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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풀어보는 휘발유 가격의 진실.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29, 2007

그동안 정유회사들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 이상으로 휘발유 가격을 올려왔다. 정유회사들이 해마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언론은 정유회사들의 폭리구조는 문제 삼지 않고 정부에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주문만 반복해 왔다.

업계 1위 SK의 사업보고서를 기초로 국내 정유회사들의 폭리구조를 살펴본다. 이해가 어려우면 건너뛰고 맨 아래 표와 그래프만 살펴봐도 좋다.


소비자가격 19.2% 오르는 동안 세금은 2.5%, 정제마진은 35.5% 올라.

SK의 경우 올해 상반기 휘발유 부문 매출액이 1185만 배럴에 9440억 원에 이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배럴 평균 단가를 계산해보면 7만9660원이다. 1배럴은 42갤런, 리터로 환산하면 158.9리터다. SK의 올해 상반기 휘발유 공장 출하가격을 리터 기준으로 환산하면 501.32원이 된다.

유류세는 교통세와 교육세, 주행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있다. 교통세는 정액으로 505원, 교육세는 교통세의 15%인 75.75원, 주행세는 교통세의 32.5%인 164.125원이 된다. 부가가치세는 공장 출하가격과 세금을 모두 더한 가격, 1246.16원의 10%인 124.6원. 결국 최종 소비자 가격은 1370.8원이 된다.

다시 정리하면 1370.8원 가운데 공장 출하가격이 501.3원, 세금이 869.5원이라는 이야기다. 세금 비율이 63.4%에 이른다. 3위 에쓰오일의 사례를 놓고 계산해 봐도 이 비율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아래 그래프에서 파란색 선(좌축)은 원유 가격, 빨간색 선(우축)은 정제마진이다. 각각 1리터 기준이다. 원유가격이 뛰어오르면 정제마진도 덩달아 오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언론이 국제유가 급등에 맞춰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처럼 소비자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유류세, 소비자 가격의 추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01년 기준으로 원유가격은 1배럴에 23.61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60.23달러로 155.1%나 올랐다. 물론 이 기간 동안 환율이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기준환율은 1290.83원에서 929.6원으로 38.9% 낮아졌다. 원유가격을 원화로 계산하면 3만476.5원에서 5만5989.9원으로 83.7% 올랐다. 같은 기간 휘발유 공장 출하가격도 1배럴에 4만7973.3원에서 7만9659.8원으로 66.1% 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정제 마진의 추이다. 원화환산 원유가격과 공장 출하가격과 차이를 계산하면 정제마진은 2001년 1만7496.8원에서 올해 상반기 2만3670원까지 35.3% 가까이 뛰어올랐다. 주유소 마진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리터 기준으로 환산해 다시 정리하면 이해가 쉽다. 원유가격은 1리터에 191.8원에서 352.4원으로 83.7% 올랐고 정제마진은 110.1원에서 149.0원으로 35.3% 올랐다.

세금은 2001년 848.4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869.5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국제유가가 뛰어오르는 추세에 맞춰 정유회사들이 정제마진을 늘려왔다는 이야기다. 언론은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지만 사실 휘발유의 경우 유류세는 큰 차이가 없다.

2001년과 비교하면 원유가격이 83.7% 올랐고 소비자 가격은 19.2% 올랐다. 정제마진은 35.3% 올랐지만 세금은 2.5% 오르는데 그쳤다.

상황은 다른 정유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휘발유 뿐만 아니라 경유나 등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래 그래프는 서울증권이 분석한 국내 4대 정유회사들 정제마진 추이다.

공정위는 올해 2월, SK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개 정유회사들이 2004년 4월부터 2개월 동안 담합한 정황을 적발하고 52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유가 인상폭이 20원에 그친 반면 휘발유 가격을 40원, 등유는 70원, 경유는 60원씩 올려받았다.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는 2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런 담합이 지난 10여 년 가까이 계속돼 왔다는 사실이다. 정유회사들은 해마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시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보다는 기업들 주장을 따라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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