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이해하기 위한 몇가지 흥미로운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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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를 발명한 신하에게 왕이 말했다. 네 소원이 뭐냐. 신하는 말했다. 장기판을 쌀알로 채워주세요. 첫 번째 칸에는 한 톨, 두 번째 칸에는 두 톨, 세 번째 칸에는 네 톨, 네 번째 칸에는 여덟 톨, 그렇게 16톨, 32톨, 64톨, 128톨…. 계속 두 배만큼 쌀알을 놓아 주세요.

왕은 시답잖은 소원이라고 생각해 코웃음을 쳤지만 막상 64개의 칸을 모두 채우려면 무려 18,446,744,073,709,551,615톨이 필요하다는 걸 곧 알게 됐다. 쌀 한 가마니에 400만톨이 들어간다고 치면 무려 4조6116억 가마니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대략 우리나라 사람들이 70만년 동안 먹을 분량이다.

뜬금없이 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복리이자의 놀라운 투자효과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원리금이 불어난다. 1626년에 뉴욕 맨해튼 섬을 단돈 24달러에 팔았던 인디언들이 만약 그 돈을 년 8%의 복리예금에 넣어뒀다면 380년 뒤인 2006년, 그 돈은 무려 1,205,697,406,564,717,056달러가 된다. 맨해튼 섬을 1200만개 이상 사고도 남을 돈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게 바로 복리와 단리의 차이다. 단리예금의 경우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게 아니라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다. 맨해튼의 인디언들이 24달러를 8%의 단리예금에 넣어뒀다면 380년이 지난 뒤에도 원리금은 8779달러 밖에 안 된다. 단리이자 예금의 경우 투자기간이 길면 길수록 엄청난 손해라는 이야기다. 요즘 은행들은 은근슬쩍 복리예금을 없애는 추세다. 할 수만 있다면 1년마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찾아 새로운 예금에 가입하는 게 좋다.

여기서 잠깐 복습 문제 하나. 1년에 5%의 이자와 10년에 50%의 이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높을까. 답은 1년에 5%의 금리다. 연 5%의 예금에 1년 마다 원리금을 새로 집어넣으면 10년 뒤에 62.9%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20년 뒤면 이자가 무려 165.3%나 된다. 놀라지 마시라. 30년 뒤면 332.2%, 40년 뒤면 604.0%가 된다. 그러니까 10년, 20년 뒤에 얼마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이야기다. (장기 금융상품, 특히 보험.)

이쯤해서 본론으로 들어가 국민연금과 은행의 정기예금을 비교해보자.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꼼꼼히 읽으면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우리는 소득의 9%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낸다. 40년 동안 내면 65세 이후에 그동안 평균 소득의 60%를 급여로 받게 된다. 이를테면 연봉 3천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달마다 22만5천원을 내는데 회사와 노동자가 절반씩 나눠서 내니까 실제로 내는 돈은 달마다 11만2500원씩이다. 그렇게 40년 동안 5400만원을 내면 65세 이후에 달마다 150만원씩 받게 된다. 만약 이 사람이 평균 수명인 77.4세까지 산다면 2억2320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납입보험료에 물가상승률을 보전해 준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해마다 평균 3%라고 가정하면 이 사람이 40년 동안 낸 보험료는 5400만원이 아니라 1억179만원으로 평가받는다. 이 경우 이 사람의 평균 소득은 3천만원이 아니라 5655만원으로 평가되고 급여는 이 금액의 60%를 12달로 나눠 월 283만원씩이 된다. 평균수명까지 살면 받게 되는 급여는 무려 4억2704만원에 이른다.

만약 이 노동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이만큼의 보험료를 연 5%의 40년 만기 정기적금에 집어넣었다고 보고 그 수익률을 비교해보자. 11만4300원씩 40년 동안 내면 65세에 받게 되는 원리금이 1억984만원이 된다. 이 돈을 65세부터 평균수명인 77.4세까지 달마다 일정 금액으로 나누어 받는다면 73만8172원씩 받을 수 있다.

