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믿을 수 있나.

Scroll this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당신의 변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상대방의 변호를 맡게 된다면? 그를 믿고 모든 걸 털어놨는데 그가 당신의 약점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물론 이런 쌍방대리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먹고 먹히는 기업 인수합병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당신은 당신의 변호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론스타와 국민은행 쌍방대리, 과거 전력과 관련 의혹 솔솔.

국내 최대의 로펌(법률회사), 김&장법률사무소가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서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쌍방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무렵부터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 왔다. 론스타는 현재 외환은행의 지분 5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런데 최근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국민은행의 법률대리인을 김&장이 맡게 된 것이다. 사는 쪽과 파는 쪽을 동시에 대리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끝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김&장 쪽에서는 국민은행을 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미 알려진 만큼 알려진데다 숨길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김&장 관계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 같으면 론스타나 국민은행이나 우리에게 법률대리를 맡기겠느냐”는 것이다. 김&장의 법률대리는 극히 제한된 분야에 한정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동시에 대리?

김&장은 이밖에도 하나은행의 최대주주인 테마섹홀딩스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하나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함께 유력한 외환은행 인수 후보다. 테마섹과 엎치락뒤치락 최대주주 자리를 노리고 있는 골드만삭스 역시 김&장의 오래된 고객이다. 골드만삭스는 또 외환은행의 2대주주인 코메르쯔방크의 주간사이기도 하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곳곳에 김&장이 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김&장 관계자에 따르면 론스타는 미국의 스카덴앱스를 비롯해 해외 유수의 로펌에 법률대리를 맡기고 있고 국내에서도 김&장뿐만 아니라 여러 로펌과 동시에 계약을 맺고 있다. 그래서 김&장은 재무적 거래에 전혀 개입하지 못하고 핵심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국제적 업무를 포괄할 수 있는 국내 로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김&장에 의뢰가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장의 과거 전력을 보면 이런 쌍방대리는 문제의 소지가 매우 많다. 김&장이 최고의 실력을 갖춘 국내 최대의 로펌인 것은 분명하지만 IMF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자본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이익충돌의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장의 고객들 가운데는 외국계 금융자본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누구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대리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누구의 이해를 먼저 대리할 것인가.

김&장은 2003년 SK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때도 쌍방대리 문제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동시에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김&장이 SK그룹의 전반적인 재무현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얻은 핵심 정보가 소버린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장은 한 차례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 준 것일 뿐 소버린과는 법률자문이나 법률대리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김&장과 함께 최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이대순 당시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봐야 수수료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장의 역할이 더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세요. 소버린은 갑자기 나타나서 지분을 정확히 14.99%만큼 사들였습니다. 15%가 되면 SK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SK의 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축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기발한 전략을 누가 세운 것일까요.” 당시 소버린을 공식적으로 대리한 로펌은 법무법인 명인이었다. 그러나 명인은 외국 사건을 맡을만한 인력이나 능력이 안 됐다는 평가가 많다. 실무를 담당한 로펌이 따로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의혹은 꼬리를 문다. 최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소버린을 대리하게 되면 문제가 될 거라는 걸 김&장은 정말 몰랐을까. 이 변호사는 김&장이 실수를 한 것으로 본다. 명인 등의 뒤에 숨고 싶었겠지만 주식취득 신고가 늦어 서두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름이 드러나게 됐을 거라는 이야기다. 소버린은 10% 이상 주식을 취득할 경우 사전 신고토록 한 외국투자촉진법을 위반해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검찰이 소버린을 기소유예 처분한 것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소버린이 국내법을 잘 몰랐고 투자자들 피해가 없다는 점을 들어 면죄부를 줬다. ‘5%룰’을 위반할 경우 6개월 동안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관대한 조치였다. 소버린은 벌금 한푼 물지 않았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김&장의 쌍방대리를 문제 삼아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결국 조용히 넘어갔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내 최대의 소주 회사, 진로의 파산과 매각 과정에서도 김&장의 쌍방대리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는 김&장이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보인다. 2003년 4월 진로의 최대 채권자였던 골드만삭스는 법원에 진로의 파산 신청을 낸다. 문제는 골드만삭스가 한때 진로의 재정자문을 맡고 있었으면서 뒤로는 진로의 채권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김&장 역시 한때 진로를 대리했다가 나중에는 골드만삭스 쪽으로 돌아섰다. 진로는 1997년부터 김&장에게 구조조정 계획 전반에 걸쳐 법률자문을 받았다. 1997년 진로의 화의 신청을 끌어낸 것도 김&장이었고 2002년 외자 유치와 생수사업 부문 매각 등을 위해 자산 실사를 한 것도 김&장이었다. 누구보다도 진로의 재무현황과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김&장이 적대적 인수합병의 상대방으로 돌변한 것이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진로에 접근한 것은 1997년의 일이었다. 골드만삭스는 헐값에 쏟아져 나온 진로의 채권을 무더기로 매입하고 진로를 법정관리로 몰아붙인다. 액면가 1조4600억원의 채권이 2742억원에 넘어갔고 연 10%가 넘는 이자가 골드만삭스에게 빠져나갔다. 원금을 충분히 회수한 것은 물론이고 2005년 4월 진로가 하이트맥주에 팔리면서 골드만삭스는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의혹의 핵심은 왜 진로가 화의 상태에서 법정관리와 파산으로 치닫았느냐는 것이다. 2003년에는 두 가지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하나는 진로 장진호 전 회장의 횡령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판이었고 다른 하나는 진로의 파산 신청에 대한 재판이었다. 화의와 법정관리의 차이는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겨두느냐 박탈하느냐의 차이다. 그런데 그해 9월 장 회장이 재판 도중 구속되면서 진로는 자연스럽게 법정관리와 파산으로 가게 된다.

