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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업에 소유구조만 민영화 : KT&G의 비극.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1, 2006

2월 9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KT&G(옛 담배인삼공사)의 기업설명회.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비롯해 증권사와 투자신탁회사 등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러나 곽영균 사장은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지 않았다. 다분히 형식적인 프리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이 끝나고 곽 사장이 서둘러 빠져 나가자 몇몇 기자들이 그 뒤를 쫓았다. 승용차에 올라타기 직전 기자들이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았다.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다 주고 나면 나중에 뭘 주겠습니까.”

세계적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KT&G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아이칸은 사흘 전인 2월 6일, 계열회사들을 동원해 KT&G의 지분 6.6%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밝힌 지분매입사유는 ‘경영 참여’였다. 아이칸은 곧바로 보유자산의 처분과 자회사의 상장,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경영 참여에 나섰다. 곽 사장을 비롯해 KT&G 경영진이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했다.

KT&G가 이렇게 경영권 위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주인 없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KT&G의 최대주주는 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프랭클린뮤추얼펀드, 2대 주주는 2월 6일 기준으로 6.6%를 새로 사들인 아이칸과 그의 계열 펀드들이다. 국내 주주로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은행(5.6%)이 유일하다. 지배적인 주주가 없다보니 KT&G는 이런 경영권 위협에 늘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이칸의 요구는 물론 주주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요구다. 곽 사장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칸의 요구가 지나치게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먼저 보유 부동산을 팔라는 요구부터 보자. KT&G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장부가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3240억원에 이른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1조1041억원 규모다. 아이칸은 이 가운데 팔 수 있는 것을 팔아서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KT&G가 밝힌 유휴 부동산은 4개 공장과 원료 부지 등 73만평방미터로 장부가로는 571억원, 공시지가로는 2936억원 규모다. 곽 사장은 “서둘러 팔려고 내놓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개발 후 매각하는 것이 주주 이익 극대화에도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에 매각한 동대문 지점 부지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33억원 밖에 안 되지만 개발 후 매각으로 164억원을 남길 수 있었다.

100%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상장 역시 마찬가지다. 인삼공사를 공개 상장하고 공모 자금이 들어오면 KT&G의 이익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분 비율이 줄어들면 인삼공사의 실적 가운데 KT&G에 반영되는 이익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KT&G의 담배 사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인삼공사는 매출과 이익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4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무려 34.8%나 된다.

곽 사장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인삼공사는 매출 및 이익 기여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장 안하는 게 오히려 주주들에게도 좋다”며 아이칸의 요구를 일축했다. KT&G는 인삼공사 뿐만 아니라 영진약품이나 YTN, 바이더웨이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이칸은 업무와 무관한 이들 주식을 모두 매각해 기업 가치를 더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삼공사를 포함하면 모두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아이칸은 KT&G의 주요 주주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칸이 과연 언제까지 KT&G의 주요 주주로 남아있을 것이냐다. 배당을 늘려 받고 주가를 띄워서 시세차익을 얻은 다음 빠져 나가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곽 사장 등 KT&G의 경영진이 반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업의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바란다면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칸의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주주가 기업의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다. 보유자산의 처분방식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요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결국 KT&G와 아이칸의 대립은 표 대결로 갈 수밖에 없다. 아이칸이 주총을 앞두고 위임장 확보에 나선 것이나 KT&G가 기업은행 등에 백기사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이칸을 비롯해 주주들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경우 흔히 위협만으로도 주가가 마구 뛰어 오르는 데다 경영진을 위협해 배당을 늘리거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주주들 이익도 늘어난다. KT&G처럼 주인 없는 기업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문제는 이 이익이 단지 KT&G 주주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래서 이번 KT&G 사태는 2003년 소버린의 SK 경영권 위협 사태와 다르다.

KT&G는 2004년 기준으로 1년에 56억6800만갑의 담배를 팔아 2조587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담배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9%에 이른다. KT&G는 2004년에 2조6534억원 매출에 7115억원의 영업이익과 47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담배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대략 평균하면 한갑을 팔아 457원이 들어오고 이 가운데 81원이 이익으로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배당이다.

KT&G는 2004년 2073억원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다시 정리하면 담배를 한갑에 평균 457원에 팔면 81원이 남는데 이 가운데 36원을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내줬다는 이야기다. 2004년 기준 KT&G의 배당성향은 50.2%에 이른다. 이 정도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빠져나간다. 2월 10일 기준 KT&G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61.1%에 이른다.

