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화려한 내부거래와 그 의미.

Scroll this

대안연대회의에서 3차례에 걸쳐 삼성 그룹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눈길을 끄는 건 송원근 진주산업대학교 교수가 밝혀낸 삼성 그룹의 화려한 내부거래 실상이다. 그동안 막연하게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통계를 들여다보면 아연실색할 정도다. 삼성 그룹 성장의 비결이 여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40조6024억원 가운데 6조7400억원이 삼성 그룹 계열사들에서 나왔다. 매출의 16.6%를 계열사들이 사줬다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삼성이 팔고 삼성이 사는 꼴이다. 이 비율은 삼성SDI의 경우 51.9%, 삼성전기는 50.1%, 삼성광주전자는 88.4%나 된다. 아이마켓코리아라는 회사는 매출의 94.3%를 계열사들이 사줬다.

2004년 기준으로 삼성 그룹의 45개 계열사의 내부 거래 비중은 평균 57.9%나 된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부분은 이 비율이 1987년에는 24.8%, 1997년까지도 28.9% 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에는 35.7%로 늘어나더니 1999년에는 한때 69.4%까지 치솟기도 했다.

계열사들의 외상 매출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매출 가운데 계열사에 나간 외상 매출의 비중은 1997년 14.5%, 1998년 15.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비중은 2001년에 2.5%로 줄어든 이후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전체 채무 가운데 계열사에서 들어온 외상 매입 비중도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27.5%와 12.7%까지 치솟았다가 2004년에는 0.3%로 낮아졌다.

이런 통계들은 삼성 그룹의 성장이 내부 계열사들의 상호 지원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 그룹의 내부거래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문제는 내부거래와 부당 내부거래의 간격이 모호하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는데 있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누구도 삼성 그룹의 내부거래를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99년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하고 1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재판까지 가서 결국 패소했다.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의 2% 규모로 과징금을 물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 과징금이 부과돼 징수된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삼성 그룹은 경영권 세습을 위해 공공연히 내부거래를 활용하고 있다.

법에 규정된 부당 내부거래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제품 가격이나 거래 조건을 계열사에 유리하게 책정하는 경우, 둘째, 직원들에게 계열사 제품을 사거나 팔도록 강요하는 경우, 셋째, 납품회사에 계열사 제품을 사도록 떠맡기는 경우, 넷째, 계열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거래를 거절하는 경우 등이다.

삼성 그룹의 경우 더 문제가 되는 건 내부 자본거래다. 삼성 그룹의 자본총계 가운데 계열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기준으로 20.9%나 된다. 평균적으로 자본총계의 5분의 1 정도를 다른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상위 3개 회사의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2.7%에 이른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까지 더하면 자본 내부거래 규모는 더욱 커진다. 1995년까지만 해도 15% 수준이었는데 1998년에는 거의 50%에 이르기도 했다. 2003년 기준으로 이 비중은 44.0%에 이른다. 계열사들끼리 물고 물리면서 서로를 지배하고 이 회장 일가는 그 한 축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 일가의 순환출자 구조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삼성 그룹의 지주회사는 삼성에버랜드가 맡아왔다. 삼성에버랜드가 중심에 서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이 순환출자에 동원됐다. 그런데 2005년이 되면 삼성에버랜드가 물러나고 삼성카드가 지주회사로 전면에 나선다.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늘렸고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털과 합병하면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늘렸다. 또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이 일제히 삼성카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 결국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카드와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이 모두 비상장 기업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기업은 경영권 공격이나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에서 완벽하게 자유롭다. 만약의 경우 삼성전자나 다른 상장기업들이 경영권 공격을 받더라도 삼성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미 탄탄한 방어체제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 계열사들의 역할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의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기준으로 23.6%다. 1997년에는 35.4%에 이르기도 했다. 이들은 27개 계열사에 1조2756억원을 출자해 그룹 전체 출자금의 52.5%를 차지했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삼성 그룹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고 계열사들을 사업부로 분류하면 삼성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2004년 기준으로 삼성 그룹의 사업 부문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기·전자가 50.5%, 금융이 23.6%, 유통 8.7%, 석유화학·비금속 6.7%, 레저·문화·교육 0.9%, 건설 0.2%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자산 비중으로 보면 금융업이 단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9개 금융 계열사들의 자산은 117조6천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6.2%에 이른다. 돈은 전기·전자가 벌고 금융 계열사들이 이 회사들의 자산이 소유하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금융 계열사만 장악하면 삼성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안연대회의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지배 받는 회사가 지배하는 회사에 내부거래를 강요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정을 세웠는데 이 가정은 실제로 맞아 떨어졌다. 피지배 비율이 높은 비상장 기업들은 내부 매입 비중이 상장 기업들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들은 내부 매출 비중도 52.2%나 됐다.

또한 신생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송원근 교수는 이들 기업들이 처음에는 다른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하다가 삼성SDI처럼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보고 있다. 2000년 벤처 거품이 한창이던 무렵 e삼성 등 삼성 그룹의 온라인 계열사들의 내부 거래 비중은 63.6%나 됐다.

삼성SDS의 경우 계열사들의 시스템 통합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부 매출은 무려 65.8%에 이른다. 1997년에는 87.7%에 이르기도 했다. 삼성SDS에서 분사한 삼성네트웍스 역시 내부 매출이 70.4%, 이 가운데 10% 이상이 외상거래다. 이 계열사 외상거래가 이 회사 전체 매출채권의 52.0%에 이를 정도다.

이 모든 통계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안연대회의나 송 교수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추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삼성 그룹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는데 그 성장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내부거래였다는 이야기다. 그 가운데 부당 내부거래가 상당 부분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문제는 삼성 그룹의 성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계열사에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성과가 금융 계열사와 총수 일가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그룹이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그리 크지 못한 것도 이런 기형적인 소유·지배구조와 광범위한 내부거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전문가협회, HR프로패셔널에 보낸 원고.)

참고 : 3년 만에 20배 이익, 삼성SDS의 성장 비결은? (이정환닷컴)

7 Comments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