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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12년에 달 착륙 시도할 계획.”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1, 2006

인터뷰 / 장칭웨이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 총경리

중국이 처음 우주선을 쏘아올린 때가 1970년 4월이다. 그리고 33년이 지난 2003년 10월에는 유인 우주선까지 쏘아 올렸다. ‘신의 배’라는 뜻의 선저우(神舟) 5호,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기록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두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가 5일 동안의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중국은 내년 4월에 선저우 7호를 발사해 우주 유영 실험을 하고 2012년에는 달 착륙까지 시도할 계획이다.

중국의 우주산업을 진두지휘하는 회사가 바로 항천과기집단공사(航天科技集團公司, CASC)다. ‘항천’은 중국어로 우주라는 뜻이다. 1999년 1월 국무원 직속기구인 국가항천국(CNSA)에서 갈라져 나온 이 회사는 6년 만에 직원이 10만명에 이르는 중국 10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 회사 장칭웨이 총경리가 5월 22일, 한국공학한림원 초청으로 방한해 강연회를 열었다. 우리나라 언론과는 첫 만남이었다.

“내년에는 중국 우주선이 달까지 갑니다. 일식을 고려해서 4월이 안 되면 9월로 연기할 수도 있지만 우주 유영 실험까지 하려고 합니다. 도킹 실험과 장기간 체류 가능성도 검토하게 됩니다. 2012년에는 달 표면에 착륙을 시도하고 2020년부터는 달에 착륙 기지도 건설할 계획입니다. 그 이후에는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고 화성이나 다른 행성을 탐사하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적어도 우주 진출만큼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국이 앞서 있다. 우리가 이제야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한다고 떠들썩한 것과 달리 중국은 일찌감치 두 번이나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데다 머지않아 우주 유영은 물론이고 달 착륙까지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고작 러시아 우주선을 얻어 타고 올라가는 것일 뿐이지만 중국은 독자 기술로 벌써 89차례나 로켓과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중국은 지금까지 방송통신위성 30개를 비롯해 69개의 위성을 띄워 올렸고 2010년까지 86개의 위성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 수출용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극궤도 위성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오는 8월에는 종자 개량을 위한 육종 위성도 띄워 올릴 계획이다. 세계 최초가 될 이 육종 위성은 채소나 과일 등의 씨앗을 우주에서 발아시켜 병충해가 없는 특수 작물을 개발하게 된다.

장 총경리는 우주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10년 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덩 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에 따라 우주산업도 개혁 대상이 됐고 지금은 10만명에 이르는 직원들 연봉을 우리 스스로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전체 예산 가운데 정부 지원은 5%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장 총경리는 “정부 지원이 달 착륙 프로젝트 등 일부 사업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재원 마련을 위해 1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천과기집단공사의 주요 매출은 위성 판매와 로켓 발사에서 나온다. 베네수엘라나 나이지리아 등에 위성을 개발·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 위성을 로켓에 실어 올려주고 운임을 받는다. 우주산업 시장은 올해부터 해마다 10% 이상 성장해 2015년이면 45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처럼 직접 로켓을 만들 능력이 안 되는 나라들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외국 위성을 쏘아 올렸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왕이면 미국이나 러시아보다는 가까운 중국의 우주선을 이용해달라는 것이다.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우리나라 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장 총경리는 “한국이 아리랑 2호의 발사에 러시아 로켓을 이용하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음에는 중국과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비췄다. 올해 7월 발사될 아리랑 2호는 중국과 계약까지 체결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장 총경리는 이날 강연회에서 개방과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문을 열어놓으니 손님이 몰려든다”는 최치원의 시를 인용하기도 했다.

우주산업이 핵무기처럼 군사화 또는 무기화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솔직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우주선은 1초에 8㎞라는 무서운 속도로 날아갑니다. 저는 기술자일 뿐이지만 우주산업의 군사화 가능성을 늘 경계하고 있습니다. 누가 우주를 차지하느냐의 패권 경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국과 일본, 인도, 중국의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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