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의 꿈을 꾸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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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을 떠나 진주산업대 교수로 옮겨가는 박종현 입법연구관을 만났다. 햇볕이 드는 도서관 앞마당 벤치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 짐 정리 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박 교수의 말처럼 정치적 판단을 떠나 자본시장의 성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멀리 내다보고 대안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 한계를 바로 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두가지 양극화가 있다.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 그리고 가계와 기업의 양극화다.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노동자들은 가난해지는데 가계는 가난을 벗어날 수도 있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 통과에서 보듯 노동과 자본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자본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딛고 성장한다. 바야흐로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정부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지가 없고 노동자들이 먹고 살기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그런데 자본시장이 확산되면서 돈 벌 기회는 늘어난다. 또는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의 가치는 줄어들지만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는 꾸준히 불어난다. 노동자들은 이제 자본가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지런히 저축을 해서 자본시장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양극화는 축소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자본시장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퇴직연금과 적립식 주식투자, 그리고 생명보험, 이밖에도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외환보유액과 이를 운용할 한국투자공사(KIC) 등등. 가계 수입은 물론이고 엄청난 규모의 세금이 자본시장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우리는 노동자면서 동시에 자본가다.

문제는 노동자의 이해와 자본가의 이해가 상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계적으로 가계는 돈을 벌지만 주식과 부동산이 없는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동북아 금융 허브니 자본시장 통합법이니 하는 자본가들의 허황된 꿈,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등의 말도 안 되는 잠꼬대를 경계해야 한다. 통계적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신이 노동자라면 말이다.

참고 : 한국판 골드만삭스, 그 무모하고 허황된 꿈.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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