그때쯤 해서 김&장은 완전히 골드만삭스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처음에 부장판사 출신의 개인 변호사인 김모 변호사를 내세웠지만 재판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얼굴마담이었을 뿐 모든 실무를 김&장이 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죽하면 재판장이 “당신은 잘 모를 테니 김&장에게 물어보고 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법원에 제출된 팩스에 김&장의 발신번호가 찍혀있어 증거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진로의 변호를 맡았던 고형식 변호사는 “50% 이상의 채권자들이 파산 신청을 반대했는데도 재판부가 굳이 파산을 결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채권자들이 동의서까지 제출하면서 채무구조 개선을 위한 시간을 주자고 요청했는데도 재판부는 당시 경영진에게 경영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가 2004년 4월, 1년 뒤에 3조4천억원에 팔린 진로의 자산가치를 당시 법원은 1조2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진로의 운명은 여기에서 갈렸다.

이대순 변호사에 따르면 1997년 화의 개시 이래 진로는 해마다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높은 연체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왔다. 화의 조건이 가혹했을 뿐 자력갱생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였다는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장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구속이 결국 진로의 파산을 불러왔다”며 “당시 법원의 결정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 과정에 김&장의 인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알았을까.

또 다른 의혹은 김&장이 골드만삭스에게 진로의 내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진로홍콩이 발행하고 진로가 보증한 2800만달러 규모의 금리연동부채권(FRN)을 비밀리에 사들인다. 진로홍콩은 진로의 100% 자회사면서 진로재팬의 100% 주주이기도 하다. 이대순 변호사는 “당시 이런 소유구조의 내막을 알 수 있는 루트는 김&장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자의 자격으로 진로홍콩에 대해 파산신청을 낸 뒤 진로재팬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진로재팬의 상표권을 압류하기도 했다. 만약 진로가 진로재팬을 제때 매각할 수만 있었으면 파산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절묘하게 진로의 약점을 잡아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과다한 변제를 요구하면서도 진로재팬이나 아크리스백화점 등 보유자산의 매각을 반대하고 파산으로 몰아가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한때 진로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전모 변호사는 “장 전 회장은 이미 아웃된 상황에서 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는 경영진을 아웃시키고 회사라도 살려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진로와 골드만삭스의 쌍방대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할 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광범위한 인맥, 회전문 현상.

김&장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장 관계자는 론스타를 대리한 것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직후부터라고 밝혔다. 김&장의 이름이 처음 드러난 것은 그해 9월 론스타가 주식초과보유승인신청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면서부터다. 그 이전에 론스타를 대리한 로펌이 어디였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 재경부나 금감위도 밝히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은 결국 금감원이 내놓은 비관적 시나리오의 근거가 된 팩스 5장이 어디서 왔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금감위는 이 정체불명의 팩스 자료를 근거로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판단했고 예외기준을 적용해 매각을 승인했다. 2003년 7월 25일에 금감원으로 전송된 이 팩스에는 표지도 없고 송수신인 이름도 없다. 뒷자리가 지워진 “729”라는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숫자가 찍혀있을 뿐이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관련 광범위한 문서검증을 마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이 팩스는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는 삼정회계법인이나 김&장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의원 등은 이 사건을 정권 차원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보고 있다. 팩스의 출처와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이 사건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치열한 정치 공방 끝에 이 사건은 최근 검찰에 넘겨져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론스타와 김&장의 인맥관계에도 주목한다.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및 부총리가 당시 김&장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재경부 장관을 맡았다가 물러나서 2001년부터 이 회사의 고문으로 일해왔다. 이 전 부총리는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과는 중학교 선후배 사이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수출입은행의 이영회 행장도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한명이다.

김&장에는 이 전 부총리뿐만 아니라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동민 전 법무부 보호국장, 김회선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등 쟁쟁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왔다. 한덕수 총리 역시 김&장의 고문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밖에도 원봉희 전 재경부 금융총괄국장, 현홍주 전 주미대사, 구본영 변호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서영택 전 건설부장관 등이 김&장을 거쳐갔거나 재직중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직후인 2003년 12월, 김&장의 김형민 자문위원을 외환은행의 상무로 전격 발탁하기도 했다. 이른바 김&장을 들어오고 나가는 인맥을 통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로 있는 이찬근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김&장을 중심으로 한 파워엘리트들의 담합 의혹을 파헤치는 게 외환은행 불법 매각 수사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쌍방대리 제한 규정 모호.

변호사법 31조에는 수임제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수임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을 맡는 일이 제한된다. 동일 사건의 경우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제한되고 다른 사건의 경우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 또한 공무원이나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도 맡을 수 없다. 이밖에도 변호사 윤리장전 17조 1항은 현재 수임한 사건과 이해가 저촉되는 사건의 수임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17조 3항에서는 의뢰인의 양해 없이는 대립되는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수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8조에서는 과거 수임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포괄적으로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모두 소송 사건의 경우에만 한정된다. 단순한 법률자문이나 기업의 매각 또는 인수합병 등의 법률대리만 맡는 경우는 아무런 수임제한 규정이 없다. 외환은행 매각의 경우처럼 매수주체와 매도주체를 동시에 대리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의 고형식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소송 사건뿐만 아니라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s)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변호사협회(ABA)의 모범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에 따르면 미국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이익과 반대되는 이익을 갖는 사람을 위해 활동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익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는 바로 사임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로 있는 하창우 변호사는 “소송 사건이 아니라면 외환은행 매각의 경우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이해관계가 대립하지 않는 범위에서 쌍방대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을 중개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하 변호사는 “쌍방의 이해와 동의가 전제돼야 하고 변호사는 쌍방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8 Comments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