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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기초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1, 2006

한나라당 기초연금의 핵심은 개별적 수급권을 보장하고 1인 1연금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65세가 되거나 장애인이 되면 가입자 전체 평균소득월액의 20%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면 평균소득월액은 141만2428원, 20%면 28만2486원이 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에 따르면 기초연금의 목표 금액은 2인 가구 최저 생계비의 50%다. 2003년을 기준으로 60만9852원, 1인 기준으로 하면 30만4926원이다. 평균소득월액의 20%와 최저생계비의 50%가 얼추 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재원 조달의 방안이 뭐냐는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8조1120억원, 2010년 기준으로 17조1290억원. 2050년 기준으로 576억98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정도면 국민연금 못지않게 심각한 부담이 될 텐데 한나라당은 재원 조달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용하 교수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어떻게든 우리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할 몫이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공적부조로 해결할 경우 공적연금과 공공부조 비용을 합한 노인부양 부담이 기초연금 예산보다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손쉽게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된다고 하지만 이건 오히려 소득 재분배를 후퇴시키는 발상이다.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 등은 세금의 역진성보다 급여의 누진성이 훨씬 강력하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왜 직접세를 고민하지 않는가.

한림대 석재은 교수는 “부가가치세 방식의 기초연금이 근로연령계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가 많은 발상이다. 노령 계층의 실질 소득을 줄이는 효과는 왜 고려하지 않는가.

두 번째 문제는 이 논의가 공적연금의 축소로 변질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전체 기조는 국민연금의 급여를 낮추는 게 맞다는 쪽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안은 결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20%로 낮추고 거기에 기초연금 20%를 더하자는 것이다. 결국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줄어드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대안에 따르면 전체 공적연금의 규모와 혜택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체 국민들에게 동일한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공적부조가 수치심을 준다거나 부당하게 소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생계 걱정이 없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연금을 지급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노후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과 해결할 수 없는 사람, 공적부조가 꼭 필요한 사람과 없어도 되는 사람을 나눌 필요도 있다. 한나라당은 누구에게 공적부조가 더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공적부조가 더 필요한 사람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라면 문제가 많다.

국민연금의 논의에서는 또한 소득대체율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소득대체율 60%는 40년 동안 소득의 9%를 냈을 경우 평균 소득의 60%를 주겠다는 이야기다. 납입기간이 40년에 못미칠 경우 소득대체율은 줄어든다. 그나마도 사각지대가 많다. 소득대체율을 60%에서 20%로 줄인다는 것은 국민연금을 그야말로 용돈 수준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나라당의 대안에 따르면 저소득 계층은 30만원 미만의 기초연금에 의존해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실제로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의 국민연금도 물론 문제가 많지만 이런 방식의 기초연금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안은 고소득 계층의 부담을 줄이면서 결국 전체 파이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기초연금의 재원을 부가가치세로 마련할 생각이라면 소득의 역진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취지는 좋지만 자칫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적연금의 핵심은 사회적 연대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에는 사회적 연대가 부족하다. 언뜻 저소득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부담은 줄이면서 생색만 내는 방식일 뿐이다. 좀 더 본질적인 해법이라면 고소득 계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적연금의 누진비율을 높이는 것 밖에 없다. 사각지대를 해결하려면 고소득 계층이 그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여기에 사회적 연대와 합의, 그리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월요일에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주최로 열리는 국민연금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간다. 이 글은 토론 요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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