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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지방 은행, 경쟁력의 비결.

Written by leejeonghwan

May 8, 2006

IMF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부풀려왔지만 지방은행들은 철저하게 지역밀착 경영으로 생존해왔다. 29개에 이르던 은행이 11개로 줄어들었고 만약 외환은행이 국민은행에 넘어간다면 10개로 줄어들게 된다. 지방은행은 10개에서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전북은행 3개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 세 은행들이 모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생존 전략과 성장 잠재력을 살펴본다.

지방은행 생존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충청은행과 동남은행, 경기은행은 일찌감치 1998년 하나은행과 주택은행, 한미은행에 각각 합병됐고 1999년에는 충북은행과 강원은행이 조흥은행에 합병됐다. 2001년에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우리금융지주 밑으로 들어갔고 제주은행도 신한금융지주 밑으로 들어갔다. 살아남은 은행은 대구은행과 부산은행, 전북은행뿐이다. 이들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못지않은 놀라운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먼저 대구은행. 이 은행은 적어도 대구지역에서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구은행의 대구지역 수신 점유율은 무려 40.9%, 여신 점유율도 30.5%에 이른다. 점유율보다 더 놀라운 것은 높은 수익성이다. 대구은행의 순이자 마진 비율은 3.4%로 업계 1위다. 대부분의 다른 은행들이 이 비율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랍다. 꼴찌인 하나금융지주보다 무려 1.4%포인트나 더 높다.

대구은행의 1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 깜짝 놀랄만한 실적이라고 할 만하다.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대손충당금 비용이 85.0%나 줄어들었다. 대출 증가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1분기 대출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2.9%, 지난해 1분기보다는 13.1%나 늘어났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도 수익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구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조달비용의 우위에 있다. 대구은행의 조달비용은 2.4%로 국내 최저 수준이다. 조달비용이 이처럼 낮은 것은 금리가 0.6%밖에 안 되는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이 원화 예금의 49.7%에 이를 만큼 높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국내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자기자본이익률 역시 22.6%로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은행 평균은 18.8%다.

대구은행과 비교하면 부산은행의 1분기 실적은 조금 실망스럽다. 대출 성장률이 1.2%에 그쳤는데도 순이자 마진 비율이 0.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4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9.3% 줄어들었다. 지난 분기보다는 177.9% 늘어났다. 물론 충당금 적립기준을 변경하는데 따른 일회성 충당금을 빼면 순이익이 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부산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저원가성 수신이다. 지난해 12월 부산교통공사를 비롯해 도시개발공사, 부산경남경마장 등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돼 2300억원의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한 바 있다. 이밖에도 부산시의 예산이 6100억원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부산은행은 부산시의 시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산롯데호텔이 올해 6월에 개장할 카지노 전담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산은행은 신한은행과 함께 증권선물래소로의 주결제은행이기도 하다. 부산은행은 올해 최소 4100억원 이상 저원가성 예금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체 저원가성 예금잔액의 7.6%에 이르는 규모다. 부산은행의 저원가성 수신 조달금리는 0.76%밖에 안 된다. 대구은행보다는 조금 높지만 역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총수신에서 저원가성 수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6.4%에 이른다.

전북은행은 작지만 강한 은행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99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지난 분기보다는 89.4%나 늘어났다. 자기자본 이익률도 지난해 12.2%에서 17.3%까지 늘어났다. 업계 평균보다는 낫지만 개선의 속도가 빠르다. 전북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대출 자산의 이익 민감도. 대출 자산이 1% 늘어나면 이익 증가율은 3.61%로 나타났다. 업계 최고 수준인데 그만큼 성장 여력이 높다는 이야기다.

지방은행들이 이렇게 일제히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지역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그만큼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본사를 이전하는 것을 비롯해 미래형 혁신도시 건설 등 온갖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2008년까지 66조573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지방경제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는 한국도로공사와 교통안전공단,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본사가 이전할 계획이다. 부산경남지역에는 자산관리공사를 비롯해 대한주택공사, 영화진흥위원회, 중소기업진흥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전산원, 한국남동공단, 등이, 그리고 전북지역에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지적공사, 간행물윤리위원회 등이 옮겨갈 계획이다. 지방은행으로서는 저원가성 수신을 대거 유치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둘째, 지방은행은 자산 증가에 따른 이익 상승 민감도가 시중 은행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북은행이 3.61%,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2.52%와 2.27%인데 시중 은행 가운데 2%를 넘어서는 은행은 기업은행 밖에 없다. 셋째, 지방은행은 자산건전성에 대한 부담을 이미 덜어냈다. 충당금을 이미 충분히 적립한 데다 고정이하 여신 비율도 가장 업계 최저 수준이다.

지방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지역밀착 경영이다. 부산은행은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권을 전담 판매해왔다. 시스템 개발 등 투입비용을 따지면 남는 게 거의 없지만 명색이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인데다 지역사회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이 지역 사람들의 부산은행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부산은행 계좌를 개설한 비율이 89%에 이를 정도다.

전북은행은 당기순이익의 10%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사회공헌활동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전주를 비롯해 익산이나 군산지역에서는 전북은행과 경쟁할 만한 은행이 사실상 없다. 게다가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고 2천만평 규모의 대규모 간척사업이 예정돼 있는 등 대규모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전북은행은 지역특화 은행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외형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판매관리비 비중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대출이 높다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65.1%로 기업은행에 이어 2위다. 부산은행도 60.6%나 된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각 1.31%와 1.11%로 업계 평균보다 훨씬 낮다.