이 돈을 복리예금에 집어넣으면 수익률이 훨씬 높아진다. 달마다 11만4300원씩 1년 만기 적금에 붓고 1년마다 원리금을 모아 1년 만기 단리예금에 다시 집어넣는다고 가정하면 된다. 이 경우 40년 뒤면 원리금이 1억7064만원, 역시 평균수명까지 달마다 나누면 114만6774만원이 된다. 역시 국민연금 급여에 비교하면 훨씬 적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일단 회사 쪽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들이 우리가 받게 될 급여의 일부를 부담해주기 때문이다. 흔히들 오해하지만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할 때 절대 낮은 편이 아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어느 금융상품보다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복리이자보다 더 높다.

안타깝게도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2047년이면 기금이 모두 바닥나면서 심각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많이 내고 덜 받자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료가 9%에서 15.7%로 오르고 급여는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아지게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봉 3천만원의 노동자는 19만6250원(회사 기여분을 감안하면 39만2500원)씩 보험료를 내고 65세 이후에 월 125만원씩 급여를 받게 된다. 이 경우도 3%씩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급여는 236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사람은 40년 동안 9420만원(회사 기여분을 감안하면 1억8840만원)을 내고 평균수명까지 살게 되면 3억5117만원을 받게 된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연봉 3천만원을 받는 사람의 경우 개정 전, 지금의 국민연금은 5400만원을 내고 평균 2억2320만원을 받게 된다. 3%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5486만원을 내고 4억2704만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돈을 40년 만기 연 5%의 정기적금에 집어넣는다면 40년 뒤에 원리금이 1억984만원이 된다. 복리예금에 집어넣는다면 1억7064만원으로 불어난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복리예금보다 훨씬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정 이후에는 9420만원을 내고 1억8600만원을 받게 된다. 3%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3억5117만원을 받게 된다. 원금 대비 급여총액의 수익비율을 계산해보면 이해가 더 쉽다. 개정 이전의 국민연금은 4.1배, 개정 이후에는 2.0배가 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개정 이전이 7.9배, 개정 이후가 3.7배다. 반면 정기적금은 2.0배, 복리예금은 3.1배다.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다른 금융상품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본인이 보험료를 100%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수익률이 임금 노동자들의 절반 밖에 안 된다. 임금 노동자들 경우도 사실 회사가 부담하는 절반의 보험료를 감안하면 수익률이 대략 정기적금과 복리예금의 절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절대 수익률뿐만 아니라 소득 계층별 또는 연령별 분배의 문제다. 공존의 문제다.

대략 연봉 3천만원을 기준으로 소득이 3천만원이 넘는 사람들은 소득대체율이 평균보다 낮다. 3천만원이 안 되는 사람들은 평균보다 높다. 소득대체율은 평균적으로 60%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다 다르다. 이를테면 월 평균 소득이 62만원 이하인 사람은 소득대체율이 100%가 된다. 이들은 40년 동안 달마다 5만1300원을 내면 65세 이후에 지금 소득만큼 달마다 62만원씩 받을 수 있다.

소득 대체율은 62만원 이하에서 100%지만 100만원인 경우 75%, 200만원인 경우 52%, 300만원인 경우 45% 정도로 점점 줄어든다. 또한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찍 죽는 사람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게 적다. 물론 오래 사는 사람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 이를 테면 국민연금은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더 적게 버는 사람을 돕고 더 빨리 죽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사람을 돕는 제도다.

국민연금의 실효성을 생각한다면 무작정 보험료를 올릴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벌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내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은 소득기준 상한이 월 36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같은 사람들도 보험료를 월 32만4천원밖에 안 낸다. 보험료는 올려야 하지만 일률적으로 올릴 게 아니라 이 회장 같은 사람이 더 많이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물론 사각지대나 기금의 과잉적립, 급여의 현실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초연금의 도입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우리 모두가 지갑을 열어 더 많은 돈을 내놓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게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해답이다. 거듭해서 강조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연대가 그 핵심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HR프로패셔널에 보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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