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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 시대의 생존 전략.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8, 2006

웹 2.0이 정보기술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조금 뒤늦은 감은 있지만 새로운 문제의식과 전망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굳이 정보기술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도 웹 2.0의 논의는 변화하는 시대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21’은 2월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성황리에 열렸던 웹 2.0 컨퍼런스 코리아를 지상중계한다. 코리아인터넷닷컴이 주최하고 ‘이코노미21’이 후원사로 참여한 이번 행사는 이틀 동안 1천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웹 2.0의 기본 개념은 ‘이코노미21’ 285호 커버스토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번 기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와 생존전략을 담는다.

할머니가 114 안내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저, 못된 소리를 갈치는 곳이라는디, 도대체 못된 소리를 뭐하러 배우는겨. 하여간 좀 찾아줘.” 컴퓨터가 할머니의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114 안내원은 잠깐 고민하기는 했지만 곧 답을 찾아냈다. 할머니가 찾던 전화번호는 몬테소리 유치원이었다. 웹 2.0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웹, 더 편리한 웹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는 그래서 웹 2.0을 아예 검색 2.0으로 풀이한다. 검색의 패러다임이 달라졌고 여기서부터 웹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컴퓨터는 할머니에게 몬테소리 유치원을 찾아줄 수 없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와 콘텐츠를 다루는 새로운 방식이다. 사용자들의 참여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가 모여 못된 소리를 몬테소리로 해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전 대표가 구글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는 더 많은 링크를 받는 페이지가 상위 검색순위에 올라가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불특정 다수 사용자들의 집단지성이 반영된다. ‘참담한 실패(miserable failure)’라는 단어가 미국의 백악관 홈페이지로 연결되고 ‘학살자’라는 단어가 전두환 전 대통령 소개 페이지로 연결되는, 이른바 구글 폭탄도 그래서 가능하다.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웹 2.0이 아니라 오히려 PC통신 2.0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참여는 있으나 집단지성은 없고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은 있으나 너무 폐쇄적이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콘텐츠도 없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싸이월드에 무슨 집단지성이 있습니까. 옛날 하이텔이나 천리안이 모양만 바뀐 것뿐이죠. 사진이나 올리고 일촌 찾아다니면서 댓글이나 달고. 이건 웹 2.0과 한참 거리가 멉니다.”

전 대표가 보기에 우리가 웹 2.0이 아니라 PC통신 2.0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포털만 있을 뿐, 제대로 된 검색 서비스가 없고 둘째, 포털을 벗어나면 검색할만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셋째, 포털이 사용자들을 가둬두고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 참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네이버 지식인이 온통 ‘퍼온’ 글로 가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우선은 억지로 참여를 끌어낼 것을 고민하지 말고 검색되고 싶어 하도록 만들라고 조언했다. “TV에서 이효리 생방송 공연이 나가고 나면 한 시간도 안 돼서 네이버에 이효리 동영상이 올라옵니다. 이 사람은 아는 거죠. 이효리 동영상을 올리면 네이버에서 이효리를 칠 때 바로 검색이 되고 다른 사용자들이 자기 블로그로 몰려올 거라는 것을 말이죠. 이런 욕망을 읽어내야 합니다.”

전 대표에 따르면 검색되고 싶다는 욕망이 웹 2.0의 출발이다. 돌아보면 최근의 블로그 문화 역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한다. 자신을 더 잘 드러내고 싶으면 다른 어느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블로그를 채워야 한다. 그런 욕망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그런 콘텐츠가 충분히 쌓여야 본격적인 웹 2.0이 가능하게 된다.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핵심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참여의 방식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을 비롯한 국내 포털 사이트의 폐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졌다. 전 대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내부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변화하지 못하면 결국 공룡처럼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도 곁들였다. SK커뮤니케이션즈 황현수 과장도 “네이버 지식검색은 1%의 참여와 9%의 전달로 나머지 90%가 혜택을 보는 기묘한 집단지성의 형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윤석찬 팀장은 사용자 참여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는다. “미디어다음의 아고라나 텔레비죤 같은 서비스를 보면 사용자들의 참여가 폭발적입니다. 미국에서도 싸이월드와 비슷한 마이스페이스가 뒤늦게 뜨는 것 보십시오. 이제야 미국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웹 2.0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걸 발전시켜서 글로벌한 모델로 만드는 것입니다.”

