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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부와 타협으로 캐낸 더러운 천연가스.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30, 2007

버마(미얀마)에는 5100억㎥의 가스와 32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버마에 무기를 팔고 이 나라에서 천연자원을 채굴하는 권리를 얻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버마 군사정부의 인권유린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정식 의제로 채택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미국은 1997년부터 버마에 경제적 제재를 확대하고 있고 EU 역시 버마 군사정부 고위 간부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문제는 버마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방과 교역이 단절된 상태라 경제제재가 큰 효과가 없다는 것. 버마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70달러 수준. 경제제재 조치 이후 달러 공급이 부족해 공식 환율은 달러당 6.5차트(버마 화폐단위) 정도지만 암시장에선 1200차트를 웃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세금으로 국민들은 고통 받고 있는데 버마 군부는 천연자원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경제 봉쇄된 미얀마 군부, 중국에 천연가스 수출로 체제 유지.

중국 정부는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 여론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중국 입장에서는 버마의 방대한 천연자원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에게 버마는 천연자원의 창고나 마찬가지다. 서방의 경제제재 이후 버마 군부는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고 중국은 버마의 종속을 기꺼이 즐겼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창고를 잃는 것이 두려울 뿐만 아니라 버마의 민주주의 열풍이 중국에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런 어정쩡하고 다분히 이중적인 태도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외교부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화와 국가발전을 이룩해 나가기를 강력히 기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외교부는 마웅저 등 버마 난민들을 여전히 불법체류자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버마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버마 군부에 무기를 팔고 천연자원을 채굴할 권리를 얻어왔다. 대우인터내셔널 같은 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 같은 공기업까지 관여돼 있다.

무기 팔고 천연가스 채굴하고… 우리나라도 중국과 다르지 않아.

대우인터내셔널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5㎜ 곡사포용 폭탄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서 입수한 포탄과 부품도면을 이용해 일부 포탄 부품 등을 시험 생산하는 등 기술도 이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에서 개발하고 있는 가스전의 가채매장량은 4.53~7.74TCF로 최종 확정됐다. 판매단가를 5.5달러/mmBTU로 잡고 사업투자비 8000억원, 연간 생산량 3850억CF로 잡을 경우, 대우인터내셔널 가스전의 투자가치는 4580억원에 이른다. (1mmBTU는 대략 1000CF)

주목할 부분은 이 사업비 가운데 얼마가 버마 군부에 흘러 들어가느냐다. 대우인터내셔널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미래에셋증권 하상민 연구원에 따르면 생산물 분배계약(Sharing Contract)은 광물권의 소유가 광물이 속한 나라에 있으며 사업자는 광물 탐사, 개발, 생산 등에 투자한 모든 자본비용을 회수한 후 잔여 잉여분량에 대해 분배하는 계약이다.

하 연구원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 군부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로열티는 10%로 추정된다. 여기에 버마 군부의 지분이 65%, 나머지 35%를 다시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60%와 10%씩 나누고 나머지 30%는 인도석유공사와 인도가스공사의 몫이다.

이 가스전의 가치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이 가스전에서 기대되는 수익은 매장량 6TCF 곱하기 4달러/1000CF = 240억달러가 된다. 매장량과 가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여기에서 버마 군부가 가져갈 로열티는 10%인 24억달러. 가스전의 수명을 20년으로 잡고 로열티와 투자비용을 제외하면 해마다 4억8천만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여기에서 다시 버마 군부의 몫은 60%인 3억1200만달러. 버마 군부에게 돌아갈 몫은 모두 86억4천만달러가 된다. 이 나라 국내총생산보다 많은 규모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버마 군부를 비난하고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을 노리고 버마 군부와 결탁하고 있다. 심지어 무기제조 공장까지 팔아넘기면서 군부의 환심을 샀다는 추악한 이면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세계적인 자원전쟁의 시대,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버마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팔려갈 가능성이 크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버마 사업이 국내 천연자원 수급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방관하는 우리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공범.

더 중요한 것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가 자산관리공사라는 사실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공적자금 회수가 얽혀있는 사안이고 또 다른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도 지분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버마 사태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천연가스에 눈이 먼 민간기업과 공기업들, 그리고 이를 방관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버마 사태의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 그들의 추악한 결탁이 버마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버마 가스 개발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버마 군부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경제제재에 동참해야 한다.

미얀마? 버마?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미얀마는 1962년부터 1988년까지 느윈 군부 치하에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의 열망도 잠깐. 두달 만에 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1990년 5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8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다시 군부 쿠데타로 군정이 시작됐다. 군정의 역사가 무려 60여년에 이르는 셈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아웅산 수지는 12년 넘게 가택연금 상태다.

최근 미얀마 사태는 빈곤과 부패에 지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9월27일 시위에서는 군대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일본인 사진기자를 포함,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에 참여한 승려와 시민들이 무려 10만명. 승려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군대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미얀마의 원래 이름은 버마다. 미얀마는 군부가 바꾼 이름이다. 수도 양곤 역시 랑군에서 바뀐 이름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군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나라이름을 아직도 버마라고 부른다. 경향신문은 공식적인 명칭을 버마로 통일했다. 이 글에서도 버마로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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