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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이 곧 재산, 당신의 신용점수를 계산해보자.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22, 2004

요즘은 은행마다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왠만한 직장에 연봉이 2000만원을 넘고 금융기관 연체기록이 없으면 최대 1천만~1200만원까지 연리 7~13% 수준에 대출받을 수 있다. 1천만원을 빌리고 한달에 6만원 남짓을 이자로 내면 된다는 이야기다.

일반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은 상호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을 찾거나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이용한다. 상호저축은행의 금리는 20~30% 수준,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의 수수료도 연리 기준으로 28~30% 수준이다. 1천만원을 빌리면 최대 300만원, 한달에 25만원을 이자로 물어야 한다.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금리가 66%에서 많게는 수백%에 이르는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1천만원을 빌리고 이자만 1천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대부업체를 찾을만큼 절박한 사정의 사람들이 이런 피 말리는 이자를 갚을 방법은 거의 없다.

1천만원을 일년 빌리는데 70만원을 내는 사람이 있고 1천만원씩 이자를 주고도 빌릴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 기준은 신용이다. 지금 당신의 신용은 수천만원의 가치가 있다. 신용만으로 은행은 당신에게 아무런 담보 없이 선뜻 수천만원을 빌려준다. 당신의 신용은 당신의 가장 큰 재산이다. 무너져 내리는건 금방이지만 신용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할 방법이 없다.

첫 월급을 받고 신용카드를 처음 긁던 순간의 그 짜릿함을 사람들은 잊지 못한다. 지갑에서 주섬주섬 지폐를 꺼내 셈하지 않아도 사인 하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니, 얼마나 산뜻한가. 기꺼이 술값을 뒤집어 쓰겠다고 나서니 친구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비로소 어른이 됐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즐거움은 잠깐, 주위를 둘러보면 신용카드 때문에 젊음을 망친 사람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 연체율은 13%, 카드 일곱개 가운데 하나가 연체되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2만31명,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여섯명 가운데 한명 꼴이다. 신용카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239만7185명, 전체 신용불량자의 64% 수준이다.

아찔하게도 누구나 자칫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당신도 물론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대금을 비롯해 30만원 이상 금융기관 대출이 3개월만 연체돼도 당신은 어김없이 신용불량자가 된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순간 당신은 더이상의 대출은 물론이고 모든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순간의 판단착오와 게으름이 수천만원 가치의 당신의 신용을 훌쩍 날려버릴 수 있다.

설령 신용불량자까지 가지 않더라도 연체 한번이면 당신의 신용은 철저하게 망가진다. 당신이 첫 월급을 받고 신용카드를 처음 긁던 무렵, 100%였던 당신의 신용은 당신이 카드 대금을 하루이틀 연체할 때마다 파격적으로 줄어든다. 당신이 신용이 0%로 줄어드는건 정말 한순간이다.

은행은 당신의 신용을 평가하고 점수로 매긴다.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고 공개도 안되지만 대략 999점 만점에 700점이 넘는 정도면 우량고객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기본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대략적인 추정을 해볼 수는 있다. 짚고 넘어갈건, 소득이 많다고 신용점수도 높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득이 많아도 신용이 형편없을 수도 있고 소득은 적지만 신용은 얼마든지 우수할 수도 있다.

먼저 은행은 당신의 은행거래 실적을 본다. 3개월 동안 당신 계좌의 평균잔액을 살펴보면 당신의 재정상황은 쉽게 드러난다. 당신은 100% 노출돼 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재빨리 빠져나가는 사람이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평균 잔액이 최소 30만원 이상 되지 않으면 신용카드조차 발급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도 신경써야 할건 신용카드 연체기록, 하루이틀의 연체도 치명적이다. 금액이 얼마든 5일 이상 연체하거나 단 하루라도 1만원 이상 두번만 연체하면 등급이 파격적으로 낮아진다. 연체를 밥먹듯이 하는 사람은 신용을 포기한 사람이다.

