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유상감자 논란, 어떻게 볼까.

Scroll this

유상감자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이번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이 그 대상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월 6일 매각소위원회를 열고 서울보증보험에 대해 9.18 대 1의 비율로 유상감자를 실시하고 5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13일 본회의에서는 이 결정이 그대로 통과됐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보증보험의 자본금은 10조3319억원에서 1조4천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논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서울보증보험의 적정 자본금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상감자를 한 뒤에도 영업활동에 지장이 없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동조합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는 먼저 서울보증보험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1998년 11월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하면서 태어난 회사다. IMF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 부실을 끌어안고 휘청거리다가 무려 10조2500억의 공적자금을 받고 기사회생하게 됐다. 이 가운데 9조원이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 그밖의 워크아웃 기업들 채권 나머지 1조2500억원은 1999년 6월 자본금 확충차원에서 받은 것이다.

그때만 해도 ‘돈 먹는 하마’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공자위에서도 차라리 청산하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서울보증보험은 점포와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임금을 30% 이상 삭감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2003년 처음으로 2435억원의 흑자를 낸데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5196억원, 지난해에도 무려 6천억원 이상 흑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예보가 본전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 놀라운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예보가 발행하는 예보채 금리는 5.3% 수준이다. 5500억원이면 무려 291억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예보 입장에서 보면 하루라도 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게 국가적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그 방법이 문제인데 누적결손이 8조7천억원에 이르는 현재로서는 정작 이익이 나더라도 법적으로 배당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서 예보의 선택은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먼저 무상감자를 해서 누적결손금을 해소한 뒤 해마다 배당을 받아가는 방법이 첫 번째고 유상감자를 해서 자본금을 빼내가는 방법이 두 번째다. 예보는 손쉽고 빠른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노조와 예보가 대립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노조의 주장은 보증보험 업무의 특성상 자본금을 줄이면 영업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심지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급보증 잔액이 117조원입니다. 117조원을 보증하는 회사의 자본금이 1조4천억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자본금이 이렇게 줄어들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증서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노조 최규송 부위원장의 이야기다.

노조의 주장은 이익이 나는 대로 갚아 나갈 테니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공적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자칫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고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계속 이익을 내야 공적자금을 갚아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적자금 회수에 급급해 헐값에 넘겨 엄청난 국부유출을 초래했던 제일은행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러나 예보의 입장은 다르다. “제일은행 매각은 IMF와 약속이었고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일은행과 이 경우는 다릅니다. 서울보증보험 유상감자는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해서 산출한 결과 필요 이상으로 자본금이 많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경영진과 의논한 결과도 5500억원 정도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겁니다.” 예보 회수관리부 김정태 부장의 이야기다.

김 부장은 노조의 반발을 다른 의도로 해석한다. 장기적으로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우려해서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자본금이 많으면 긴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김 부장은 민영화 계획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 민영화는 해야 됩니다. 공적자금을 투자한 이상 어떻게든 회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유상감자는 지금 시점에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입니다.”

서울보증보험 경영진도 예보와 입장이 거의 같다. 기획관리실 채광석 실장은 “자본금이 많으면 적정자기자본이익률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적정비율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다만 “자본금이 줄어들면 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신용평가기관인 S&P로부터 ‘A-‘등급을 받았는데 이번 유상감자 이후에는 B등급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종남 기획국장은 “정부가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2년 유예하고 공적자금의 회수 기한을 늦춘 결과 공적자금 회수율도 높아지고 우리은행의 경영상태도 양호해졌다”며 “서울보증보험도 무상감자 후 현 상태를 유지하다가 향후 배당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국장은 “공적자금 회수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유상감자 이후로 서울보증보험의 민영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는 현재 서울보증보험과 건설공제조합, 신용보증기금만 취급할 수 있는 건설공사 보증취급업무를 손해보험사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보증보험의 민간개방을 주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재정경제부는 일단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당분간 서울보증보험의 독점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