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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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너무 허술해보이는 작전이었어요. 우리 같으면 이런 작전을 할 때 만만한 펀드매니저를 몇사람 끌어들였을 겁니다. 돈 좀 찔러주면 자기네 펀드야 망가지건 말건 시키는 대로 말 잘듣는 얼치기 펀드매니저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런 펀드매니저가 끼어들면 설거지가 깔끔해집니다. 그래프도 예쁘게 나오고요. 그런데 이번에 델타정보통신을 가지고 논 사람들은 일을 너무 크게 벌린데다 성급했어요. 누울 자리도 안보고 발을 뻗은 거죠.”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번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금융감독원과 경찰의 용의선에 올라있는 사람이다. 작전 경력 8년, 이 바닥에서는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작전의 주도세력은 아니었지만 앞뒤 사정을 샅샅이 꿰고 있었다. 8월29일 오후, 그를 만난 곳은 여의도 증권가의 한 커피숍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음침했다.

작전하는 사람들은 사들인 물량을 털어내는 마지막 뒷처리를 설거지라고 부른다. 이번 델타정보통신 작전에 뛰어든 사람들은 설거지를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못했다. 전체 발행주식이 734만주밖에 안되는 회사의 주식을 500만주나 들고 작전을 벌이다 보니 정작 주가를 끌어 올려놓고도 내다팔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통은 이때쯤 뉴스든 뭐든 터뜨려서 주가를 또 한번 떠받쳐줘야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걸 빼먹었어요. 어떻게든 주가가 계속 뛰어오르고 개인투자자들이 따라 뛰어들어야 이익을 챙기고 빠져 나올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사람들은 너무 경솔하게 움직였어요. 아마 진짜 제대로 작전하는 사람들이 아닐 겁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서 설거지 당번을 맡은 사람은 방콕을 거쳐 스위스와 영국으로 도망갔다가 잡혀온 안수영씨다. 그는 근무하고 있던 대우증권에서 몇몇 투자신탁회사들의 계좌번호를 훔쳐냈다. 공교롭게도 현대투자신탁운용의 비밀번호가 ‘0000’이었다. 그는 손쉽게 패거리들이 들고 있던 델타정보통신 주식 500만주를 이 계좌에 팔아넘길 수 있었다. 모두 258억원어치였다.

결국 몇시간만에 뻔히 드러날 속임수였다. 난데없이 258억원이나 덤태기를 쓴 현대투자신탁운용이나 대우증권이 가만히 있겠는가. 영국까지 도망간 안씨는 금방 잡혀서 되돌아왔고 안씨와 그 패거리들도 굴비엮듯 줄줄이 걸려들었다. 이번 작전의 실패는 결국 설거지의 실패에서 비롯했다. 이들은 일을 너무 크게 벌렸고 그 뒷감당을 하지 못했다. 그래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찌감치 이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두번이나 하한가를 찍었고 그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좀더 가겠다 싶어서 단타를 치려고 들어갔더니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더라고요. 작전세력 가운데 몇몇이 배신을 때리고 먼저 털고 나간 거죠. 부랴부랴 서둘러 설거지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이번 델타정보통신의 작전은 너무 어설펐다. 이렇게 한달만에 주가를 세배로 끌어올리면 당연히 문제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보통 작전세 력들은 좀더 멀리 내다보고 신중하게 움직인다. 눈에 띄지 않을만큼 조금씩 오랜 시간을 두고 주식을 야금야금 사들이고 팔 때도 시장에 충격을 안주려고 신경을 쓴다. 펀드매니저를 설거지에 끌어들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기대를 낮춰잡으면 얼마든지 마음먹은대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만 먹고 빠져나오면 된다는 이야기다. 서슬퍼런 금융감독원도 이런 교묘하고 날렵한 주가조작을 모두 잡아내지는 못한다.

델타정보통신의 주가조작은 물위로 드러난 빙산의 한조각일 뿐이다.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작전세 력 손을 타지 않은데가 없다는 말은 결코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다만 드러나지 않고 잡히지 않을뿐이다. 이번 델타정보통신 사건 같은 경우는 일이 너무 커졌으니 다르겠지만 보통은 금융감독원에 불려가도 그냥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들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죠. 그 가격에 사고 싶어서 사고 팔고 싶어서 팔았다고 우깁니다. 증거가 없는데 금융감독원이라고 뭐 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작전하는 사람들치고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에 든든한 빽 하나 없는 사람은 없어요. 왠만큼 크게 먹지 않으면 그냥 다 넘어가게 돼 있어요.”

그래서 아예 총알받이를 두고 시작하기도 한다. 크게 집어삼키고 1~2년 감옥에 들어갈 셈으로 작전에 뛰어들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평생 먹고 살 돈이 생긴다면 기꺼이 총알받이가 돼도 좋다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은 어디에나 수두룩하다. 결국 작전 주도세력은 일찌감치 이익을 챙기고 뒤에 물러나 있고 작전 끝무렵에 뛰어든 잔챙이들이 총알받이로 나선다. 이번 델타정보통신의 작전에 뛰어든 안씨도 그런 총알받이 가운데 한명인 셈이다.

“이번에 드러난 사람들은 모두 총알받이들입니다. 작전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주도세력들은 일찌감치 뒤로 내빼고 없어요. 그 사람들은 벌써부터 다른 새로운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엄청나게 큰 사건이긴 하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돈을 벌었습니다. 총알받이들이 입만 열지 않으면 그 사람들에게는 성공한 주가조작인 셈이죠.”

