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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군닷컴, “동영상 UCC로 주류 미디어에 도전.”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28, 2006

때 아닌 미스 코리아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공중파 TV에서 미스 코리아 선발 대회를 중계하지 않기로 한 것도 꽤나 오래 된 일인데 이게 웬 일일까. 문제의 동영상은 미스 코리아 서울 지역 예선 출전자들이 사이판 합숙 훈련 때 찍은 셀프 카메라가 엠군닷컴을 통해 유출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 동영상이 엠군닷컴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엠군닷컴은 합숙 훈련을 떠나는 미스 코리아 출전자들에게 디지털 카메라를 나눠주면서 셀프 카메라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이 보내온 동영상에는 이들의 숨김없는 실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 동영상을 블로그나 카페로 옮겨 날랐고 여러 인터넷 스타들을 만들어 냈다. 본선도 아니고 지역 예선이 이렇게 인기를 끈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른바 동영상 UCC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UCC(user creative contents)란 개인 사용자들이 만드는 콘텐츠라는 의미다. 미스 코리아 동영상 역시 엠군닷컴의 기획 작품이기는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동영상 UCC라고 볼 수 있다. 엠군닷컴은 이런 동영상 UCC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나선 회사다. 조선일보와 씨디네트웍스가 30억원의 자본금을 댔고 우병익 시장 역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과연 이 회사의 수익모델은 뭘까. 동영상 UCC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것일까.

우 사장은 동영상 UCC 시장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엠군닷컴과 판도라TV, 다모임, 아프리카 등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의 동영상 콘텐츠를 살펴보면 순수 UCC는 10%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불법 복제했거나 일부 편집 또는 수정해서 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그밖에 음란물과 CF나 영화 예고편 등 상업용 콘텐츠가 일부 있을 뿐 동영상 UCC 시장은 아직 척박하기만 하다.

동영상 UCC의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 경험하지만 심지어 찍은 사람조차 다시 볼 생각이 없을 정도다. 우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 카메라 갖다 대면 말이나 할 줄 아나요? 그냥 V자 그리면서 웃기만 하죠? 아직 동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겁니다. 딱히 할 말도 없고요. 당연히 아무런 스토리도 없습니다. 동영상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알지만 막상 가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머지않아 동영상 콘텐츠의 저작권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우 사장은 이를 영상 산업의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한다. 바야흐로 통신과 방송의 융합, 유선과 무선을 넘어 유비쿼터스 콘텐츠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 TV와 DMB, 포털 사이트,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불법 동영상이 수익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동영상 UCC로 그 경쟁에서 한 지분을 차지하려고 한다면 얼마나 차별성을 부각시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또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전화 기기가 널리 보급됐다고는 하지만 그 가운데 팔릴만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될까. 미스 코리아 동영상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다른 어디에도 없는,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엠군닷컴의 동영상 UCC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이를테면 머리를 예쁘게 묶는 방법이라든가, 패티큐어를 예쁘게 칠하는 방법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면 여기에 샴푸 회사나 화장품 회사를 끌어들여 광고를 붙일 수 있다. 이밖에도 라면 잘 끓이는 방법이나 인스턴트 커피를 맛있게 타는 방법, 퓨즈 갈아 끼우는 방법, 또는 맛집 소개나 요가, 다이어트 체조 등등. 둘러보면 동영상 UCC의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면 수익모델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배너 광고를 걸 수도 있고 아예 동영상 앞부분에 짧게 동영상 광고를 삽입할 수도 있다. 만약 광고가 부담스럽거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아예 동영상 안에 제품 로고를 보여주는 것을 조건으로 마케팅 비용을 협찬 받을 수도 있다. 동영상 UCC를 활용한 간접 광고, 이른바 PPL 광고인 셈이다. 잠재 수요자를 겨냥한 타깃 광고이기도 하다.

우 사장이 굳이 엠군닷컴을 인터넷 사업이 아니라 미디어 사업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계속 크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사이트에 돌아올 몫은 많지 않습니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독과점이 갈수록 더 심각해 질 테니까요. 우리는 그 틈에 끼어서 앵벌이를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동영상 UCC를 중심으로 기업들에게 마케팅 포인트를 제공하고 거기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엠군닷컴의 과제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이런 동영상 UCC를 만들어 내느냐, 또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있다. 지금처럼 엠군닷컴 직원들이 나서서 다양한 동영상 UCC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실험이 성공하고 사용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주류 미디어에 맞설 강력한 동영상 UCC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도 있다. 요원해 보이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실험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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