문제는 KT&G가 정부가 보장하는 독점적 사업자라는 데서 비롯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시장을 독점하고 그 이익을 모두 세원으로 활용했지만 민영화 이후 이제는 정부가 한 기업의 독점을 보호하고 그 이익을 주주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챙겨가는 상황이 됐다. 이들이 챙겨가는 배당은 담배 재배 농가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담배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담배 값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도 소비자들은 저항할 방법이 없다.

자회사인 인삼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삼공사가 해마다 엄청난 이익을 내는 건 인삼을 농가에서 사들이는 것보다 훨씬 비싸게 팔기 때문이다. 인삼공사의 매출과 이익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업구조가 가능한 것은 인삼공사가 국내 인삼시장을 법적으로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칸을 비롯해 KT&G 주주들이 받아가는 엄청난 배당 가운데 상당부분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곽 사장 등 KT&G 경영진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배당을 주는데도 주주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아이칸은 배당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알짜배기 보유자산을 내다팔라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겨우 6.6%의 지분을 들고 이사 9명 가운데 3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나섰다. 이게 모두 KT&G가 주인 없는 기업이라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KT&G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고민하는 주주들이 없다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KT&G의 비극은 1998년 이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1999년 10월 KT&G 민영화 이후 70%에 이르던 정부 지분을 거의 모두 내다팔았다. 정부는 KT&G 뿐만 아니라 KT와 포스코, 국민은행, 한국전력 등 알짜배기 공기업들을 잇달아 주식시장에 상장시켰고 그 과정에서 지분 비율을 계속 줄여나갔다.

다시 정리하면 KT&G는 독점적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유구조만 민영화됐다. 그 이익은 모두 주주들에게 돌아갔고 특히 그 대부분을 외국인 주주들이 챙겼다. 이게 바로 공기업 민영화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독점의 정도는 다르지만 KT나 포스코, 국민은행, 한전 등 비슷한 시기에 민영화한 공기업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배 주주가 없는 이들 민영화한 공기업들은 언제라도 KT&G처럼 경영권 위협에 놓일 수 있다.

KT&G의 경영권 위협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경영대학원 교수는 “KT&G는 공공성이 약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 공격을 받는다고 해서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일축한다. 한마디로 담배회사가 무슨 공공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 게임의 법칙에 따라 주총에서 주주들이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KT&G 사태를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평가한다. “논의를 공기업 민영화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KT나 다른 공기업들은 모두 제때 제값 받고 잘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달한 외화 덕분에 IMF 외환위기도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뒤가 다르면 안 되죠. KT는 아직도 민영화가 제대로 안 된 경우죠. 정부 간섭을 더 배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정승일 겸임교수는 이런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정 교수는 KT&G와 KT가 지난해 참여연대로부터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을 지적한다. 정 교수는 “KT&G의 이번 사태는 결국 참여연대 등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지배구조 개선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공공적 또는 독점적 성격의 기업을 대책 없이 민영화하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정 교수는 “아이칸 같은 주주들의 이해가 기업의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과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재벌 체제가 절대적인 대안이 아닌 것처럼 주주가치 극대화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정 교수는 오히려 “주주 자본주의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에 약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뿐 KT 역시 주주들에게 휘둘리기는 마찬가지다. KT는 지난해 중간 배당을 포함해 한주에 3천원씩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총액으로는 6369억원, 지난해 당기순이익 9983억원의 63.8%에 이르는 규모다. KT는 2003년과 2004년에도 각각 4215억원과 6323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이밖에도 남중수 사장은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 2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KT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365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바 있다. 올해 계획까지 포함하면 5년 동안 무려 1조6천억원 가량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투입됐다는 이야기다. 배당까지 포함하면 5년 동안 주주들에게 돌아간 이익은 거의 4조원에 육박한다. 그 가운데 상당부분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간 것도 KT&G와 비슷하다. 2월 10일 현재 KT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46.4%에 이른다.

KT&G가 독점적 사업구조로 이익을 낸다면 KT는 공기업 시절에 구축했던 광범위한 통신 인프라로 이익을 낸다. 유선전화를 비롯해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 경쟁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KT의 이런 통신 인프라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낸 통신 인프라가 민영화 이후 주주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공기업 시절 KT의 주인은 정부와 국민들이었는데 이제는 주주들이다.

