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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 막아야 알집 같은 프로그램 살린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2, 2006

인터뷰 / 김규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이 한창이던 무렵, 단속이 나오면 창밖으로 컴퓨터를 집어 던지는 게 더 싸다는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는 심각했다. 한바탕 단속이 휩쓸고 간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비율은 46%를 웃돈다. 일본 28%, 미국 21%의 두 배 이상이고 세계 평균 3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2003년에는 48%, 2004년에는 46%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피해액은 2004년보다 1억달러 줄어든 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정품 사용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규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의 이야기다.

BSA는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비율을 10% 낮출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3조원 가까이 늘어나고 2만개 이상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BSA의 전망은 다분히 과장된 느낌이 있다.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가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MS)나 어도비, 볼렌드, 시만텍 등 외국 회사 제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불법복제를 마냥 방치할 수도 없고 단속을 하면 외국 회사들이 돈을 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라는 게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밖에 안 된다. 김 부회장의 논리는 간단하고 명확했다. 불법복제를 방치하면 그나마 2.8%마저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를 보세요. 세계적으로 워드프로세서를 MS에 내주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안철수연구소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이런 기업들을 더 많이 길러내야 합니다. 불법복제를 뿌리 뽑지 않으면 MS나 어도비는 우리나라 시장을 일부 잃을 뿐이지만 한글과컴퓨터나 안철수연구소는 아예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쉬운 사례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새롬기술이나 큰사람컴퓨터다. 초창기 벤처기업이었던 이들은 새롬데이터맨이나 이야기 같은 통신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는데 유료 판매에 실패하면서 결국 업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국민적인 프로그램이었는데도 그때만 해도 과금 체계가 없었고 불법복제가 만연했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압축 프로그램인 알집과 파일전송 프로그램인 알FTP 등을 만드는 이스트소프트의 경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이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배포하다가 2001년 10월부터 공공기관에 한정해 유료화를 시작한데 이어 2002년 4월에는 기업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개인 사용자는 아직까지 무료로 쓸 수 있다.

알집은 윈집 등 외국 프로그램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공공기관과 기업의 구매도 늘어났고 이제는 해외 판매까지 노리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해 52억원 매출에 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게임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스트소프트의 사례는 이제 벤처기업이라도 경쟁력만 있다면 소프트웨어를 유료화하고 고객을 확보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아직도 불법복제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새롬기술이나 큰사람컴퓨터 같은 기업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김 부회장은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높은 부가가치에 주목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를 볼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가기치는 62.7%입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죠. 서비스업은 50.1%, 제조업은 27.4% 밖에 안 됩니다. 제조업의 위기를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죠.”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용계수는 0.62다. 매출액 1억원에 0.62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조업의 고용계수가 0.06, 통신 산업이 0.25인 것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고용 없는 성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안철수연구소를 보세요. 매출이 402억원, 순이익이 127억원입니다. 순이익 비율이 31%가 넘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이 비율이 5%도 채 안 되죠. 안철수연구소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수백 수천개씩 나와야 합니다.”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정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회사 차원에서 정품을 사용하기로 했더라도 정작 모든 직원들 PC를 하나하나 점검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협회에서 실비만 받고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40여개 업체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협회는 또 소프트웨어 정품사용 인증제도를 도입해 모범기업을 선정하기도 한다. NHN을 비롯해 14개 기업이 모범기업으로 선정됐다.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보유 현황을 파악하고, 수요 예측과 관리 및 운영지침이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불법복제 단속에서 당당할 수 있게 된다.

“창밖으로 컴퓨터를 집어던지는 것보다 정품을 사서 쓰는 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넓게 보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야 장기적으로 MS의 독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도 가능한 것이겠죠. 국민들 인식이 폭넓게 바뀌어야 합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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