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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 검찰로 간다.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0, 2006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이 결국 검찰수사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의 지분 매각도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문서검증반은 오는 13일 외환은행 매각 관련 문서검증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가 전체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은 정치권을 떠나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외환은행이 다시 화제의 중심에 떠오른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국민은행을 비롯해 국내외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둘째,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2003년 11월 외환은행 매각이 결국 불법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크고, 셋째, 국세청까지 나서서 탈세혐의 조사를 벌이고 있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때문이다.

먼저 국민은행이 2월 7일부터 외환은행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고 온라인 데이터룸을 활용해 본격적인 실사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다음날인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은행이 국내에서는 리딩뱅크라고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절름발이”라면서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베트남이나 카자흐스탄 등 해외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최대 변수는 3월에 있을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결과다. 국민은행의 경영평가등급은 현재 3등급인데 이 경우 자회사 출자한도가 자기자본 11조8천억원의 15%인 1조7700억원으로 묶이게 된다. 최소 4조에서 많게는 7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외환은행 인수대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만약 이번 검사 결과 2등급을 받게 되면 출자한도가 30%인 3조50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출자한도만 늘어난다면 현재로서는 국민은행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외부 자금조달 없이 자체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 1위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270조6천억원으로 2위인 신한은행(160조원)과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리딩뱅크가 되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외환은행 인수의 시너지 효과가 4조7천억원에 이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하나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아직 비밀유지약정조차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하나금융지주는 탈락했다고 보는 분위기가 많지만 아직 변수는 있다.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지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고 일부에서는 DBS(싱가폴개발은행)가 대주주인 테마섹홀딩스와 연계해 하나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HSBC(홍콩상하이은행)도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인수전의 최대 변수는 역시 정치권과 검찰의 움직임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문서검증반은 이미 지난해 10월 외환은행 매각 관련 문서검증을 끝내고 지난해 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논쟁이 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기자본비율 전망의 산출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가, 둘째,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었는가, 셋째, 이강원 전 행장 등이 론스타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 등이다.

문서검증반에 참여했던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일 회의에서 이 가운데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추후 제도를 보완하기로 여야 합의가 끝났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외환은행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와 잠정 보류돼 있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일주일 정도만 보고서 채택을 미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불법매각 의혹과 관련해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더 적극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300페이지 분량의 외환은행 보고서를 내기도 했던 최경환 의원은 이번 문서검증 보고서가 채택되면 곧바로 특검이나 검찰조사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도 같은 입장이다. 문서검증반은 열린우리당 2명, 한나라당 2명, 민주노동당 1명, 모두 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결국 현재로서는 보고서 채택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제창 의원실 관계자도 “이렇게까지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여당도 굳이 야당의 요구를 반대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노무현 정부의 최대 비리사건으로 보고 지방선거나 다음 대선까지 정치 쟁점으로 끌고 나갈 계획이다. 만약 외환은행이나 이 전 행장 등이 다음 회의 때까지 획기적인 소명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면 외환은행 불법 매각 논란과 뇌물 수수 의혹은 결국 검찰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외환은행 매각의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단순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이미 론스타는 극동건설과 스타타워 등의 매각과 관련해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면 론스타는 50.53%의 지분 가운데 10% 이상의 지분 40.53%를 6개월 안에 강제 매각해야 한다.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도 전면 제한된다. 물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고 론스타가 이에 불복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론스타의 지분 매각은 크게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경환 의원 등이 “국세청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 일정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 의원은 이번 보고서가 채택되면 당장 검찰에 고발하고 매각 일정을 전면 중단시키는 한편 더 나아가 2003년의 매각을 원천 무효화한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론스타는 원금만 챙기고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론스타가 빠져 나간 뒤 펀드를 해산하고 나면 과세대상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심 의원은 과세원칙을 먼저 정한 뒤에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이니 갈 길이 바쁜 론스타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매각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때 론스타가 일정을 앞당겨 3월 안에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사작업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가격 협상, 금감원의 승인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외환은행의 매각은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론스타는 2월 6일 엘리스 쇼트 부회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매각작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동안 극도로 언급을 꺼려왔던 론스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자료에서 쇼트 부회장은 “소수의 국내외 견실한 금융기관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한국의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환은행 회생과 실적 개선에 기여한 공헌을 언급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외환은행, 독자생존도 가능할까.

지난달 26일 김재기, 허준, 장명선, 홍세표, 이갑현 등 외환은행 전임행장 5명이 몇몇 일간지에 신문 광고를 냈다. 이들은 ‘외환은행 매각상황에 대한 전 임직원의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외환은행이 국민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호적인 자금 모집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외환은행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외환은행은 경영실적과 재무구조 측면에서 합병대상이 될 이유가 없는 만큼 외환은행 지분매각은 국민경제에 가장 바람직한 방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지금 인수전에 나선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 등이 외환은행을 합병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없고 금융 불안만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에는 한국노총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을 보장할 것을 정부 당국과 각 은행 경영진, 론스타 펀드 등에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 공익성 자본과 국내외 금융자본 등이 론스타 지분을 분산 인수하는 방안을 비롯해 외환은행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해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노조 역시 “독자 생존을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결국 자금 모집이다. 론스타의 지분 시가총액은 5조원에 육박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거론되고 있는 매각가격은 7조원 정도. 전임 행장들이나 노조가 이런 큰 자금을 동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동원, 국민주 모집 등의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적 관심과 정치적 해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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