정작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도 주도세력이 누군가 알지 못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작전이 드러났을 때 주도세력은 이미 빠져나간 뒤다. 늘 그렇듯이 결국 헛물을 켜는 건 귀 얇은 개인투자자들이다. 미친듯이 뛰어오르는 주가를 바라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앞뒤 안가리고 덤벼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델타정보통신의 주가가 마구 치솟고 있던 무렵 뚝심왕이라는 아이디를 쓴 사람이 팍스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어보자.

안녕하십니까. 뚝심왕입니다. 그간 많은 수익 올리시고 계신지요. 이렇게 메일을 올리는 건 강하게 추천드릴 종목이 하나 있어서입니다.

델타정보통신!

그간 300%의 상승률이 있었고 꾸준히 거래량이 터지고 있지만 엄청난 상승의 비밀이 숨어 있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알아본 바로는 소위 세력들은 4천원이 넘은 지금 가격대에서도 계속 자전을 돌리며 매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모한 가격대에서도 매집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목표가가 2만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임 대표이사가 엄청난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서 신규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관련된 방위산업 업체입니다. 이미 수출 물량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목표가를 2만원으로 보는 가장 큰 재료가 있는데 그건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 재료가 노출이 돼버리면 상승의 매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흔히 급등주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데 두려움입니다. 이렇게 추천하는 제가 이 종목을 들고 있기에 매도를 치기 위해 그러는것 아니냐 하는 의혹을 가지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개인적 사정으로 주식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결국은 각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일입니다. 델타정보통신은 주가 그래프와 거래량으로 보면 무척 겁나고 두려운 종목입니다. 두려운 분들은 구경만 하시고 용기있는 분들만 들어가 보십시오.

주가가 2만원을 넘고 하루 거래량이 1천만주를 넘어서면 그때는 매도를 해야할 시점일 것입니다. 승투를 빕니다.

뚝심왕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지환씨는 델타정보통신 이전에도 국영지엔엠과 대한뉴팜, 일성건설 등 몇건의 주가조작에 깊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사람이다. 이씨가 솔깃하게 들렸을 이 글을 게시판에 올린 때는 이번 작전이 한창 막바지에 이르던 무렵이었다. 주가가 이미 4천원을 넘어섰는데 그는 2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결국 주가는 5천원을 조금 넘었다가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때 게시판에 올렸던 그의 글은 지금 모두 지워지고 없다. 게시판 가득히 이씨를 비난하는 글만 가득 넘쳐날 뿐이다.

이씨가 이번 작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루머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이번 주가조작에 끌어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사람들이 작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렇게 귀 얇은 개인투자자들, 그것도 그래프만 보고 앞뒤 안가리고 뛰어드는 단기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팍스넷 동호회는 작전의 온상입니다. 동호회 회장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루머를 만들기도 하고 아예 돈을 받고 회원들 계좌를 관리해주기도 하죠. 그 계좌들이 모두 작전에 동원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돈을 제법 벌어주는 척 하다가 이번처럼 때가 되면 뒤통수를 치는 거죠.”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 그는 작전을 하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기껏해야 뒤늦게 따라붙어 작전을 거들다가 이번처럼 된통 물리기 쉽다. 펀드매니저들과 손을 잡고 일해온 그는 간접투자도 결코 믿을게 못된다고 말한다. 왠만하면 코스닥 기업들은 거들떠 보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도 주식투자를 하고 싶으면 철저하게 가치투자를 하세요. 망하지 않을 튼튼한 회사 주식을 사서 쳐다보지 말고 오래오래 묻어두라는 이야깁니다. 그것말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델타정보통신 사건에서 보듯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아직도 지저분한 작전판이다. 가뜩이나 요즘처럼 주가가 바닥없이 헤매고 있을 때는 작전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당신들에게 솔깃한 정보가 와닿을 때는 이미 작전이 모두 끝나갈 때다. 어디어디에 작전이 붙었다는 소문을 듣거든 차라리 귀를 막는게 낫다. 개미들이 작전에 따라들어가 돈을 벌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 전말

델타정보통신 주가조작 사건의 뒤에는 정래신씨가 있었다. 정씨는 지난 7월15일 처남인 임천무씨를 내세워 델타정보통신의 최대주주였던 이왕록씨와 김태주씨, 김청호씨의 지분 270만주를 인수하도록 했다. 전체 주식의 36.8%에 이른다. 이들은 이때 계약금으로 7억원을 주고 나머지 63억원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갚기로 했다. 그뒤 정씨는 다시 임씨의 지분을 장경묵씨에게 넘겼다. 임씨와 장씨는 이들 작전세력들에게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델타정보통신의 경영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회사를 통째로 사들여 주가를 띄운 다음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매매차익을 남길 생각이 아예 없었다는 이야기다.

정씨는 이 회사의 주가를 6500원까지 끌어올릴 목표로 지난 7월2일부터 작전에 들어갔다. 7월2일 1310원이었던 주가는 7월15일 2360원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작전세력들 가운데 몇몇이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면서 정씨의 작전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주가가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정씨는 주식담보 대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명동 사채업자들 돈을 끌어들여 주식을 사들였지만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8월22일 주가는 5460원까지 뛰어오른다. 주가도 주춤거리고 돈줄도 막히면서 정씨는 작전을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정씨는 대우증권 영업부 직원인 안수영씨를 끌어들인다. 6억원에 이르는 빚더미에 깔려있던 안씨는 기꺼이 주가조작에 뛰어들기로 한다. 안씨는 23일 아침 신촌의 PC방에서 현대투자신탁운용의 계좌를 훔쳐 델타정보통신 주식 500만주를 사들인다. 그리고 두시간 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탄다. 그러나 안씨는 스위스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국제경찰에게 잡혀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오게 된다.

주도세력인 정씨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런 모든 상황을 이들은 내다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적지않은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잡히지만 않는다면 이들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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