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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보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 2004

이 남자, 어딘가 낯이 익다. 200만달러짜리 광고를 찍을 정도면 그럭저럭 잘 나가는 배우 아닐까.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고스트 버스터스’에서 유령 사냥꾼으로 나왔던 빌 머레이라는 배우다. 물론 그때보다 훨씬 늙었다. 나이 탓일까. 이 영화에서는 제법 무게감이 있다.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남자다. 흘러가는대로 흘러보내고 굳이 잡으려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체념과 냉소가 남자 주위에 묵직한 공기를 만든다.

이 여자, 아주 예쁘지는 않은데 매력적이다. 매력적이긴 한데 딱히 섹시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닫아걸고 심드렁하게 흘려 보낼 나이가 된 남자와 달리 이 여자는 불안해하고 늘 두리번 거린다. 남자가 중심에서 고독한 것과 달리 여자는 겉돌면서 철저하게 소외돼 있다. 여자의 호기심과 냉소는 남자보다 더 직설적이고 경쾌하다. 우리는 이 여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이 여자의 매력이다.

나는 두 사람이 한번쯤 함께 잘줄 알았다. 이런 줄거리의 영화가 뭐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 신기하면서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한번도 자지 않는다. 안타깝기보다는 상당히 다행스럽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서로를 알아본다. 어떤 사람들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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