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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가두리 양식장이 만든 새로운 게임의 규칙.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5, 2023

이 글은 “저널리즘 생태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7가지 키워드”라는 제목으로 쓴 글 가운데 3장이다. 전문은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펴낸 ‘한국 언론 직면하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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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무렵, 한 건설회사 홍보 담당 임원을 만나 밥을 먹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개 신문에 분양 광고를 전면으로 내는데 1억 원이 들었는데, 하루 종일 전화가 30통도 안 오더라고요. 그런데 네이버에 기사를 걸기로 하고 1000만 원을 줬더니 네이버 1면에 한 줄짜리 기사 제목이 5시간 노출됐는데 전화가 300통이 왔습니다. 하루 종일 불통이 났죠. 비용은 10분의 1인데 효과는 10배니까 비용 대비 100배 정도 효과가 난단 이야기가 되나요.”

종이신문 광고 효과가 예전 같지 않더라, 그리고 포털의 영향력이 대단하더라는 취지의 이야기였지만 더 놀라운 건 언론사에 돈을 주고 네이버 1면에 기사를 내보내는 거래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알바 수준의 푼돈이었다. 돈 받고 기사를 걸어주는 대가가 고작 1시간에 200만 원 밖에 안 된다는 것도 참담한 현실이었다.

그 무렵 언론사 온라인 광고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홍보 기사를) 하루 10건만 서너 시간씩 돌려도 한 달이면 수 억, 1년이면 수십 억”이란 이야기가 나돌곤 했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에도 기사 좀 걸어달라는 온갖 홍보 대행사들의 제안과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미디어오늘은 모두 거절했지만 상당수 언론사들이 이런 거래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받아들였다. 기사형 광고의 문제는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포털 뉴스 생태계에서 작동하는 게임의 법칙이다.

그 무렵 한 포털 서비스 기업 임원에게 직접 들은 하소연이다.

“언론사들이 돈을 받고 기사를 내보내는 정황도 있고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언론사의 편집권의 영역이라 포털이 문제 삼을 수는 없죠. 돈 받고 쓴 것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요. 기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쓴다는 건데, 뭐라 하겠습니까.”

포털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퀄리티를 생각해서라도 문제가 많은 기사를 걸러내야 했겠지만 애초에 포털과 언론사의 관계는 일반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었다. 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사형 광고를 제재하긴 하지만 연합뉴스처럼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과 포털의 관계는 갑을 관계가 기묘하게 뒤엉켜 있다. 언론사들이 콘텐츠 공급자면서 언론사 입장에서 포털은 또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다음은 내가 2015년에 썼던 데스크 칼럼의 한 대목이다.

“포털은 약점이 많다. 흔히 슈퍼 갑이라고 불리지만 독과점 규제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공신력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세무조사를 받고 국정감사 때마다 증인으로 불려 다니느라 바쁘다. 언론사들과 전재료 재계약을 앞둔 시점이면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가 계약이 끝나면 비판 기사가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두들기면 나오는 ATM(현금지급기)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포털 전재료는 모든 언론사들이 극비로 취급하지만 어느 언론사가 얼마를 올려 받았다더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전재료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협찬과 후원도 상상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집행됐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전재료 시스템을 중단하고 ‘미니멈 개런티(최소 수익 보장)’와 광고 수익 배분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대부분 언론사에서 과거 전재료 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높은 점유율 때문에 어렵다고 하니 네이버 안에서 먹고 사는 모델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협회보 최승영 기자는 이를 “전재료라는 ‘수익 보장 비즈니스 모델(BM)’이 사라지고 ‘수익 기대 모델’로 변화되는 것”이라며 “언론이 영원히 포털 밖 세상을 꿈꿀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치명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네이버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승영 기자의 지적처럼 네이버가 상생 모델을 제안할 때마다 네이버라는 거대한 가두리 양식장의 울타리가 높아지는 느낌이다.

