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작전 시나리오 이렇게 짠다.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30, 2002

작전 시나리오는 주로 ‘주포‘(작전주도세력)가 작성합니다.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을 언제 얼마나 사고, 언제 얼마나 팔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한참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데, 같은 ‘구미‘(조직)의 누군가가 배신을 하거나 다른 구미나 눈치빠른 기관투자가들이 매물을 쏟아내면 작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죠.

시나리오를 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너무 일방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의심받기 때문에 구미에서 돌아가면서 주식을 팔고 사는 일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주식을 10만원까지 끌어올린다고 했을 때, 3만원대까지 산 사람은 4∼6만원대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다시 8∼9만원대에서 되산 뒤 10만원선에서 동시에 터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주가는 10만원까지 수직 상승하지 않고 한두번 숨고르기를 하면서 그래프가 매우 멋지게 그려집니다.

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해 일반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될 무렵에 포섭한 애널리스트에게 매수추천 보고서를 내게 합니다. 또한 액면분할이나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추진, 그리고 외자유치나 유무상증자 계획같은 호재성 루머를 만들어 증시에 뿌립니다.

한두 차례 출렁거리다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일반투자자들이 가세하면 작전세 력들은 본격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이미 불이 붙었기 때문에 주가는 떨어지지 않고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물량정리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기미를 보이면 구미들은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상승세를 끌고 나가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금능력이 여의치 않으면 자전거래를 하거나 기관을 끌어들이기도 하면서 주가와 거래량을 늘려나갑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생각만큼 모이지 않거나, 주가가 당초 계획대로 오르지 않을 때는 펀드매니저를 동원합니다.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마지막 단계에서 털지 못한 물량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받아주는 것입니다.

펀드매니저의 협조를 얻어 매집했던 물량을 무난히 털고 나면 이익분배를 합니다. 이 과정을 설거지라고 부릅니다. 설거지가 끝나면 폭등했던 주가는 폭락하고 뒤늦게 부나비처럼 뛰어들어 상투를 잡았던 선량한 투자자들은 주가가 반토막 세토막 나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작전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의 매매심리와 금융감독원 조사 및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모두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짠다고 해도 평상시에 거의 움직이지 않던 종목이 갑자기 활기를 띠면서 주가가 오르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작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주포와 구미의 손길이 이들에게도 뻗쳐 있거나 조사 기간이 너무 길어 그 많은 작전을 모두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망가져 가는 시장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걸려드는 작전 세력이 많지 않습니다.

1단계 : 정보입수, 재료분석, 신뢰성 검토.
2단계 : 투자 종목의 선정.
3단계 : 작전 시나리오 구성.
3단계 : 1차 매집단계로 총알(투자자금)의 30% 정도 매집.
4단계 : 2차 매집단계로 정보를 본격적으로 유출하며 30% 정도의 추가 매집.
5단계 : 매도준비단계로 추가세력 유입, 이동평균선 벌리기.
6단계 : 매도준비단계로 일반인들의 매수세가 가담되며 분할 매도 시작.
7단계 ; 대량거래를 일으키며 물량 털어내기. 장중 급등락과 호가조정(호가공백과 대량매물깔아두기)으로 매도.

나눠먹기식 작전

가장 보편적인 작전이 다. A, B, C, D 세력이 있다면 이되면 A포의 물량을 B포가 받아주고, B포의 물량을 C포가 받아주고, C포의 물량을 D포가 받아 주는 형식으로 물량의 큰 변동이 없이 주가만 올린다. 양쪽에서 동시에 매수주문과 매도주문을 넣기 때문에 눈깜짝할 사이에 거래가 이뤄진다. 투자자들은 좀처럼 눈치를 채기 어렵다. 다만 매매창구를 살펴보면 여러 매매창구에서 규칙적으로 매수 매도가 번갈아 가면서 나타난다. 이때 잘 들여다보면 주포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다. 만약 어떤 창구에서 매도 18만주, 매수 22만주 주문이 나오면 물량을 사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매도 22만주, 매수 18만주 주문이 나오면 점차 물량을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도미노 작전

기업의 대주주들이 쓰는 작전이 다. 먼저 자신의 지분을 마구 내다팔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주가를 떨어뜨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론 플레이도 곁들인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회사에 뭔가 큰 악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한다. 주가가 떨어질만큼 떨어지면 대주주는 그동안 내다판 만큼 주식을 싸게 사들인다. 지분은 그대로 들고가면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물량떼기

정부의 정책을 미리 내다보고 쓰는 작전이다. 물량이 많은 대형주를 사들인 다음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고 주가가 뛰어오르면 마구 내다판다. 경기 변동이나 국제 정세, 정치권의 움직임을 내다보는 정확한 정보력이 있으면 단기적으로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오랜 격언을 한껏 활용하는 작전이다.

오재미작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안전하게 주식을 털어내는 작전이 다. A가 먼저 어떤 주식을 100만주 산다. 그리고 그때부터 날마다 500원씩을 더 붙여 1만주씩 내다판다. 그러면 B가 그 주식을 사들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매수자가 끼어들기 때문에 1만주를 다 받지는 못한다. 그렇게 B가 사들인 주식은 다시 C에게 넘어간다. 날마다 1만주씩 주고 받다보면 몇달 뒤 A는 100만주를 다 팔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주가는 꾸준히 오르게 되고 개인투자자들이 따라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100만주를 다 팔고 나면 B에게는 40만주 정도, C에게는 20만주 정도를 사게 된다. 나머지 40만주는 일반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시세차익을 얻는 작전이다.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