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툴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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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앤컴퍼니 노정석 사장이 테터툴즈의 개발자 정재훈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그 무렵 노 사장은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고 막연하기는 했지만 블로그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그러다가 테터툴즈를 알게 됐고 그 개발자를 수소문해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고 그래서 태터앤컴퍼니라는 회사가 만들어졌다.

테터툴즈는 설치형 블로그 툴이다. 블로그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치형 블로그 툴을 써서 직접 블로그를 만드는 것이다. 테터툴즈는 국내에서 개발된 블로그 툴 가운데 사용자가 가장 많다. 외국의 블로그 툴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터툴즈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설치가 쉽다는 것이다. 테터툴즈 홈페이지에서 압축 파일을 내려 받아 압축을 푼 다음 FTP 프로그램으로 호스팅 계정에 올려놓고 클릭 몇 번만 해주면 끝이다. 나만의 블로그를 만드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다른 외국 블로그 툴과 달리 한글 지원이 완벽하고 무엇보다도 공짜라서 매력적이다.

테터툴즈를 개발한 정씨는 애초부터 테터툴즈로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누구나 쉽게 블로그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테터툴즈를 프리웨어로 내놓았다. 노 사장이 정씨와 테터툴즈를 주목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테터툴즈가 아니라 테터툴즈가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봤던 것이다.

그리고 1년 뒤, 태터앤컴퍼니는 테터툴즈 1.0 정식 버전을 내놓고 소스 코드를 공개했다. 물론 테터툴즈는 처음부터 내내 프리웨어였지만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공짜였지만 테터툴즈의 개발은 개발자들의 몫이었고 사용자들의 참여는 제한돼 있었다. 주는 대로 받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제한이 모두 풀린 것이다.

노 사장은 소스 코드를 공개하면서 GPL(일반 공증사용 허가 General Public License)을 채택했다. 이제 누구든 테터툴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서 전혀 다른 더 좋은 기능의 블로그 툴을 만들 수도 있고 그걸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 물론 태터툴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GPL 원칙에 따라 소스 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태터앤컴퍼니가 태터툴즈에 갖고 있던 권리를 대부분 포기한 것이다.

“개인의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개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과 함께, 그리고 개인의 편에 서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노 사장의 이야기다. 요즘이야 한창 웹 2.0이니 시맨틱 웹이니 하고 떠들어대지만 태터앤컴퍼니는 창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이런 변화를 내다보고 준비해왔다.

태터앤컴퍼니가 태터툴즈 1.0 버전 출시와 함께 공개한 이올린이라는 사이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테터툴즈에 글을 쓰고 저장하면 자동으로 이곳에 그 글의 링크가 걸리게 된다. 노 사장에 따르면 하루에 평균 1700개의 새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하면 테터툴즈를 쓰는 다른 사용자들이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블로그의 최신 글 목록을 보여주는 서비스는 어느 포털 사이트에도 있다. 이올린이 다른 것은 사용자들의 직접 입력한 태그를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그는 주제를 나타내는 꼬리표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를테면 ‘파생상품’라는 태그를 붙여놓으면 다른 사용자들이 파생상품을 주제로 검색할 때 쉽게 당신의 글을 찾을 수 있다.

지역 태그 역시 흥미롭다. ‘삼청동’이라는 태그를 붙여놓으면 삼청동을 주제로 쓴 다른 사용자들의 글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게 된다. 삼청동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삼청동의 음식점 이야기나 공원 이야기, 데이트 정보도 있다. 이 카테고리에는 삼청동의 모든 것이 담기게 된다. 누구든 자기 동네의 이야기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올린은 자신이 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래서 이올린은 네이버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는 또 다른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곳에서는 신변잡기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정보와 분석이 인기를 끈다. 태터툴스와 이올린은 사용자들을 콘텐츠의 수요자에서 생산자로 이끌어 냈다. 태터앤컴퍼니의 잠재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은 더 많은 사람들이 태터툴즈를 쓰고 여기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태터툴즈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올린도 더욱 풍성해 질 거고 자연스럽게 돈 벌 기회도 생겨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태터툴즈의 소스 코드를 공개 한 것이죠.” 노 사장은 ‘크게 얻으려면 크게 버려야 한다’는 격언을 따랐다고 설명했다.

이제 프로그래밍 실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라도 마음대로 테터툴즈를 뜯어고칠 수 있다. 태터앤컴퍼니 입장에서는 수많은 자원봉사 프로그래머들을 공짜롤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태터툴즈는 더욱 좋아지고 사용자들도 계속 늘어나고 결국 이올린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이올린의 소스 코드도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이올린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가져다가 다양한 형태의 또 다른 이올린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레고 블록을 맞추는 것처럼 사용자들은 이올린의 소스 코드를 짜맞춰서 마음먹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올린에 갇혀 있지는 않지만 결국 어디서나 이올린을 쓰게 된다.

그게 바로 포털 사이트와 이올린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네이버는 사용자들과 그들의 콘텐츠를 울타리 안에 가둬두려고 한다. 규모와 범주가 크게 다르지만 태터툴즈 사용자들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그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든다. 네이버 사용자들은 네이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태터툴즈 사용자들은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다.

RSS가 도입되면서 변화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이를테면 친구들의 블로그를 모아 동호회 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고 파생상품이나 삼청동 등 특정 주제로 쓴 글을 실시간으로 자동 업데이트하는 사이트를 만들 수도 있다. 이제 콘텐츠는 특정 사이트를 벗어나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다시 결합되고 전혀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제 개인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판매하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다. 이미 ‘전업 블로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태터앤컴퍼니는 태터툴즈를 통해 개인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학교 과제 리포트나 디카 사진 등을 사고 팔 수도 있고 이올린에서는 그런 정보들을 묶어 게시하고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바야흐로 개인의 콘텐츠를 잡으려는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핵심은 네이버처럼 사용자들을 가둬놓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느냐 아니면 태터툴즈와 이올린처럼 사용자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즐기고 놀도록 만드느냐에 있다. 결국은 사용자들이 네이버에 만족하느냐 아니면 네이버 바깥의 더 큰 세상에 욕심을 내느냐의 차이가 된다.

“우리는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되려고 합니다. 콘텐츠를 끌어 모으고 쌓아두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우리를 통해서 흘러가도록 만드는 겁니다. 개인 사용자들과 그들의 콘텐츠를 붙잡으려는 헤게모니 싸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결국 누가 그 플랫폼을 먼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 되겠죠.”

노 사장은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경영공학과 94학번이다. 3학년이던 1996년 그 유명한 카이스트·포항공대 해킹 사건의 주역이기도 하다. 한동안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했고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0년이나 걸렸다. 1997년에는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인젠의 창업에 참여했고 2002년 인젠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벌어들인 돈이 태터앤컴퍼니의 창업자금이 됐다.

태터툴즈의 개발자였던 정씨는 네이트닷컴의 일본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태터앤컴퍼니에는 정씨의 공백을 메울 6명의 개발자가 새로 들어와 태터툴즈의 소스 코드 공개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태터툴즈를 내려받은 사용자는 모두 35만명에 이른다. 태터툴즈는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 판으로도 나와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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