윤 팀장은 그래서 웹 2.0은 글로벌라이제이션 1.0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냥 비관할 것도 없지만 분명히 변화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윤 팀장은 웹 2.0의 세가지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인간 중심의 시맨틱 웹. 컴퓨터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표준화·구조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좀 더 직관적이고 가벼운 전달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오픈 소스와 오픈 스탠다드. 누구나 쉽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레임워크가 제공돼야 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 소스와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는 게 좋다. 더 많은 참여가 더 많은 가능성을 낳기 때문이다. 셋째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 API를 공개해 능동적인 참여를 끌어내고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사용자들의 욕구를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엑스피니티 염동훈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웹 2.0을 설명했다. 다들 태그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태그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AJAX는 어떤가. 소셜 네트워킹은 또 어떤가. 소셜 네트워킹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있는가. 구글 애드센스? 과연 애드센스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이 될까. 플리커나 딜리셔스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회사를 만들어 구글이나 야후에 팔아넘기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수익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염 대표는 성공한 웹 2.0 모델의 조건을 일곱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가장 먼저 뛰어들어야 하고 진입장벽이 높아야 한다. 누구라도 흉내낼 수 있는 뻔한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둘째, 탈중심화된 모델이어야 한다. 가능하면 상위 20%를 과감히 포기하고 하위 80%의 광범위한 사용자들을 잡아라. 중앙보다 주변부가 더욱 중요하다. 셋째, 참여하는 만큼 되돌려 줘라. 보상이 없다면 지속적인 참여를 담보하기 어렵다.

넷째, 구전 마케팅을 최대한 활용하라. 입소문을 탈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라. 돈 들여 하는 TV나 신문 광고보다 낫다. 다섯째,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라. 사용자들은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가지 못한다. AJAX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섯째,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라. 일곱째, 유동성을 확보하라. 거래가 충분히 많이 일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염 대표는 특히 아마존을 참여와 공유, 개방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아마존의 가장 큰 경쟁력은 불특정 다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붙여놓은 서평과 별점이다. 사용자들이 붙여놓은 태그는 당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의 책을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고르러 들어갔다가 몇 차례 클릭을 계속하다 보면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다른 어떤 인터넷 서점도 아마존의 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흉내 내지 못한다.

아마존의 제휴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은 누구나 아마존의 판매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아마존의 판매 시스템을 그대로 끌어다 전혀 다른 새로운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 결제는 아마존에서 이뤄지는데 아마존은 수수료만 챙기고 모든 매출을 고스란히 당신에게 보내준다. 그야말로 플랫폼의 역할만 하는 셈이다. 이런 제휴 쇼핑몰이 세계적으로 수십만개에 이를 정도다.

책뿐만 아니라 살 사람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곳에 올려놓고 팔 수 있다. 이런 제휴 프로그램으로 아마존은 수수료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사용자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아마존은 이밖에도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이를테면 언론사 사이트에 기사마다 관련 서적의 정보를 링크로 연결하고 실제로 구매가 이뤄질 경우 수수료를 나누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염 대표는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사례로 스팟러너라는 회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전국에 걸쳐 원하는 지역과 원하는 시간에 TV 광고를 내보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클릭 몇 번으로 직접 TV 광고를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광고 단가가 매우 낮다.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광고하기를 원하는 소규모 기업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실패 사례로는 태그월드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마이스페이스라는 기업을 본떠 AJAX와 태그,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등 온갖 웹 2.0 어플리케이션을 결합해 재미있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결국 사용자들을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없다면 재미만으로는 사용자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 재미있는 사이트가 나타나면 사용자들을 한꺼번에 뺏기게 된다.

오피니티 아시아퍼시픽 한상기 대표는 사람들이 웹 2.0에 열광하는 이유를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단숨에 대형 포털 사이트를 따라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정보기술 거품 때와 비교하면 인프라 비용이 훨씬 낮아졌고 시행착오의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틈새시장 하나만 잘 파고들어도 수십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몇 년 전보다 훨씬 적은 자금으로 말이죠.”

한 대표는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후발업체들에게 추격을 당할 위험이 크고 수익모델도 검증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보기술 업계가 일부 경험을 통해 지나친 오만과 편견에 빠져있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혁신적인 벤처기업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며 “개발·전략그룹의 관심과 벤처캐피털의 선도적 모험투자, 포털사이트의 인수합병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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