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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홈페이지 활용도 분석.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9, 2007

대선주자들의 홈페이지만 봐도 대략 이들 지지세력의 맨 파워와 충성도, 넓게는 이들의 정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지지도 순으로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김근태, 정동영,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대선주자들의 홈페이지를 비교 분석해 본다. 참고로 나는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할 계획이며 내 정치적 성향은 이번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공식 홈페이지 MB플라자(www.mbplaza.net)는 일단 기본이 잘 돼 있다. 메인 화면 왼쪽에는 ‘오늘, MB는’이라는 창이 떠 있고 이 전 시장의 하루 일정과 함께 이 전 시장이 직접 쓰는 간단한 메모가 링크돼 있다.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진솔한 편지인 셈인데 업데이트는 뜸하다. 한 달에 두세 번이 고작이다.

이 전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는 ‘MB통신’이나 ‘사진 속 이야기’는 좀 더 업데이트가 잦다. 이 전 시장이 전방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족구시합을 벌였던 이야기는 생동감이 넘쳐나고 흥미진진하다. 동영상을 모아 만든 MB플라자방송국이라는 메뉴도 있다. 공식 일정이나 강연, 연설 뿐만 아니라 가수 비와 악수를 나누는 장면 등 호기심을 끌만한 동영상이 많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지지자들의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메뉴들이다. 왼쪽 아래 ‘MB파이팅’이라는 창에는 지지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뜨도록 돼 있다. ‘명박이 오빠 힘내세요’라는 문자메시지가 방금 막 떴다. 이 전 시장이 지지자들과 찍은 사진을 올려놓은 메뉴도 있다. 친절하게 ‘사진 찾아가세요’라는 배너가 첫 화면에 걸려 있다.

‘참여마당’이라는 카테고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열린 광장’이다. 최근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온다. ‘국민정책 제안센터’이라는 메뉴는 좀 더 전문적인 글이 올라온다. 그만큼 이 전 시장의 지지층이 탄탄하다는 증거다. ‘댓글모음’이라는 메뉴에서는 홈페이지의 모든 게시판에 달린 댓글을 따로 모아서 보여준다.

‘파워코리아’라는 메뉴에서는 이 전 시장의 정책과 비전이 알기 쉽게 설명돼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서는 지도와 함께 방문기, 사진과 동영상, 관련 기사들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3박4일에 걸친 한반도 대운하 탐사와 관련해서는 따로 블로그를 만들었을 정도다.

이 전 시장의 공식 팬클럽을 자처하는 명사랑(www.myungsarang.com)도 신경 써서 만든 사이트다. 방문자는 하루 8천명 정도로 그리 많지 않지만 지역별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실시간으로 이 전 시장의 지지도 추이를 분석하는 게시판도 있다. 질의 응답이나 뉴스 스크랩도 활발하고 심지어 지역별로 산악회까지 조직돼 있다.

이 사이트는 특별히 사과를 마스코트로 내걸고 있다. 친근함을 주기 위해 ‘애플 이명박’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기도 했다. 애플은 Approved by People as Passionate Leader of Economy,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은 열정적인 경제 지도자라는 의미다. 좀 억지스럽지만 덕분에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밝다.

이밖에도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클럽 역시 지지자들로 붐빈다. 명박사랑(www.mblove.org)이나 MB팬클럽연대(www.mbf.com), 보름달사람들(www.borumdal.co.kr) 등 크고 작은 팬 사이트들도 활발하고 이명박기도후원회(www.leemb.co.kr) 같은 사이트도 있다.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오프라인 모임도 곧잘 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www.parkgeunhye.or.kr)는 이 전 시장과 비교하면 꽤나 어수선한 느낌이고 업데이트도 훨씬 뜸하다. 자유게시판에는 날마다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지만 조회수는 30건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제안방 ‘이나 ‘핫 이슈 토론방’은 거의 텅텅 비어있을 정도다.

박사모(www.parksamos.com)나 호박(www.hopark.net) 등의 팬클럽 사이트는 홈페이지보다 훨씬 깔끔한 느낌을 준다. 박사모에는 ‘차 한잔의 선율’이나 ‘포토 갤러리’, ‘엄마들 모여요’ 등의 클럽이 개설돼 있지만 역시 참여도는 높지 않다. 게시물은 많지만 대부분 관리자가 올린 글이다. 호박 역시 수많은 토론방이 개설돼 있지만 정작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홈페이지보다는 싸이월드 미니홈피(cyworld.nate.com/ghism)에 더 비중을 두는 느낌이다. 홈페이지에 오른 글은 미니홈피에서 옮겨온 글이 대부분이다. 많지는 않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다이어리에 올린 사진과 글들은 언뜻 옆집 누나처럼 친밀한 느낌을 준다.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무려 11만건이 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공식 홈페이지(www.hq.or.kr)는 웹 2.0으로 무장했다는 커다란 배너를 내걸었지만 RSS 주소를 제공한다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홈페이지와 차별성이 없다. RSS 주소를 등록해 놓으면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들의 참여가 많지 않다는데 있다.

