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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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서 시계를 보려던 나는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시계를 들여다봤지만 시계에 시계바늘이 없었다. 몇 시일까.

나는 꿈을 꾸면서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 꿈은 완벽하게 내 통제 아래 있다. 만약 내가 마음먹은 대로 꿈을 꿀 수 있다면 지금은 몇 시일까. 꿈속에서 나는 시간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몇 시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는 꿈과 현실의 경계, 무의식의 영역에서 막 의식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나는 이제 곧 잠에서 깨어날 것이고 바로 지금, 꿈속의 시공간이 현실의 시공간과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엎드려서 잠든 때가 언제더라.

나는 다시 시계를 들여다봤고 시계바늘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4시 반? 아니, 3시 반? 나는 3시28분으로 하기로 결정했고 시계바늘이 3시28분 40초를 지나는 걸 지켜보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노트북의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3시28분이었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30초 남짓한 꿈이었지만 꿈에서 나는 내가 깨어나는 시간을 예견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예견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런데 아침 출근길에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게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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