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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문록, 두번째.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23, 2006

4일째, 선전.

침사추이(尖沙咀, Tsimshatsui)역에서 KCR을 타면 30분쯤 걸려서 홍콩과 중국의 국경에 맞닿은 로후(羅湖, Lowu)역에 이른다. 여기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넘어가면 그곳이 선전(深圳, Shenzhen)이다. 선전은 홍콩과도 다르고 중국의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다르다. 중국의 변화는 정말 놀랍지만 선전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허허벌판에 거대한 도시가 들어서고 그 도시들이 엄청난 속도로 바깥으로 팽창하고 있다. 이게 모두 지난 5년 남짓한 동안의 일이었다.

선전에서의 첫날, 선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꼭 봐야 한다고 상균이가 데려간 곳이 엉뚱하게도 사우나였다. 홍콩의 자본이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로후역 근처였고 입장료는 98위안, 우리 돈으로 1만2740원 정도. 이곳의 손님들은 대부분 국경을 넘어온 홍콩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98위안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이들은 한끼 점심 값 정도 되는 돈을 내고 들어와 이곳에서 그야말로 왕처럼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다.

옷을 벗어놓으면 양말까지 차곡차곡 개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우나에 들어가면 차가운 물수건과 생수를 갖다 주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재빨리 수건을 건네주기도 했다. 수건을 두르고 어슬렁거리면 종업원들은 내게 다른 필요한 것이 없는지 눈치를 살폈다. 목욕을 끝내고 나오면 엎드려 발을 닦아주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받아본 적도 없고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불편했다.

실내는 밝고 흠잡을 데 없이 깨끗했고 종업원들은 모두 인상이 좋았고 감탄할만큼 친절했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설비. 모든 게 세련되고 쾌적했다. 이곳을 누가 중국이라고 한단 말인가.

목욕을 끝내면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휴게실로 가게 돼 있다. 우리 찜질방과 비슷한 문화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일단 훨씬 더 크다. 이곳에서는 발 맛사지를 받거나 안마용 의자에 드러누워 1인용 TV를 보거나 과일이나 음료수를 먹으면서 친구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PC로 인터넷을 쓸 수도 있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최신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종업원들이 주전자를 들고다니면서 손님들의 잔이 빌 때마다 차를 따라줬다. 과일도 종류대로 얼마든지 더 갖다달라고 할 수 있다.

발 맛사지를 받는 데는 별도로 48위안, 우리 돈으로 6240원 정도를 내야 한다. 한 시간 가까이 다른 사람의 발을 정성껏 주물러 주고 받는 대가로는 턱없이 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 열 배는 줘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선전의 다른 발맛사지 업소보다 훨씬 더 비싼 곳인데도 그 정도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발 맛사지를 받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선전 또는 중국에서는 그리 많은 돈이 아니라도 된다. 그게 바로 개방과 자유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고 동인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때가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자본이 본격적으로 국경을 넘어 선전으로 밀려 들어온 것은 2000년 이후였다. 그때부터 5년 남짓한 동안 선전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나는 몇번이나 카메라를 꺼내들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도저히 좁은 렌즈 안에 담아낼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늘 높이 고층 건물이 솟아올랐지만 단순히 건물의 높이로 가늠하기 어려운 엄청난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아마도 이런 변화는 홍콩과 선전(넓게는 중국) 모두에게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홍콩 사람들은 이곳에서 홍콩에서는 누릴 수 없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는다. 그리고 선전 사람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 발 마사지를 해도 홍콩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이런 곳은 48위안을 받지만 선전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동네 가게는 20위안에서 더 싸게는 10위안까지 하는 곳도 있다. 중국 전역에서 선전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그 가운데 인상좋고 영어가 되는 젊은이들만 이런 곳에 취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발 맛사지는 한 사례일뿐이다. 선전은 일찌감치 1980년부터 경제특구로 지정돼 개방을 서둘러왔고 지금은 중국 최대의 신흥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아마도 그 성장의 비결은 사우나의 성공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법정 최저 임금이 올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는 여전히 싸고 매력적이다. 인건비 부담을 덜어내면 자본은 훨씬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자유무역을 경계하고 성장 이데올로기를 비판해왔지만 이곳에서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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