지방은행들의 높은 점유율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체율은 지역밀착 경영의 성과라고 볼 수있다. “시중은행들도 지방에 내려오면 결국 지방은행입니다. 문제는 대부분 지방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 대출 기준으로 보면 대출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죠. 결국 재무제표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되는 겁니다. 그 기업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우리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니까 훨씬 강점이 있는 거죠.” 대구은행 관계자의 이야기다.

다른 지방은행도 비슷하지만 특히 전북은행의 경우는 거액의 여신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전북은행은 100억원 이상 대출이 13건 밖에 안 된다. 50억원 이상은 25건, 전체 대출금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9.2%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5억원 미만 대출이 전체 60.1%를 차지한다. 이른바 소액 대량 판매인 셈인데 그만큼 위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방대한 영업기반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지방은행의 성장성을 눈여겨 본 시중은행들의 지방공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지방에 프라이빗뱅킹센터를 만들고 우량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마진을 파격적으로 축소해가면서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부산은행의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와 지역밀착 경영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은행은 최근 울산지역 주도권을 놓고 경남은행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을 독식하고 있는 대구은행과 달리 경남지역 특히 울산지역에서 부산은행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인데 울산지역은 경남은행의 텃밭이나 마찬가지다. 울산지역에서 경남은행의 점유율은 27% 수준, 부산은행은 울산지역 영업점을 2008년까지 15개로 늘려 경남은행의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연구원은 “시중은행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경쟁이 격화되고 막강한 자본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몸집이 가벼운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성장여력이 시중은행보다 2~3배 정도 여유롭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은 “시중은행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지방은행의 점유율과 이익증가율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기업대출 꺼리는 시중은행 Vs. 기업대출로 성장하는 지방은행.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은 설비투자의 75% 이상을 은행 차입금 등 외부자금에 의존했는데 1999년 들어 30% 정도로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2.4%까지 줄어들었다. 한국산업은행이 13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기업이 외부자금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거나 외부자금을 쓰기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도 된다. 최근 은행의 대출 행태를 보면 후자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어 논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조흥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모두 중소기업 대출잔액을 크게 줄였다. 시중은행들은 2004년에 중소기업 대출을 2.2조원을 줄인데 이어 지난해에도 1조원을 줄였다.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하고 결국 경제의 역동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국민은행은 2004년에도 3조원을 줄인데 이어 지난해에도 3조3천억원 가량 대출을 축소했다. 한국씨티은행과 조흥은행도 2년 연속으로 대출을 축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2조7천억원과 1조5천억원씩 줄어들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해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줄여오던 시중은행들이 올해 계획으로 대출을 14조2천억원이나 늘릴 거라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다분히 ‘면피용’ 계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국내 일반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750조5천억원으로 1998년 409조7천억원에서 83.2%가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은 9.8%에 이른다. 문제는 그나마 은행들이 늘어난 자산을 대부분 가계 대출에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IMF 이후 은행들의 가계 대출 비중은 1998년 11.0%에서 지난해 6월에는 32.1%까지 3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기업 대출채권 비중은 37.8%에서 31.9%로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9천억원과 6천억원씩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것을 비롯해 지주회사 편입은행을 포함, 6개 지방은행이 2조3천억원 가량 대출잔액을 늘렸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으로 이익의 상당부분을 내는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지 않으면 성장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며 “결국 지역경제와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은 절반 정도만 맞다. 지방은행들은 전체 대출금액 가운데 60%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해야 한다. 전체 여신규모가 10조원이라면 이 가운데 6조원 이상은 중소기업 대출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은 기업은행이 80%로 가장 높고 시중은행은 45% 밖에 안 된다. 결국 지방은행은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왔다는 이야기도 된다.

최근 지방은행들이 이 비율을 조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도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지방은행협의회는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무대출비율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들의 논리는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줄이더라도 가계 영업을 활성화하다보면 수신규모를 키울 수 있고 이는 다시 중소기업대출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규정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차별이라는 논리도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려면 수신규모가 100조원이 넘는 넘어가는 시중은행의 대출 비율을 높여야지 10조원 안팎의 지방은행만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가운데 45% 비율을 지키는 은행은 거의 없다. 애꿎은 지방은행만 규제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만도 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역 대출잔액이 310조7546억원으로 전국의 38.7%에 이른다. 서울과 경기 지역을 묶어 수도권 지역의 대출금 비중은 62.2%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 예금은행의 지방 대출 증가 비율이 서울지역 증가비율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한편 외국에는 기업 대출을 꺼리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도 있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이나 일본의 금융평가법이 그런 제도다.

미국의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두개의 자격요건을 만족시켜야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어야 하고 지역재투자법 평가등급을 2등급 이상 받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대출의 비중이 등급심사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1977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특히 인종에 따른 금융 차별을 해소하는데 목표를 뒀으나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자금 지원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금융평가법은 지역재투자법에서 한발 더 나가 이용자 편의 등의 항목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연대보증을 강요하는 등 은행과 고객의 불평등한 관계를 능동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발상에서다. 평가 결과는 인터넷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일반에 공개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은 은행은 홍보는 물론이고 고객 확장과 실적 개선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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