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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9, 2005

나는 매주 월요일마다 경기도 의왕시의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야학의 강학(주로 가르치는 사람)들은 대학생들이거나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들이고 학강(주로 배우는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정규학력 미필자들이다. 이들은 배움의 한을 풀려고 날마다 저녁에 야학에 온다.

문제는 강학들의 태도와 문제의식이다. 서울권 4년제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거의 모두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 이를테면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학강들의 삶은 입학 전이나 졸업 후나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검정고시 졸업장과 약간의 자부심과 성취감이 주어졌을 뿐이다.

야학의 수업이 이들에게 현실을 이겨낼 힘을 주고 있는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현실과 맞서 싸우지 못한다면 그게 단순히 졸업장 한 장으로 남을 뿐이라면 도대체 그런 공부를 왜 한단 말인가.

좀 주제넘게 말하자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인 학강들은 자신들이 무엇과 싸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강학들 역시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알려고 해도 알 수도 없고 대개는 관심조차 없다. 딛고 있는 현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삶의 지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학은 그래서 현실에 맞서고 저항하고 현실을 바꿔나가기 보다는 현실을 더욱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들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그친다. 야학의 수업은 아무런 문제의식도 담아내지 못한다. 물 위의 소금쟁이처럼 현실의 표면을 탁탁 건드리고 지나갈 뿐이다. 게으르기 때문이지만 이런 시스템은 비도덕적이고 강학들이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 지극히 반민중적이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취재 현장에 나가보면 안다. 현실은 이렇게도 참혹한데 이런 문제들이 전혀 사회 의제화되지 않는다. 종합주가지수는 1300을 넘고 국회는 여전히 대치 상태고 노동자와 농민들은 천막 농성을 계속하고 있고 뉴스는 온통 황우석으로 야단법석이다. 세상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눈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둔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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