자유게시판에는 수백 개의 글이 올라오지만 조회 수는 많지 않다. 손 전 지사가 직접 올린 글도 500명도 채 읽지 않았을 정도다. ‘참여마당’이라는 카테고리에는 ‘논객’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역시 한 사람이 여기저기서 옮겨온 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조회 수도 많지 않고 당연히 추천도 거의 없다. 과거 노사모의 산실이었던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를 본뜬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꼬박 100일에 걸친 민심대장정을 담아낸 부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손 전 지사가 직접 거의 날마다 써 내려간 일기와 사진, 생생한 동영상이 감동을 자아낸다. 지도와 일정을 연계한 부분도 참신하다. 지도 위의 한 지점을 클릭하면 세부 여정과 기록이 오른쪽 메뉴에 뜬다.

그러나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한계다. 첫 페이지에는 지지자들이 직접 올린 ‘민심의 소리’와 손 전 지사의 일정을 담은 ‘HQ소식’이 떠 있지만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눈길을 끌만한 정책제안도 없다. 이밖에도 네이버 블로그와 디씨인사이드에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특별한 점은 없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홈페이지(www.cdy21.net) 역시 깔끔하지만 콘텐츠가 빈약하다. 홈페이지를 아무리 둘러봐도 정책이나 비전은 눈에 띄지 않고 일정을 소개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전재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첫 페이지에 한줄 댓글을 달도록 한 부분이 참신하지만 전체적으로 지지자들의 참여는 많지 않다.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교해서 자유게시판도 상대적으로 썰렁하다.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줄여서 정통들(www.dy1219.net )이라는 팬클럽 사이트도 있는데 곳곳에 공사중 안내 표시가 붙어 있을 뿐 아직 활동은 거의 없다. 다음 카페(cafe.daum.net/DYNEWS)와 싸이월드 미니홈피(cyworld.nate.com/cdy21)도 간판만 내건 수준일 뿐이다. 어느 곳이든 정 전 의장이 직접 글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후원회의 역사가 길고 조직도 탄탄한 편이다. 정 전 의장과 비교하면 홈페이지(www.gt21.or.kr)가 제법 알차고 풍성하다. 개헌과 뉴딜, 사회 대타협,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 등의 이슈에 대해 잘 정리된 자료도 눈에 띤다. 김 의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나도 한마디, 김근태는 네모다”라는 메뉴도 참신하다. 이 한 마디는 첫 페이지에 돌아가면서 뜬다.

김 의장의 홈페이지는 현안에 대한 견해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일요일에 쓰는 편지’나 감성을 담아 보내는 ‘김근태의 러브레터’, 공식 석상의 발언을 정리한 ‘김근태 생각’ 등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바닥을 기는 지지도를 반영하듯 조회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김 의장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부터 기자들이 그의 홈페이지를 꼬박꼬박 체크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름의 약자인 GT를 살려 만든 ‘diGTal(디지털)’이라는 메뉴도 눈길을 끈다. 과거 민주화추진위원회(민추위) 시절부터 정치자금 양심선언을 하기까지 언론 보도자료를 시대별로 엮어 일목요연하게 제시, 김 의장의 정치 역정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그대로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을 올려놓았는데 훨씬 더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민주노동당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권영길 의원이나 노회찬 의원, 심상정 의원 등은 모두 깔끔한 홈페이지를 선보이고 있다. 심 의원은 민심(www.minsim.or.kr)을, 노 의원은 난중일기(www.nanjoong.net)를 각각 홈페이지의 이름으로 정한 것도 특이하다. 민주노동당 의원들답게 FTA(자유무역협정)이나 무상의료 , 재벌 정책 등에 대한 쓸만한 정책자료를 볼 수 있다.

노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난중일기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칼럼이 올라온다. 노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이 칼럼을 모아 책을 내고 전태일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 홈페이지에는 특별히 의원 보좌관들 소개가 실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쓰는 방문객들은 제법 있지만 조회수가 10건 미만인 경우가 많다.

굳이 점수를 주자면 높은 참여를 끌어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85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홈페이지는 형편없지만 미니홈피에서 점수를 받아 70점,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웹 2.0을 표방한 모험정신과 민심대장정의 디지털화를 높이 평가해 75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60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잘 관리된 홈페이지는 80점,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75점씩이다.

지지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선거용 홈페이지의 성공 관건은 우선 대선주자 본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지자들과 의사소통을 나누느냐에 달려있다. 적어도 한 사람의 살아온 인생과 세계관 또는 가치관을 일목요연하게 훑어볼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이 전 시장이나 김 의장의 홈페이지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든 서프라이즈처럼 커뮤니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잘 만든 깔끔한 홈페이지가 아니라 열성적인 지지자들과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시장의 홈페이지는 한발 앞서 있다.

대부분의 홈페이지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에 맞춰져 있어 모질라 파이어폭스나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야하겠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의 홈페이지가 그나마 모든 웹 브라우저를 동일하게 지원했고 박 전 대표의 홈페이지는 파이어폭스에서 심하게 깨져 보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들 홈페이지는 일부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월간 ‘미디어미래’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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