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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라더 꿈꾸는 구글의 ‘오리 너구리’ 프로젝트.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2, 2006

구글은 정말 빅브라더가 되려는 것일까.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G드라이브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공개된 것은 올해 3월 구글의 비공개 사업 설명회에서다.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발표한 파워포인트 자료가 실수로 웹 사이트에 올라왔는데 그 내용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구글의 최고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가 만든 이 파일에는 “구글의 목표는 모든 고객 정보를 100% 저장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G드라이브 프로젝트의 밑그림도 설명돼 있었다. “무제한 스토리지를 이용해 전자우편과 인터넷 서핑 기록, 사진 파일, 북마크 등 사용자들의 모든 파일을 수용한 뒤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도록 하자.”

G드라이브는 쉽게 설명하면 인터넷 공간에 또 하나의 저장 공간을 두는 것이다. 용량은 무제한, PC에 저장된 모든 것이 여기에 그대로 똑같이 저장된다. 언제 어디서나 PC나 노트북, 또는 휴대전화나 PDA 등으로 G드라이브에 접속만 하면 하다가 만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 굳이 디스켓이나 CD롬, USB메모리에 데이터를 담아서 이동할 필요도 없다.

구글은 이 G드라이브 프로젝트의 실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해왔는데 최근 집요한 블로거들이 이 빅브라더 프로젝트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다시 밝혀냈다. 비공개 테스트 페이지에서 확인한 이 프로젝트의 암호명은 ‘오리너구리(platypus)’였다. 구글의 야망은 과연 어디까지 미치는 것일까.

G드라이브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구글은 이제 당신의 관심과 취향은 물론이고 당신이 어디어디를 서핑하고 어떤 문서를 작성하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물건을 사는지, 당신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거의 무제한으로 수집할 수 있다. 구글은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보여줄 수도 있고 취향을 고려해 구매 추천을 할 수도 있다.

구글의 지메일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구글은 메일 내용을 읽어들여 분문에 관련된 내용의 광고를 보여준다. 사용자들은 구글이 이런 개인 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믿음이 G드라이브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한편 구글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신축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 확인됐다. 구글은 이미 세계 25개 지역에 45만여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 오리건주 콜럼비아 강변에 들어설 새 데이터센터는 미식축구장 두 개 면적으로, 인근에 들어설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의 데이터센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또 저렴한 비용에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글은 이미 80억개 이상의 웹 페이지와 10억개 이상의 이미지를 검색하고 있다. 1초에 580MB를 처리하는 설비에 투자되는 비용이 구글은 1천달러인 반면 IBM은 58MB를 처리하는 설비에 18만달러가 소요된다. 평범한 PC를 끌어 모아 강력한 네트워크 서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구글이 사업 설명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구글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검색과 광고다. 구글은 여기에 70%의 역량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30% 영역에 구글 엔터프라이즈와 도서 본문 검색, 데스크톱 검색, 모바일 검색, 지역 검색, 지도 검색, 비디오 검색, 지메일과 구글 토크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이 포진해 있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구글은 라이틀리와 피카사, 블로거닷컴 등 참신한 벤처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다. 캘린더나 스프레드시트 등 비즈니스 서비스나 인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닷지볼과 오컷, 네이버의 지식검색을 연상케 하는 앤서스와 구글 베이스 등도 성장성이 높은 서비스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원 한재선 박사는 구글의 위기에 주목한다. 검색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경쟁자는 야후나 이베이, 아마존 같은 포털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되겠지만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 비스타를 출시하고 구글의 플랫폼을 가로채려는 시도를 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하는 상황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별도의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하지만 익스플로러 차기 버전에서 데스크톱 검색창이 기본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거기에 검색어를 집어넣으면 MSN의 검색 결과가 뜨게 됩니다. 검색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면 구글은 사용자들의 상당부분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뺏기게 될 겁니다.”

구글의 또 다른 약점은 사용자 데이터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다른 포털 사이트와 달리 구글은 굳이 로그인할 필요가 없다. 구글은 사용자들의 검색 패턴만 알뿐 개인 정보는 거의 또는 전혀 알지 못한다. 구글이 엄청난 설비투자를 감당하면서 G드라이브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글은 최근 델컴퓨터와 제휴해 이 회사에서 만드는 PC에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구글의 전체 서비스 가운데 검색이 차지하는 페이지뷰의 비중이 88%를 웃돈다. 검색을 뺏긴다는 것은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 의식은 구글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가 플랫폼을 장악하느냐는 처절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잠깐이나마 시대를 풍미했던 구글 또한 이제 절대 강자는 아니다. 그동안 구글의 버려진 자식들이라고 불렸던 온갖 돈 안 되는 서비스들이 얼마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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