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문, 아이들에게 읽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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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이 발행하는 고교생 논술 주간지 ‘생글생글’의 발행부수가 33만부를 넘어섰다. 2005년 6월에 창간, 최근 113호를 펴낸 생글생글은 타블로이드판으로 매주 24면 발행된다. 일선 학교의 교사가 신청하면 신청부수만큼 매주 월요일 무료로 배송해주는데 전국에 걸쳐 1200여개 고등학교, 일부 중학교와 학원을 합쳐 1300여개 학교가 이를 받아보고 있다.

33만부면 주요 일간지와 무가지를 제외한 국내 매체 가운데서는 최대 발행 부수다. 고교생들에게 시장 경제를 널리 알리고 논리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창간 목표다. 광고도 거의 없이 연간 10억원대의 비용이 들지만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미래의 독자들에게 투자를 한다는 전략도 있다.

생글생글의 편집인을 맡고 있는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정규제 소장을 만났다.

– 주마다 33만부를 찍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겠다.
” 기업들 협찬을 받고 일부 개인이 협찬하는 경우도 있다. 자체적으로 논술 경시대회를 하거나 수익사업이 약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익사업이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게 목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을 한경의 독자들로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민사고에서는 전교생이 수업시간에 생글생글을 읽는다. 안산 동산고나 대구 경원고, 서울 용화여고, 세화여고 등은 아침 독서시간에 담임 교사의 지도 아래 생글생글을 읽는다. 서울의 대원외고와 명덕외고, 한영고 등에서는 모의고사 시험에 생글생글 기사를 지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 학생들에게 시장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는 비판도 있다.
” 경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일부 교사들을 보면 정치적 슬로건을 시대 이념인 것처럼 착각하고 가르친다. 편향된 의식을 합리적인 사고로 바꾸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시장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가 있나. 시장 중심의 이데올로기가 반인간적이고 가난한 사람을 차별한다고 보는 건 시장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봐라. 북한처럼 가자는 거냐. 가난한 나라에서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느냐. 인권을 보호하고 계급을 보호하는 체제가 바로 시장이다. 시장 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모른다는 증거다. 시장에서 쌓아놓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환경을 신경 쓸 수 있는 것이다.”

– 전경련에서도 경제 교과서를 새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다. 고교 경제 교과서에 문제가 많다고 보나.
” 지금 쓰고 있는 경제 교과서가 워낙 엉터리다. 우리는 멘큐와 버냉키 교재를 기초로 한다. 보편적인 경제 원리를 가르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돕는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 가치 판단으로 만들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것이다. 생글생글에서는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한다. 흔히 시장주의자가 기득권을 옹호한다고 착각하는데 시장이야말로 이타적인 시스템이다. 열심히 일해야 리턴이 있는 것이고 리턴이 있어야 나눌 수도 있다. 그런 걸 보장하는 게 시장이다. 시장이 있어야 진보도 있는 것이다.”

–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졸업하고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생글생글에는 기업 경영자의 관점에서 쓰인 기사가 많은 것 같다.
” 우리는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관점에서 노조를 비판한다. 사실 현대차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오염돼 있다. 이번에도 임금을 왕창 올려 줬는데 자동차 가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대로다. 그 부담은 어디로 가나. 결국 하청업체들이 지게 된다. 그런 식의 노동운동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인건비는 결국 국제 시장에서 정해주는 것이다. 임금을 더 받겠다고 떼를 쓰면 하청업체들만 죽어난다. 강성 노조가 보틀 넥(병목)을 장악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비정상적인 파워를 갖게 됐다. 학생들도 이런 사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사는 누가 쓰나. 일간지 신문 기사와 많이 다를텐데.
“내부적으로 스탭이 5명 있고 기획회의를 통해 원고를 청탁한다. 한경 기자들이 많이 쓰는데 들어온 원고들이 논술 교재로 쓰기에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리라이팅을 많이 해야 한다. 이런 작업들이 쉽지는 않다.”

– 발행부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 찍을 계획인가.
” 전국에 고교생이 150만명이다. 사실 모든 고교생이 생글생글을 읽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적 수준을 감안하면 상위 10%에서 20%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33만부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 20만부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에 오른 독자의 댓글을 옮겨옵니다.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생글생글은 우리학교에 무료로 들어오는 신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다는 상식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종종 등장하는 친시장적, 친재벌적, 친FTA적 기사를 읽으며 추측만 하다가, 이 기사를 읽고 나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기사를 보니 생글생글 발행이 공익사업이라고 하면서, 일부 교사들이 경제를 잘 모른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러나 경제적 행동은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경제지가 공익사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적인 이야기이죠. 따라서 일부교사들이 경제를 정치적으로 오판한다는 비판을 하는 것과 모순된 진술입니다.

올해 3월 말쯤에 발행된 생글생글 2면 아래를 보니 후원하는 사람의 명단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회사의 회장, 모 재벌그룹 등이었습니다. 3면에는 모 재벌 창업자의 어록까지 인용하며 FTA를 찬성하는 글이 가득 실렸습니다.

생글생글은 시민전체의 공익을 추구하는 신문이 아니라 기업가의 사익을 추구하는 신문입니다. 물론 사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익을 공익이라고 포장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가의 사익을 추구하는 신문이 수많은 학생들에게 읽히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노동자의 사익을 추구하는 신문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니 학생들이 편향된 생각을 가지게 되어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업가의 사익을 추구하는 신문은 기업가가 후원하고, 학교장이 허락합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사익을 추구하는 신문은 후원하는 기업가도 없고 허락하는 학교장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유럽사회를 보면 초등학생들이 이미 노사관계, 단체협상 등에 대해 공부하고 실습합니다. 갈등을 조절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60,70년대와 똑같이 일방적으로 노동자가 순종하고 참는 방법만 가르칩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끝없는 노사불신의 반복이지요.

생글생글을 학생들에게 읽지 말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신문은 기업가가 후원하는 경제지이기 때문에 내용이 친기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더불어 노동자가 후원하는 노동지를 학생들에게 동시에 읽혀서 균형 있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합니다. 기업가의 사익과 노동자의 사익 속에서 학생들이 조화로운 선택을 하게 지도하는 것이 진정한 공익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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