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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라는 신흥 사이비 종교.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20, 2007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선거 공약을 넘어 사이비 종교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은 “안 된다고 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면서 급기야 신경질을 부리기까지 했다. 이 전시장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의혹과 문제제기에 아무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믿고 따르라는 억지 주문을 외우고 있을 뿐이다.

참고 : 경부운하를 둘러싼 이명박의 일곱 가지 거짓말. (이정환닷컴)

이명박의 횡설수설 첫 번째.
운하 만들어도 식수원 문제없다더니.

이명박은 그동안 운하를 만들어도 한강이나 낙동강의 식수원 오염 문제는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 왔다. 5월 29일 한나라당 정책토론회에서는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은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히려 “강바닥의 쓰레기를 제거해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서 식수원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5월 30일부터는 난데없이 강변여과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수질이 나빠지더라도 강변여과수를 식수원으로 쓰면 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에서는 “한강 식수원을 팔당댐에서 양수리로 옮기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동안 호된 비판을 받았던 이중수로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문제는 이명박이 내놓은 모든 대안이 한달 남짓한 사이에 즉흥적으로 나왔다는데 있다.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한강과 낙동강의 물을 먹고 산다. 그런데 이명박은 운하를 만들어도 식수원이 오염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언젠가부터 은근슬쩍 접었다. 대신 강변여과수니 취수원 이전이니 하는 임기응변식 대안을 들고 나왔다.

강변여과수는 수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하루 1300만톤이나 되는 서울과 경기도 식수원을 조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양수리로 취수원을 옮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명박은 식수원 오염을 이미 기정사실화 했다. 강변여과수나 취수원 이전이 그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의 횡설수설 두 번째.
경제성 없다는 주장이 과연 국지적이고 작은 문제일까.

비용 대비 수익, 이른바 BC 계수가 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고 넘지 못하면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는 경부운하의 BC계수가 1은커녕 0.5도 안 된다는 결론이 대부분이었다. 이명박이 주장하는 산업파급 효과에 유지관리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명박은 이에 대해 아무런 설득력 있는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의 발언은 놀랍기만 하다. “유럽에서도 운하 만든다고 난리들입니다. 이래도 운하가 필요 없습니까. 반대하는 사람들 공부 좀 하고 반대했으면 좋겠습니다. BC가 어떻다, 생태가 어떻다, 매우 국지적이고 마이크로한 문제로 트집 잡고 들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경제성과 환경파괴 논란이 국지적이고 사소한 문제라는 그의 발상도 놀랍지만 반대하지도 말고 의심하지도 말고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그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은 더욱 놀랍다. 툭하면 국운융성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그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24시간만에 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피했다.

이명박은 이날 “학자들이 BC 비율을 놓고 여러 얘기를 하는데 누구 말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BC 계수 논란이 아직 학자들 사이의 주장일 뿐 어느 주장도 명백히 입증된 것이 아님을 시인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측의 주장을 무턱대고 믿고 따르라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명박의 횡설수설 세 번째.
일단 만들어 놓으면 물동량도 늘어난다고?

이명박은 대운하를 경부고속도로에 비유한다.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고 물동량이 없어서 부자들 자가용 타고 놀러다니는데나 쓸 거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는 이야기다. 경부운하도 지금은 반대가 많지만 2020년까지 지금보다 물동량이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고 이를 수용하려면 운하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운하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 왔던 문제지만 굳이 운하를 통하지 않고 남해안과 서해안을 돌아오는 연안해운과 비교해서도 결코 빠르지도 물류비용이 저렴하지도 않다. 물동량을 주장하기에 앞서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명박은 이에 대해 아무런 해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운하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비용이 15만원 밖에 안 된다는 이명박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도로운송은 48만9804원, 연안해운은 31만8438원이다. 그런데 이명박은 이 비용을 어떻게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인가. 물류비용을 충분히 줄이지 못한다면 물동량도 없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명박의 이날 발언은 그의 주장이 명확한 사실 판단보다는 막연한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비판적으로 보고 싶은 사람은 자꾸 수치가 내려가고, 잘 됐으면 하는 사람은 자꾸 올라갑니다.” 이명박은 한반도 대운하에 모든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에 대한 비판에 좀 더 명확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의 횡설수설 네 번째.
한강 모래를 중동까지 직접 가져다 팔겠다고?

건설비용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명박은 골재를 팔아 비용을 충당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박은 이날 “모래 뿐만 아니라 자갈도 내다팔 수 있다”며 “중동에 골재 수요가 많아서 난리이므로 안 팔리면 내가 중동에 갖다 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못 판다고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모래나 자갈의 경우 가격 대비 물류비용을 감안해 반경 100km를 넘어서면 경제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명박은 한강의 모래를 중동까지 싣고 가겠다고 한다. 이 경우 모래 가격 보다 물류비용이 훨씬 더 들게 된다. 현실 감각이 없거나 국민을 기만하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의 횡설수설 다섯 번째.
민감한 문제는 왜 답변을 피하는가.

이명박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피하고 있다. 최소 4년이라는 공사 기간 동안 한강과 낙동강의 식수원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준설할 때 오탁수가 생기지 않는 공법이 있다”고만 답했을 뿐 갑문과 수중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 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넘어갔다.

16조8천억원의 건설비용에 강변여과수 도입을 위한 비용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이나 부산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24시간만에 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피하거나 무작정 “할 수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긍정적인 질문을 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독극물을 실은 배가 침몰할 경우 수질 오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 나온 배는 전복되고 충돌돼도 오염물질이 흘러 나오지 않도록 완벽하게 만들어졌다”고 답변했고 “운하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며 “오히려 운하가 수질을 더욱 좋게 만든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국민 세금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등 믿을 수 없는 주장도 남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지난달까지 40만개라고 주장하다가 최근 들어 70만개로 늘어났다. 민자 유치의 적자 논란에 대해서도 “하면 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의 횡설수설 여섯 번째.
운하 만들면 상수원 규제도 풀어준다고?

가장 어처구니없는 발언은 운하를 만들고 나면 상수원 지역 규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명박은 “취수방식이 직접 취수에서 간접 취수로 바뀌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상수원 보호 규제는 상당부분 불필요하게 된다”며 “더 맑은 물을 공급하면서 점차적으로 규제를 풀어 지역 주민들의 숙원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상당부분 지역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다. 심지어 “대구와 광주를 세계로 열린 항구도시로 개발한다”는 믿을 수 없는 주장도 늘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항에서 자동차를 실은 배가 중국으로 대구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배가 일본으로 갈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명박의 횡설수설 일곱 번째.
보고서 조작 논란으로 핵심을 피하지 마라.

궁지에 몰리던 이명박은 최근 보고서 조작 사건으로 논점을 회피하고 있다. 진상은 명확히 밝혀져야겠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명박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경제성과 환경 문제 등 숱하게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보고서가 조작됐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대운하가 실현 불가능한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명박은 만신창이가 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를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포기하면 그의 정치 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치기 사이비 종교로 국민들을 현혹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명박은 더 늦기 전에 이 사상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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