이해관 전 KT 노동조합 부위원장은 KT의 민영화와 주주 가치 극대화에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1995년 노조 파업을 주도하다가 해고된 그는 KT가 민영화 이후 대규모 감원과 편법 보조금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익을 늘려왔다고 주장한다. “KT는 서비스를 개선하기 보다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는 데만 주력해 왔습니다. 주주들의 이익은 늘어났겠지만 서비스의 요금은 더 올랐고 질은 더 떨어졌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KT의 놀라운 실적과 엄청난 배당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민영화 이후 2003년까지 KT에서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노동자는 무려 1만6790명에 이른다. 2003년에는 전체 직원의 12.6%가 명예퇴직으로 떠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온갖 노동탄압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그렇게 절감된 비용은 고스란히 인위적인 주가 부양과 주주들 배당으로 빠져나갔다.

이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2월 수도권과 부산·대구 지역의 전화불통 사태를 KT 민영화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로 꼽는다. 지난해 사태는 유지보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KT가 필요한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꺼렸기 때문이다. “KT는 돈 안 되는 사업에는 최소한의 설비투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수익성에 눈이 멀어 공공성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겁니다. 툭하면 인터넷 종량제를 들고 나오는 것도 그렇게 보면 이해가 쉽죠.”

물론 민영화된 KT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KT의 통신 인프라와 수익구조는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태생적으로 공공성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한화증권 진창환 연구원은 “KT가 공공의 자산을 독점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산업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유효경쟁이라는 차원에서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 연구원은 KT가 최근 2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주주들이 이 정도로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동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 절하했다. 진 연구원은 또 “KT 역시 지배주주가 없어 경영권 위협에 취약하지만 외국인 지분 한도가 49%로 묶여 있는 데다 기간통신 사업자로 지정돼 있어 최악의 경우 정보통신부 등이 마냥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국인 지분 비율이 70%를 웃도는 포스코의 경우는 경영권 위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가뜩이나 최근 세계적으로 주요 철강 업체들의 인수합병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대신증권 문정업 연구원은 “포스코도 얼마든지 아이칸 같은 투기자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기관 투자자들 지분 비율을 늘리거나 평소에 주주들에게 잘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금주나 차등의결권, 독약처방증권 제도 등 경영권 보호장치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황금주는 단 1주만 있어도 절대적인 의결권을 갖는 주식으로 보통 정부가 소유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황금주 제도는 인수합병을 위축시키고 경영진을 매너리즘에 빠뜨리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보유 년수에 따라 차등해서 의결권을 주는 방식이라면 효율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오연천 교수도 “지나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최후의 수단으로 제도 하나쯤은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주주의 이익이라는 보편적인 가치와 공공의 이익과 충돌하는 특별한 경우로 한정하되 특히 KT나 포스코 같은 국가 기간산업에 이런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KT의 경우 자사주 물량을 제외하면 외국인 지분이 법적 한도인 49%를 훨씬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전략적 기업군을 선정하고 외국인 지분한도를 단계적으로 낮춰가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적극 활용해 이들 전략적 기업군의 공공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KT&G, 주가는 어떻게 될까.

KT&G가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동안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당신이 주주라면 관전 원칙은 이렇다. 아이칸이 주총 표 대결을 노리고 주식을 더 살 것 같으면 주가는 오른다. 만약 아이칸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자회사를 상장시키기로 정리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해서 사태가 마무리될 것 같으면 주가는 떨어진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게 시장의 현실이다. 시장은 일단 아이칸의 편이다.

최근 사태와 별개로 KT&G의 주가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화증권 박희정 연구원은 “주가가 크게 빠질 위험은 없는 반면, 펀더멘털은 매우 좋고 게다가 경영권 분쟁까지 겹치면서 오버 슈팅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적어도 주총 전까지는 오를 것 같다”며 “지금 시점에서 충분히 매수할만한 가치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푸르덴셜투자증권 홍성수 연구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단기적으로 시장가치를 올릴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핵심역량과 자산 분산으로 펀더멘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아이칸이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 이상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지 않는 이상 큰 변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동부증권 차재헌 연구원도 “KT&G의 지배구조는 현재로서도 충분히 투명해 장기적인 주주가치 중심 경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 연구원은 “아이칸이 원하는 무리한 자산매각보다는 중장기적 개발이익 극대화가 기업가치 상승에 더 현실적이며 인삼공사 상장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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