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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자본의 물 공습 시작됐다.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7, 2006

머지않은 미래에는 물을 외국 회사에서 받아먹게 될지도 모른다. 인천시 상수도 사업본부는 7월 15일 베올리아워터라는 프랑스 회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상수도 민영화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실패 사례와 폐해가 보고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분위기다.

일단 베올리아워터는 동유럽과 중국 등에서 상하수도 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다. 이날 인천시와 체결한 양해각서는 선진 기술 도입과 개발 등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단순이 상호 협력에 그칠 것이냐 사업의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냐는 부분에 있다. 자칫 최후의 기간산업을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시지부 준비위원회는 이번 양해각서를 민영화를 위한 사전 초석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업 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베올리아워터가 내기로 합의한 부분이 주목된다. 준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민영화와 관련된 사전 밀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찌감치 물 산업 육성방안을 내놓고 2010년까지 상하수도 민영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단계로 상하수도 사업을 공사로 전환하고 2단계로 민영화를 추진한 뒤 3단계로 이들 기업들을 세계적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산업 규모를 2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았다.

정부는 우리나라 수도 사업의 문제점으로 첫째, 취약한 산업구조와 규모의 영세성, 투자 및 운영의 비효율성, 지역별 서비스 불균형, 둘째로는 책임경영체제 미흡과 전문인력 부재, 경영수지 악화이며, 셋째로는 기술경쟁력 부재와 낮은 유수율, 정수처리 공정기술 부족, 플랜트 운영기술 부족, 수질검사 능력부족 등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민영화를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공무원 노조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첫째, 우리나라 수도 사업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고 둘째, 효율성도 결코 낮지 않고 셋째, 낮은 유수율이나 정수처리 공정 문제는 정부의 투자 부족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공무원 노조는 민영화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월 26일 환경정의연대와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물 산업화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외국의 상하수도 산업 민영화 사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필리핀에서는 1997년 민영화 이래 물 값이 5배나 뛰어올랐다. 무엇보다도 비용 절감을 위해 도시 외곽 지역에 서비스를 게을리하는 문제가 생겨났다.

2003년에는 콜레라가 번져 6명이 죽고 600명이 입원하기도 했다.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시설 유지 보수에 게을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98년 수도 민영화 이후 물을 사먹지 못하는 가정이 부쩍 늘어나기도 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 민영화 이후 수도 요금이 각각 150%와 106%씩 올랐다.

‘부채와 개발에 대한 아시아 태평양 운동’이라는 단체의 마리아 누에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대출 조건으로 수도 민영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수도 민영화를 전제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정부에 각각 2억8천만달러와 3억달러를 대출해줬다.

민영화가 가격을 낮춘다는 기대도 근거가 없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 이래 25년 동안 독점권이 주어졌고 프랑스는 3개 회가가 80%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을 통한 효율성이나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국과 여건이 비슷한 스웨덴은 여전히 정부에서 수도를 관리하고 있지만 수도 요금이 훨씬 더 싸다.

민간 회사는 자금 조달이 쉽기 때문에 설비 투자와 유지 보수에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자 비용은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10억의 투자재원 가운데 97%를 은행 대출로 조달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민간 회사는 영리 추구가 목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회사들의 이익은 결국 수도 요금에서 나온다. 영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는 민영화 이후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대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듬뿍 나눠주기도 했다. 자칫 민영화의 이익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빠져나가는 과거 KT나 포스코 등의 잘못된 전철을 밟을 우려도 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수도산업 민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독점을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평가되는 영국의 경우는 독점을 규제하기 위해 전문 규제기구를 설치했는데도 수도 요금을 억제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편 미국이나 일본은 민영화를 거부하고 공공 부문의 내부개혁을 통해 민간 회사 이상의 높은 효율을 올리는데 성공한 경우다. 최 연구원은 “이처럼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공공성을 목표로 하고 공적 규제를 받는 경우와 최대 이윤의 확보를 목표로 하는 조직이 같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일방적인 민영화 못지않게 무조건적인 반대도 위험하다”면서 “합리적인 물 거버넌스의 구축이 물 산업 민영화의 성공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막연한 내부 개혁은 문제를 마냥 방치하는 것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최 연구원은 결국 어떻게든 변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이 상하수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인구는 세계 인구의 9%밖에 안 된다”며 “상수도 민영화가 마치 세계적 대세인 것처럼 제시한 것은 이를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상수도 민영화는 다국적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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