네이버 검색 제휴만 돼도 5억 원 가치.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절, 언론사들이 직접 네이버 1면에 노출할 기사를 편집하고 네이버는 제휴 언론사들이 편집한 ‘판’을 랜덤 롤링했다. 공정성 논란을 벗어나 언론사들의 퀄리티 경쟁을 유도하려는 전략이었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한 건설회사 홍보 담당 임원은 “홍보 예산은 언론사 관리 차원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마케팅 예산으로 돌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케팅 예산이란 광고가 아니라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집행되는 협찬과 후원 예산을 말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언론사를 보고 주는 돈이라기보다는 이 언론사의 네이버에 뜨는 기사를 보고 주는 돈에 가깝다.

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지만 그 뒤로 달라진 건 거의 없다. 네이버에 검색 제휴만 돼도 기업 가치가 뛴다고 하고 실제로 검색 제휴 언론사들이 5억 원에 사고 팔린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네이버 검색 제휴를 도와준다는 학원도 등장했다. 검색 제휴가 되면 기사형 광고를 네이버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작정하고 매출을 만들 수 있다. 검색 제휴 언론사 서너 개를 만들어 팔고 나와 수십억 원을 챙겼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화제였다. 지금은 가격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네이버 울타리 안과 밖의 차이는 엄청나다.

뉴스캐스트가 저널리즘의 바닥을 두들기던 무렵 이준행이라는 개발자가 ‘충격 고로케’라는 이름의 웹 사이트를 만들어 화제가 된 적 있다. 언론사들이 얼마나 제목에 ‘충격’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지 집계한 프로젝트 웹 사이트였다.

당시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면 2013년 1월1일부터 1월7일까지 주요 언론사 기사 제목 가운데 ‘충격’이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가 192건이나 됐다. “신혼인데 속옷도… 더러운 아내 폭로 충격”(중앙일보), “20대남 부킹녀와 모텔 갔지만…반전에 충격”(한국경제), “박하선·류덕환, 호텔 수영장 사진포착!… 충격”(매일경제), “이영자 에로 영화 찍을 뻔 했다 충격 고백”(이투데이) 같은 기사들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제목에 ‘경악’이 들어간 기사도 71건이나 됐다. 그해 1월 한 달 동안 제목에 ‘충격’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쓴 언론사는 매일경제신문이었고 ‘숨막히는’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언론사는 스포츠조선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알고보니’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언론사에 선정됐다.

이준행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연예인의 가십보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자살처럼 더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일이 많은데도 언론사들은 선정적인 기사만 보여주며 정작 중요한 이슈는 짚어주지 않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언론의 문제점을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이 숱하게 기사로 다루긴 했지만 네이버가 만든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지에 참여한 언론사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언젠가 한 포털의 임원이 울분을 토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언론사들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그렇게 저질 기사를 내걸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자기네 웹 사이트 톱 기사로는 이런 기사를 걸지 않을 거잖아요.”

사실 네이버의 이런 고민이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고심 끝에 뉴스스탠드는 언론사 톱 화면과 뉴스캐스트 화면을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걸었는데 역시 상당수 언론사들이 톱 기사를 버려가면서까지 뉴스스탠드에서도 낚시 장사를 계속했다. 뉴스스탠드도 뉴스캐스트만큼이나 저질 낚시 기사가 넘쳐났다.

공짜 뉴스 생태계와 공유지의 비극

한국 언론에게 포털은 위기의 원인이면서 결과다. 언론 스스로 머리를 깎을 수 없을뿐더러 이 공유지의 비극에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뉴스 이용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포털이 89.3%를 차지하고 일간 신문 웹 사이트는 4.6%에 그쳤다. 방송사와 통신사, 인터넷 신문 등 웹 사이트를 다 합쳐도 2.0% 밖에 안 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펴내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언론사 웹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이 한국은 4%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뉴스 기업 입장에서 뉴스 브랜드의 해체는 온라인 공론장의 가장 큰 위험이자 도전이다. 언론은 끊임없이 이슈 파이팅을 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이슈 파이팅의 영역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제한된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봤는데”라고 하지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기사를 봤다”거나 “경향신문 기사를 봤다”고 말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끊임없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다음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양대 포털의 높은 점유율을 생각하면 애초에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였다. 네이버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던 시절에는 기사 한 건을 1000만 명 가까이 읽는 일도 벌어졌다. 네이버가 어떤 뉴스를 1면에 내거느냐에 따라 또는 어떤 기사를 내걸지 않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여론이 요동을 쳤다.

