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우리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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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위기가 주는 교훈)

자본과 노동자들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의도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미FTA가 우리나라를 망쳐놓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걱정하는 우리 기업들은 오히려 한미FTA를 찬성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를 강행할 태세다.

정부는 철저하게 기업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우리 경제와 우리 기업들이 생각하는 우리 경제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 거침없는 자유무역의 시대에 과연 우리 경제라는 개념이 유효하기나 한 것일까.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본은 이미 국경을 넘어 강력하게 연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국적 없는 자본과 기업에 우리의 미래를 막연하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 자본 또는 우리 기업이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맥락에서 현대자동차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조업 기업이면서 자유무역의 시대에 적응해 발 빠른 변신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는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그렇게 벌어들인 이익은 어디로 빠져가는 것일까. 이 회사가 더 많은 자동차를 팔고 더 많은 돈을 벌면 우리는 그만큼 더 잘 살게 되는 것일까. 좀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현대자동차는 과연 아직도 우리 기업일까.

2011년이면 해외 생산 비중 53.8%.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올해 상반기에 미국과 중국, 인도, 터키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모두 40만7812대,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4%에 이른다. 동부증권은 2009년까지 해외 생산이 280만대까지, 비중은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생산설비는 그대로 두고 해외 생산설비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2011년이면 이 비중이 53.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 회사의 이익 구조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841억원.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1% 밖에 안 됐다. 이 비율은 올해 상반기 들어 5.4%로 조금 늘어났지만 전성기였던 2001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영업이익이란 장사를 해서 얼마를 벌어들였느냐다. 현대자동차는 2001년에 1만원어치를 팔면 932원을 남겼는데 올해 들어서는 540원 밖에 못 남기고 있다. 장사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영업이익 비율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경상이익 비율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상이익이란 본업 말고 다른 부분에서 나온 비용과 이익을 영업이익에 더한 것이다. 해외 공장 등에서 들어온 지분법 평가이익이 7722억원에 로열티 수수료가 3161억원, 이밖에도 이자 수입이 916억원 포함된 덕분이다. 본업 말고 다른 부분에서 벌어들인 순이익만 1조3549억원으로 거의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가 됐다.

갈수록 더 많은 자동차를 해외에서 만들고 더 많은 돈을 해외에서 버는 이 회사를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자동차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이익과 해외 투자나 지식재산권 판매, 이자 수입 등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반반씩인 회사, 이 회사를 자동차 회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외국 공장들은 과연 우리 기업일까, 아닐까.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연구원의 기업 분석 보고서는 이런 여러 의문에 약간의 힌트를 준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까지 세계적으로 생산 능력을 390만대까지 늘리면서도 국내 공장은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영업외수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주가 가치 평가에서 핵심은 경상이익이 돼야 한다. 영업이익은 이 회사의 글로벌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생산 공장이 우리나라에 있든 다른 어느 나라에 있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어디든 가서 자동차를 더 싸게 만들어 팔고 더 많은 이익을 내면 좋고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더 좋다. 이런 맥락에서 주식 투자는 이미 초국적이다. 시장은 철저하게 기업의 이익과 투자 수익에만 관심을 둔다. 더 많은 이익을 찾아 기업은 국경을 넘고 눈 밝은 자본은 이를 뒤쫓거나 추동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 공장만 놓고 봐도 현대자동차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59.8%에 이른다. 내수보다 수출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내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더 성장하려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아예 해외에 첨단 설비를 갖춘 공장을 신설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매출과 이익에서 국내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건비 부담, 일본보다 더 크다.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단 현대자동차의 인건비는 미국이나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보다 훨씬 낮다. 시간당 인건비는 현대자동차가 20.7달러(환율 950원 기준)인데 미국의 GM이나 포드는 38.0달러,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37.0달러와 37.3달러씩이다. 그런데 조립공수를 비교해보면 현대자동차가 훨씬 뒤진다. 조립공수는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말한다.

조립공수는 현대자동차가 44.2시간인데 GM과 포드는 33.2시간과 35.8시간, 도요타와 혼다는 18.9시간과 21.6시간 밖에 안 된다. 조립공수가 길다는 건 그만큼 생산설비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현대자동차는 단위 인건비는 싸지만 생산 효율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 노동 생산성을 감안한 인건비는 GM이나 포드보다는 훨씬 싸지만 도요타나 혼다보다는 비싸다.

상대적인 인건비는 현대자동차가 100이라면 도요타는 76, 혼다는 88 밖에 안 된다. GM과 포드는 138나 되지만 미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나 일본 자동차 회사들 공장은 85, 심지어 중국은 8, 동유럽은 11, 인도는 7 밖에 안 된다. 중국의 시간당 인건비는 2.0달러, 동유럽은 3.8달러, 인도는 2.0달러 수준이다. 인건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이들과 경쟁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체 제조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1.9%에 이른다. 이밖에 원자재 가격이 65.7%, 부품 가격이 8.3%, 기타 경비가 14.1%를 각각 차지한다. 원자재 가격이야 세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결국 원가 경쟁력은 인건비와 부품 가격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생산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낮은 인건비만으로 승부하기 어렵게 됐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결국 애꿎은 협력업체들만 죽어나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들 평균 인건비를 100으로 놓을 경우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151, 미국의 GM과 포드는 195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 1만4천달러의 우리나라에서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의 미국이나 일본이 만드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현대자동차 원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그만큼 생산요소의 물가가 낮다는 이야기인데 특히 부품 업체들 인건비가 매우 싸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의 이야기다.