현금서비스도 신용에 치명적이다. 현금서비스를 받아야할만큼 재정상황이 안좋다는걸 은행에 알려주는 셈이다. 서너개 카드를 한꺼번에 돌려막고 있다면 등급이 10단계쯤 내려가도 할 말이 없다. 은행이 모를줄 아는가. 당신은 바로 다중채무자로 낙인찍힌다.

할부거래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은행은 당신이 왠만하면 일시불로 시원스럽게 거래하기를 원하고 그때 점수를 많이 준다. 상습적으로 할부로 돌리고 늘 할부 빚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줄 이유가 없다.

은행과 카드회사는 심지어 당신의 사용내역까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술집이나 유흥업소에서 카드를 긁어댄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카드깡의 의심을 받는 금은방이나 쌀가게 같은데도 마찬가지다. 은행과 카드회사는 할인점이나 주유소, 백화점 같은데를 좋아한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재정상황이 안정돼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스비나 전기요금 따위의 공과금이나 인터넷 전용선이나 휴대전화 요금 자동이체도 신용점수를 높여준다. 당신이 계획있고 안정적인 지출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대출 기록은 치명적이다. 대출은 물론이고 대출을 받으려고 한번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 어느 은행이든 당신의 신용을 한번 조회할 때마다 기록이 남고 기록이 많아지면 당신이 갑자기 돈에 쫒기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상호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같은데서 신용조회를 했다면 당신이 이미 갈데까지 갔다는걸 만천하에 알리는 셈이다.

정리하면 신용점수를 지키는 기본 원칙은 이렇다. 주거래 은행을 활용하고 평균 잔액을 확보해라. 신용카드는 정말 주의해서 써야 한다. 딱 한장의 카드만 계획적으로 쓰고 현금서비스와 연체는 절대 금물이다. 왠만하면 일시불로 거래하고 술도 줄여라.

신용카드는 근본적으로 외상 거래다. 씀씀이를 억제할 수 없는 사람은 아예 한도를 적당한 수준으로 낮춰두는 것이 좋다. 굳이 카드돌려막기 따위를 할 게 아니라면 가장 혜택이 좋은 딱 한장의 카드만 있으면 된다. 놀이공원이나 영화관, 패밀리 레스토랑 등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카드를 따로 들고 다녀도 좋지만 카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계획적인 소비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명심할 것.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카드가 무엇인가 살펴보고 필요없는 카드나 아는 사람을 통해 억지로 만든 카드는 일찌감치 꺾어버리는 게 좋다.

하나의 카드를 집중해서 쓰면 나중에 연말 정산할 때도 편하다. 연말정산할 때마다 서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한해 급여의 10%를 넘어서면 초과 금액의 15%를 돌려받을 수 있다. 연봉이 3천만원인데 만약 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초과금액 200만원의 15%인 3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해보면 알겠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연초에 꽤나 짭짤한 공돈이 된다.

결제 계좌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고 급여가 들어오는대로 마이너스를 메꾸도록 하면 자칫 실수로 연체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이 없고 당장 달마다 결제가 부담된다면 궁여지책으로 리볼빙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용 금액 가운데 일부만 결제하고 남은 금액은 다음달로 넘길 수 있다. 다만 리볼빙 서비스의 수수료는 연 14~19% 정도로 결코 싼 편이 아니니 남발하지 않는 게 좋다.

대략적인 신용정보는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 http://www.credit4u.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수료는 200원, 온라인 인증서를 발급받으면 연체정보와 특수기록정보, 대출정보, 현금서비스정보, 신용개설·발급정보, 채무보증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단한 정보는 없으니 크게 기대할 건 없다. 한국신용평가정보의 크레딧뱅크 http://www.creditbank.co.kr, 한국신용정보의 마이크레딧 http://www.mycredit.co.kr, 서울신용평가정보의 사이렌24 http://www.siren24.com도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이메일로 신용정보 변동사항을 통보받을 수 있으니 꼼꼼히 체크해두는게 좋다. 엉뚱한데서 일이 터져 어느날 갑자기 신용불량자가 돼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다시 강조하지만 신용은 곧 돈이고 재산이다. 수천만원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여성 포털사이트, 팟찌닷컴에 보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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