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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 용산 역세권 개발, 삼성물산에 넘어가나.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12, 2007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사업… 대형 건설사들 담합해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도.

사업규모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가 될 이 사업이 제대로 경쟁도 거치지 않고 대기업들 나눠 먹기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건설사들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주고 부동산 가격 인상을 가져왔던 과거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동부이촌동 일대 56만6800㎡에 걸쳐 국제업무시설과 상업시설, 주거시설, 문화시설 등을 세우는 사업이다. 국제업무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주거시설 등이 세워진다. 지난해 12월 사업계획보다 부지 면적이 나면서 사업규모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계 3위가 될 높이 620미터의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코레일(옛 철도공사)은 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자를 공개 공모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접수는 10월30일까지, 사업자 선정은 11월2일로 예정돼 있다. 선정된 사업자는 코레일과 서울시가 공동출자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참여해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2009년 12월까지 인가를 마치고 2010년 1월 착공해 10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업자 선정방식이다. 코레일이 발표한 사업자 공모지침을 보면 시공능력 기준으로 상위 5위 건설사들은 2개사 이내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은 지난해 말 1차 공고 때 5위 건설사 가운데 3개사로 제한한데서 완화된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든 규정인데 이 규정이 오히려 건설사들의 담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위 5위 건설사들 가운데 삼성물산과 GS건설이 컨소시엄을 맺고 여기에 6위 이하 포스코건설과 SK건설, 롯데건설, 금호산업 등이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위 건설사 가운데 대우건설의 경우 관계사인 금호산업을 통해 시공물량을 확보 가능하다는 걸 감안하면 10위 건설사 가운데 7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이 컨소시엄에 들어가지 못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이 따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지만 애초에 경쟁조차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런 조건이라면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따내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코레일은 사업자 공모지침에 사업자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사실상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내고 “로비력과 조직력이 뛰어난 건설사들끼리 담합해 사업권 경쟁자를 2개 이내로 제한하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 행위라는 이야기다. 경실련은 또 “일반적으로 수천만원 공사조차 투명성을 고려해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단군 이래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이번 사업의 수의계약 조항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조덕현 간사는 “건설사는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경쟁을 통해 결정하면 되는 것으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건설사들에게 넘겨주는 잘못된 행태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간사는 “코레일이 이 사업의 성공을 바란다면 불투명하고 경쟁제한적인 공모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민자 사업을 핑계로 다른 반대급부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정병문 감사는 “상위 5위 건설사 가운데 2개사 이내로 제한한 규정을 10위 이내 2개사로 넓혀 건설사들 담합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소 3~4개 이상 컨소시엄이 경쟁하도록 유도해 공사비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 감사는 “건설사들을 사업자로 참여시키는 게 아니라 시행자가 주축이 돼서 사업 계획을 확정되고 난 뒤 공개 경쟁을 붙여 공사비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코레일이 이런 대형 사업의 시행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시행사들이 들러리를 서고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주도하는 관행이 뿌리가 깊다. 그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입주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역시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코레일의 입장은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영철 기획팀장은 “담합을 막는다고 국내 업체들에게만 제한을 뒀다가 외국계 컨소시엄이 입찰을 따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코레일이 역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코레일은 설령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해서 입찰을 따 내더라도 더 이상의 제한을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팀장은 “다른 대형 사업에서도 이런 식의 제한을 둔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8월 초로 예정됐다가 10월로 연기된 마포구 상암 랜드마크 사업 입찰의 경우도 상위 7위 건설사 가운데 6개 업체가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애초에 경쟁이 안 되는 구도라는 이야기다. 담합이 명백한데도 시행사 쪽에서는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물며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이런 사업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사업이다. 코레일에 좀 더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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