“현대자동차의 품질이 도요타 수준까지 개선되면서 이제는 품질의 차별화가 어려워졌다. 누가 더 싸게 만들 수 있느냐는 ‘코스트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년 동안 이 게임에서 선전해왔지만 이제는 경쟁이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 하드웨어에서 설계 합리화 같은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험이 부족한 현대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영업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부증권 조수홍 연구원은 현대자동차가 성장의 공백을 맞고 있다고 평가한다. 외형은 늘어나도 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그나마 이제는 외형마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 올 거라는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얼마나 더 나오고 덜 나오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외 공장의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적어도 2007년까지 이런 성장의 공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탈출하는 기업과 초국적 투자.

현대자동차는 1967년 12월에 창립 이래 지금까지 세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첫 번째 위기는 1980년의 오일 쇼크와 10·26 이후 국내 정치 불안, 두 번째 위기는 1988년 무렵 포니 신화의 몰락, 세 번째 위기는 1998년의 IMF 외환 위기였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위기는 딱히 현대자동차의 위기라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두 번째 위기다.

1986년에 출시된 포니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캐나다 부르몽에 세웠던 공장을 결국 철수하기도 했다. 수출 비중은 1986년 61.4%에서 1989년 26.7%까지 떨어졌고 영업이익률도 1987년 6.5%에서 1993년에는 3.3%까지 떨어졌다. 위기의 현대자동차를 살려낸 것은 그 무렵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내수 시장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위기를 딛고 일어섰다. 1990년대 초반 7개나 됐던 자동차 회사들이 다 무너지고 인수·합병되는 동안에도 현대자동차는 살아남았다. 정부는 수입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물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호했고 현대자동차는 수출 가격 보다 내수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해 많은 이익을 내고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갔다.

내수 가격이 더 비싼 것은 아직도 마찬가지다. 소나타 2.4가 우리나라에서는 2466만원에 팔리는데 미국에서는 앨러배마 공장에서 만든 같은 차가 1만9995달러, 여기에 딜러 인센티브를 빼면 1만8955달러에 팔린다. 환율 950원 기준으로 1800만원이다. 같은 차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600만원 이상 비싸게 사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운임과 특별소비세를 주고도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게 더 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보면 이미 우리나라 내수 시장은 큰 매력이 없다. 신규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5~34세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 소득 양극화와 실업 문제가 구조화 되는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1997년과 비교하면 2010년까지 100만명 이상 신규 수요 기반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치 1980년대 후반 일본 자동차 산업의 저성장 국면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의 네 번째 위기를 보는 관점은 그래서 입장에 따라 다르다. 환율 하락이나 내수 부진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지만 해외 공장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있고 해외 공장 역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부정적이고 우울한 전망도 있다.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 공장에서는 원가 경쟁이 아니라 품질과 효율성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협력업체들의 희생을 딛고 성장해 왔다. 정부의 보호와 독점적 시장 지배 체제도 현대자동차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문제는 이제 노동자들의 희생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데 있다.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짠들, 협력업체들 목을 조른들 중국과 인도의 낮은 인건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시장이 팽창하는데 비좁은 내수 시장에 만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국민들은 가난해지나.

이제 현대자동차의 주식을 사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인도, 터키의 공장, 이들 나라의 자동차 산업에 동시에 투자하게 된다. 주식 투자자들은 현대자동차의 해외 진출을 기꺼이 환영한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성장하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성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대적으로 도태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아직도 현대자동차를 우리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는 우리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8월 10일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41.77%, 현대자동차가 벌어들인 이익의 절반 가까이가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는 이야기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주가상승률 등을 종합 평가해 주주 가치 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현대자동차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주주 수익률이 79.5%로 업계 평균 9.4%를 크게 웃돌았다.

주주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자동차의 주주들이 많은 돈을 벌어간다는 이야기다. 주주들 입장에서야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시장이 결국 제로섬이라면 이들의 이익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노동자가 아니라 투자자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자본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그 환상은 노동자들을 기꺼이 자본의 편에 서게 할 만큼 강력하다. 그 환상이 결국 노동자들의 목을 조른다.

주주들과 노동자들의 상반된 이해관계는 기업의 이익과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로 확장해 해석할 수 있다. 자본과 노동의 이해는 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치하기도 하지만 흔히 주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다.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내려면 노동자들을 버려야 하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도 늘어나지만 국민들은 더 가난해질 수도 있다.

한미FTA도 이런 맥락에서 다시 이해할 수 있다. 자유무역은 결국 자본의 강력한 연대다. 현대자동차가 국경을 넘는 것처럼 자본은 이제 어느 나라에도 소속되지 않으려고 한다. 자유무역에는 더 많은 이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 문제는 그 기회가 자본의 기회일 뿐 노동자들의 기회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리고 기업과 자본이 초국화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결국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는 데 있다.

굳이 교훈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본과 노동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우리 기업이 아닌 것처럼 현대자동차도 이미 우리 기업이 아니다. 이제 국익이나 국부라는 개념만큼이나 우리 경제라는 개념도 무의미하다. 국적 없는 기업과 자본에 우리의 미래를 의존할 수는 없다. 막연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연대, 그리고 세계적인 민중의 연대만이 그나마 유일한 해답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월간 ‘인물과 사상’에 보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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