결국 네이버 스스로도 그 힘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나온 것이 2009년 뉴스캐스트였고 뉴스캐스트가 만신창이가 된 뒤에 나온 게 2013년 뉴스스탠드였다. 1면에 아예 뉴스를 없애고 언론사 아이콘만 나열하는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미 뉴스 소비는 빠른 속도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왔고 모바일에서는 여전히 공정성 이슈가 살아있었다.

네이버는 급기야 뉴스 편집을 포기하고 2017년 알고리즘 편집을 도입했고 2018년부터는 언론사 채널 구독을 밀고 있다. 다음은 일찌감치 2015년부터 알고리즘 편집으로 전환했고 2021년 10월 모바일에 카카오뷰를 도입하면서 아예 알고리즘 편집도 없앤다는 계획이었지만 카카오뷰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나 다음이나 아예 뉴스를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뉴스는 포털의 핵심 콘텐츠이자 미끼 상품이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 정도 비용으로 이렇게 압도적인 과점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면 포기할 이유가 없다.

‘가두리 양식장’의 ‘이너 써클’.

우여곡절 끝에 2016년에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결국 ‘가두리 양식장’의 ‘이너 써클’을 강화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애초에 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배경에 포털이 언론사의 진입과 퇴출을 임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위원회에 한국신문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유관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라는 평가가 나돌았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미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콘텐츠를 늘릴 이유가 없고 적당히 진입을 통제할 명분으로 위원회를 내세웠을 수도 있다. 콘텐츠 제휴(CP)를 걸어 잠그면서 검색 제휴를 늘리긴 했지만 애초에 “제휴를 맺어야 검색해준다”는 것도 근본적으로 포털의 개방성과 중립성에 위배되는 원칙이다. 네이버의 ‘이너 써클’은 한국 언론의 파괴적 혁신을 지연시켜 왔다.

‘가두리 양식장’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아웃링크가 거론된 건 2017년부터였다. 구글처럼 검색 결과를 직접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서비스로 얻는 매출이 3500억 원이 넘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가 지금까지 성장한 게 결국 공짜 뉴스 덕분 아니냐는 논리였다.

한국 언론은 오랫동안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모바일에서만큼은 포털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고 버티다가 들어온 게 2015년이다. 두 신문사는 결국 전재료와 기타 등등의 프리미엄을 두둑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의 ATM(현금지급기) 아니냐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한때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연합뉴스가 앞장서서 포털 제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연합뉴스 역시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제휴 매출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연합뉴스가 뉴스 도매상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포털 뉴스 아웃링크 논란이 한창이던 2018년 5월, 한 언론사 편집국장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웃링크가 안 된다는 건) 일제 시대 독립운동가에게 친일파가 하는 소리. 우리가 독립하면 일본만큼 잘 살 수 있어? 지금 이만큼 사는 게 누구 덕인데. ‘조센징’들은 안 돼. (이런 식이지.)”

아웃링크라는 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링크를 클릭했을 때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보여주지 말고 언론사 사이트로 직접 이동하게 하라는 이야기다. 그때만 해도 아웃링크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일단 네이버가 CP(콘텐츠 제공) 제휴 언론사들에게 전재료라는 명목으로 주는 돈이 연간 수백억 원 규모,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나가는 후원이나 협찬을 더하면 네이버와 다음에게 언론사에 나가는 돈이 연간 1000억 원에 육박할 거라는 관측도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이 전재료 시스템을 없애고 광고 수익 배분으로 돌아선 뒤에도 이 금액은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네이버가 갑자기 아웃링크로 가겠다고 하고 어느 날 갑자기 이 돈을 끊으면 언론사들이 가만히 있을까. 아웃링크 논란이 한창이던 2018년 5월, 네이버가 비공식적으로 CP 제휴 언론사들 의견을 물었더니 나가겠다고 답변한 언론사는 단 한 군데뿐이었고 나머지 언론사들은 모두 아웃링크를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독립 운동’ 운운했던 그 언론사도 반대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많았다.

아웃링크? “나가는 놈만 손해.”

