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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안경점, 온라인 쇼핑몰에 무너지나.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0, 2006

우리나라에는 무려 7000개의 안경점이 있다. 인구 6500명에 하나 꼴로 안경점이 있는 셈인데 외국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안경사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이 벌써 2만7000명, 전국 대학에 안경광학과가 35개인데 여기에서 해마다 1500명 가까이 졸업생이 쏟아져 나온다. 그야말로 안경점은 포화상태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1만5000원이면 렌즈를 포함해 안경 하나를 맞출 수 있을 정도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안경테나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이트가 늘어나면서 안경점들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음반 가게, 비디오 대여점, 사진 현상소처럼 자칫 온라인에 밀려 사양 산업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첨단 디지털 기기부터 옷이나 먹을거리는 물론이고 웬만한 모든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세상에 안경이나 콘텍트렌즈라고 딱히 안 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시력만 정확히 알면 얼마든지 규격화된 주문이 가능한 게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다. 온라인 판매가 매력적인 건 그만큼 오프라인 안경점의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썬글라스나 안경테의 경우 이미 G마켓이나 인터파크,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남대문 안경 도매상가의 상인들에 따르면 안경테만 들고 와서 안경을 맞춰달라는 고객이 지난해부터 부쩍 늘어났다. 하루 10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유명 메이커 안경테의 상표를 본뜬 가짜 안경테가 많고 물론 명품 안경테를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서 들고 오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콘택트렌즈를 외국에서 직접 수입해서 판매하는 쇼핑몰도 나타났다. 일부 오프라인 안경점에서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주목할 부분은 오프라인 안경점과 비교하면 가격이 최대 절반 이상 싸다는 것이다. 유명 메이커 정품이 확실하다면 소비자들로서는 혹할 수밖에 없다.

바슈롬 일회용 콘택트렌즈의 경우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는 30개들이 한 상자가 최소 3만5천원 정도에 팔리는데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90개들이 한 상자를 6만5천원에 팔고 있다. 아큐브 난시용 렌즈도 2개들이 한 상자에 9만원까지 받는 안경점이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6개들이 한 상자를 4만원이면 살 수 있다. 이 쇼핑몰은 본사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항공 택배 요금을 5천원 가까이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도 절반 이상 싸다는 이야기다.

다른 국내 쇼핑몰의 경우는 아직 오프라인 안경점과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콘택트렌즈 보존액이나 케이스 등을 끼워주는데다 배송료까지 무료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싸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포털 사이트 카페 등에서 렌즈를 할인 가격에 팔기도 하는데 이 카페들 역시 현직 안경점 주인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판매는 매장 운영 경비가 거의 들지 않는데다 자금 회전을 위해 마진 없이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겠지만 자칫 오프라인 시장이 송두리째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안경사협회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콘택트렌즈 가운데서는 산소투과율이나 렌즈 두께가 표시되지 않은 저가 중국산 제품이나 무허가 제품도 있다. 특히 청소년이나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렌즈 같은 경우 5천원이면 살 수 있는 ‘짝퉁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굳이 dl인터넷에서 주문을 한다면 믿을만한 쇼핑몰의 정품 메이커인지 확인하고 유효기간을 살피는 것도 필수다.

안경사협회는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해당 업체에 경고 조치를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법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소에서도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안경테나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는 정보통신부와 의료법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마땅히 신고할 데도 없습니다.” 안경사협회 유광렬 부장의 이야기다.

안경사협회는 온라인 판매가 적발될 경우 해당 제품회사에 항의해 제품 공급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지만 역시 강제성은 없다. 우후죽순처럼 날마다 새로운 온라인 사이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 부장에 따르면 심지어 옥션 등 경매 사이트에는 청소년들이 중고 컬러렌즈나 써클렌즈 등을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는데 별다른 경각심이 없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시력 측정을 해줘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콘택트렌즈를 구매하다보면 자칫 시력 관리에 소홀할 우려도 있다.

안경사협회는 콘택트렌즈를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 있다. 오히려 한때 산업자원부에서 주류와 보험상품, 콘택트렌즈 등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안경사협회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조제료 또는 기술료를 받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데 그칠게 아니라 조제와 가공, 또는 피팅에 일률 요금을 책정하고 수익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안경테를 인터넷에서 사오더라도 적정 수준의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안경테를 공산품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경테까지 빼앗길 경우 안경점들의 집단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온라인 바람, 안경점은 살아남을까.

인터넷 서점이 늘어나면서 동네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1994년 기준으로 5683개에 이르렀던 전국 서점 수는 2000년 들어 3300개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1950개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10년 남짓한 동안 무려 65% 가량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다.

상황은 다르지만 복합 상영관이 늘어나고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면서 비디오 대여점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서울 지역 비디오 대여점은 2002년까지만 해도 각각 3220곳이나 됐는데 올해 들어 440곳으로 줄어들었다. 86%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음반점들도 불법 다운로드와 파일공유의 희생자가 됐다. 2000년 기준으로 4104억원에 이르렀던 오프라인 음반시장은 지난해 50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대신 디지털 음원 시장이 4천억원대로 성장했다.

사진 현상소도 마찬가지다. 필름 롤 판매량이 2003년 4500만롤에서 2004년에는 2200만 롤로 지난해에는 1200만 롤까지 해마다 절반 가량 판매가 줄어들었다. 필름만 인화해주던 사진 현상소는 도태하고 디지털 현상소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안경점들도 비슷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안경시장은 안경테와 렌즈, 선글래스를 통틀어 1조2천억원대로 추산된다. 라면시장(1조4천억원) 규모와 비슷한 정도다. 이 가운데 국내 제조업체 점유율은 40% 수준, 나머지 60%는 해외 명품과 저가 중국제품이다.

안경산업은 이제 밖으로는 중국, 안으로는 온라인 쇼핑몰의 공략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프라인의 강점을 소비자들에게 부각시키지 않으면 또 하나의 몰락한 아날로그 산업의 사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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