁은 국가 비전과 기업 전략의 문제다. 앞뒤 맥락을 다 떼고 재벌 편들기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 결국 핵심은 삼성의 상속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다. 과거 재벌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대가로 타협을 끌어내자고 주장했는데.
“만약 상속세를 제대로 낼 경우 삼성의 순환출자구조는 끊어지고 삼성 계열사들은 주인없는 회사로 흩어지게 된다. 과거 SK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고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더라도 주주자본주의의 지배를 받게 되는 걸 피할 수 없다. 여기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거다. 만약 이 회장 부자가 상속세를 제대로 내면 50%의 지분을 국세청이 넘겨받게 된다. 국세청이 대주주가 될 수는 없는 거고 이 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삼성을 사회적으로 소유하자는 이야기인가.
“이 회장 일가에게 타협을 끌어낼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 회장은 감옥에 가셔야겠지만 이재용 전무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그룹경영체제를 존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를테면 국세청이 받게 될 지분을 공익법인이 소유하게 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이 회장 일가의 소유권은 박탈하되 경영권은 남겨두자는 거다. 그룹경영체제의 장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자는 이야기다.”

– 비자금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재벌체제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크다.
“김상조 교수 등도 주장하지만 그래서 기업집단법을 만들고 재벌 체제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권리와 함께 책임을 부여하자는 거다. 삼성그룹을 봐라. 현실적으로 모든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정작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은 법적 실체가 없다.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이 생기는 것 아닌가. 우리가 재벌을 버리고 갈 수 없다면 재벌의 성과를 인정하고 잘못했을 때는 법적인 책임도 묻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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