그때나 지금이나 포털 뉴스를 아웃링크로 전면 전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어디는 남고 어디는 빠지는 방식으로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지금은 ‘나가는 놈만 손해’라는 게 모든 언론사들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가두리 양식장을 벗어나려면 줄어드는 전재료 이상의 수익을 보전할 대안을 찾아야 하지만 아웃링크로 가면 네이버가 굳이 돈을 주고 뉴스를 사들일 이유가 없게 된다.

물론 다 같이 네이버를 빠져 나와서 한국 국민들이 다시 검색으로 뉴스를 찾고 직접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기 시작하면 지금 네이버가 주는 광고 수익 배분 이상의 매출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누구도 그게 가능할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언론이 한꺼번에 포털 탈퇴를 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가정이다. 지금은 ‘나가는 놈만 손해’인 국면이다. 제휴평가위원회에는 아직도 뉴스 제휴를 해달라는 언론사들이 줄을 서 있다. 천하의 조선일보도 네이버와 인연을 끊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독립언론 뉴스타파도 재수와 삼수 끝에 그 어렵다는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에 뜨면 읽히고 안 뜨면 안 읽히는 게 한국 언론이 당면한 참담한 현실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는 하루 3만6000여 건의 기사가 쏟아진다. 2021년 기준으로 콘텐츠 제휴 69개 언론사에서 쏟아내는 기사들이다. 여기에 검색 제휴까지 포함하면 하루 네이버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오는 기사가 6만 건에 육박한다. 네이버 관계자에게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통계다. 네이버 페이지뷰는 하루 3억 뷰, 이 가운데 뉴스가 1억 뷰 정도를 차지한다. 전체적으로 뉴스와 연예, 스포츠 콘텐츠가 3억 뷰 가운데 70% 정도를 차지한다. 이른바 한국형 포털 서비스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 입자에서는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뉴스를 공짜로 볼 수 있다. 검색만 하면 10년 전 20년 전 기사도 불러 올 수 있고 여러 언론사 기사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이런 정도의 뉴스 서비스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진짜 문제는 네이버와 다음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필연적으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네이버가 어떤 기사를 더 많이 노출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여론이 뒤바뀌게 된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의 네이버 유봉석 전무는 지난 2014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플랫폼에서만 이용자를 만나는 것을 고집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원 소스 멀티 퍼블리싱(one source multi publishing) 시대다.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 없거나 구축하더라도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자신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외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세일즈하는 게 현실적이다. 나는 네이버가 게이트 쉐어링의 다양한 통로를 매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잘 하고 싶다. 언론사도 네이버만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당장 성과가 안 나오더라도 앞으로 언론의 힘은 단순히 발행부수나 시청률, 트래픽 차원을 넘어 얼마나 다양한 외부 플랫폼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라고 본다.”

『게이트 쉐어링(gate sharing)』, 유봉석 전무가 2013년에 펴낸 책 제목이다. 어떤 이슈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거나, 이른바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전통적인 언론사의 역할이었다면 유봉석 전무가 말하는 ‘게이트 쉐어링’은 특정 플랫폼에 갇히지 말고 플랫폼을 공유하고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도달률과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콘텐츠의 생산 전략만큼이나 제휴를 통한 소싱과 유통 전략이 플랫폼과 콘텐츠의 파워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었다. 그리고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게 유봉석 전무의 꿈이고 야망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게이트의 의미가 다르다. 게이트 키핑은 자체 플랫폼 시대, 게이트 워칭은 주변부 사이트의 콘텐츠가 나의 플랫폼 내부에서 유통되는 시대, 게이트 쉐어링은 주변부 사이트의 콘텐츠가 나의 플랫폼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 노출되지만 그 혜택은 주변부 사이트와 공유하는 시대로 나뉜다. 게이트 키핑 시대가 보장했던 온실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콘텐츠 생산자의 미래는 게이트 쉐어링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의 꿈은 이뤄졌을까. 안타깝게도 네이버의 지난 10년은 온갖 공격과 방어의 역사였다. 네이버 나름으로는 최선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겠지만 공유지의 비극을 피할 수 없었고 언론도 퇴행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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