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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 거는 기대.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5, 2006

최근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최대 이슈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글루스 인수합병과 그 뒤를 이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태터앤컴퍼니의 제휴다.

이글루스는 고급 사용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블로그 전문 사이트였는데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합병되면서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사생활 침해나 답답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이글루스 사용자들이 대거 탈퇴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물론 SK커뮤니케이션즈의 지나친 상업성도 거부감의 한 요인이 됐다.

한편 태터앤컴퍼니는 이른바 설치형 블로그 툴인 태터툴즈를 만드는 회사다. 직접 계정을 개설하고 도메인을 받아 태터툴즈를 설치하면 완전히 독립된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휴해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 티스토리(www.tistory. com)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회원 가입만 하면 태터툴즈와 거의 비슷한 독립된 블로그를 뚝딱 만들 수 있다. 포털과 별개로 완전히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이글루스와 태터툴즈의 변화는 개인 블로그와 그 안에 담긴 콘텐츠들이 그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들이 그 콘텐츠들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티스토리의 실험은 이른바 UCC, 사용자 개발 콘텐츠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티스토리는 현재 클로즈 베타 서비스 중이고 오는 8월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클로즈 베타란 초청받은 소수에게만 서비스를 미리 체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태터앤컴퍼니는 1차로 1천명에게 초대장을 발송했고 이들에게 추가로 초대장을 발부, 7월말까지 베타 테스터를 5천명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인 셈이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티스토리 초대장을 얻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티스토리의 매력은 기존의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달리 완전히 독립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스킨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도메인을 별도로 쓸 수도 있다. 이를테면 나만의 블로그를 만들고 ○○○.com이나 ○○○.co.kr이라는 도메인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계정과 트래픽을 제공하는 곳은 다음이지만 어디에도 다음의 냄새는 없다. 흔한 배너광고도 없고 다음으로 가는 링크조차도 없다.

티스토리는 그동안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는데 포털 서비스에 종속되고 싶지는 않았던, 또는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콘텐츠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던 사용자들이라면 욕심을 낼만하다. 티스토리는 태터툴즈라는 블로그 툴과 다음의 공간을 무한정 제공할 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는다. 무리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거나 공개하지도 않고 개인의 콘텐츠를 포털 사이트로 끌어가 무단 공유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티스토리는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일까. 태터앤컴퍼니 노정석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 입장에서는 사실 티스토리 호스팅이 큰 비용이 드는 사업이 아닙니다. 물론 태터앤컴퍼니도 태터툴즈를 팔아 돈 벌 생각은 없습니다. 일단은 태터툴즈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들이 많이 쌓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고 다음도 여기에 동의를 한 거죠.”

태터앤컴퍼니의 수익 모델은 오히려 별도의 사이트인 이올린에서 찾을 수 있다. 태터툴즈나 티스토리에 쓰는 글은 모두 이올린에 수집된다. 물론 사용자가 동의한다는 전제에서다. 주목할 부분은 이올린이 특정한 사이트가 아니라 누구라도 가져다가 자유롭게 짜 맞춰서 새로운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는 툴이라는 것이다. 노 사장은 이를 레고 블록에 비유한다. 레고블록을 맞추는 것처럼 누구나 이올린을 쉽게 고쳐 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서비스도 가능하다. 동호회의 회원들이 모두 태터툴즈나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만들고 각자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동호회 카테고리에 쓴 글만 모아 동호회 홈페이지를 따로 구성할 수 있다. 그 역할을 이올린이 하게 된다. 이올린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면 각자의 블로그에 쓴 글이 동호회 홈페이지에도 자동으로 올라가게 된다. 각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동호회 홈페이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태터툴즈와 티스토리, 이올린의 핵심 기술은 RSS다. RSS는 ‘Really Simple Syndication’의 줄임말인데 간단히 풀면, ‘정말 간단한 발행’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블로그 서비스에서 RSS를 지원한다. RSS 파일 주소만 알면 굳이 그 블로그를 방문하지 않아도 최신 업데이트 상황을 바로 알 수 있고 다른 곳에서도 그 블로그의 내용을 불러올 수 있다. 이올린에서 다른 블로그에 올라있는 글을 불러와 ‘발행’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시스템 덕분이다.

좀 더 발전한 모델로는 RSS를 활용한 웹진이나 온라인 매체까지 고민해 볼 수도 있다. 회원들이 자신들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카테고리나 태그를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정해진 섹션에 기사가 자동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RSS는 콘텐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변용을 허락한다. RSS로 구성하는 웹진은 그 훌륭한 활용사례라고 볼 수 있다. 태터앤컴퍼니는 일찌감치 이런 가능성을 내다보고 태터툴즈와 이올린을 개발했다.

“오는 8월 정식 오픈 전까지 이올린 개발을 마칠 계획입니다. 그때쯤이면 티스토리에 가입하는 것처럼 간단히 클릭 몇 번으로 동호회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웹진이든 온라인 매체든 뭐든 마음 먹은대로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수많은 블로그가 이합집산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시너지 효과와 새로운 가치를 낳게 되는 거죠. 그 과정에서 돈을 버는 블로거들이 생겨날 거고 태터앤컴퍼니의 수익모델도 만들어질 겁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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