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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넘쳐나는 주식시장, 전망은 일단 좋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7, 2005

전설적인 투자자라고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일찌감치 요즘 분위기에 딱 맞는 멋진 격언을 남겼다. “바보보다 주식이 많으면 주가가 떨어진다. 거꾸로 주식보다 바보가 많으면 주가가 오른다.” 이 격언의 비유를 따르자면 올해 우리 주식시장에는 확실히 주식보다 바보가 많았다.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났고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올랐다. 종합주가지수는 대망의 1000을 넘어 1100과 1200을 지나 1300까지 뚫고 올라섰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선 것은 우리 주식시장 개장 이래 다섯 번째다. 1989년 3월과 1994년 10월, 1999년 7월, 2000년 1월, 그리고 올해 2월이다. 올해가 지난 네 차례와 다른 것은 역사적 최고점을 뚫고 올라선 뒤에도 여전히 그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바야흐로 종합주가지수 네 자리 시대, 더 나아가 1500과 2000까지 넘볼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시장에는 기대가 넘쳐나고 바보들은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초 893.71에서 12월 15일 기준 1337.68까지 49.7%, 코스닥 지수는 390.40에서 741.60까지 무려 90.0%나 올랐다. 그야말로 사상 최고의 경이적인 수익률이다. 세계적으로도 이만큼 높은 수익률을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 고민해야할 문제는 이런 즐거운 분위기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뛰어들어도 늦지 않느냐는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2월 1일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상위 20개 종목 목표주가를 더해 종합주가지수를 산출한 결과 목표 지수는 1379.05로 나타났다. 상위 20개 종목들이 모두 목표주가에 이르더라도 종합주가지수가 지금보다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미 주가가 오를 만큼 올라있고 상승여력이 얼마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시장의 고민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도대체 무엇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단 말인가.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시장을 한마디로 ‘리레이팅’이라고 정의한다. 실적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의 재평가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상장회사들 당기순이익은 4.5% 정도 늘어날 전망인데 주가는 그 10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기업 이익만 놓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유일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우리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직도 9.43배밖에 안 된다. PER은 시가총액을 그 기업의 1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PER가 높을수록 주가도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라고 보면 된다. 아시아 이머징 마켓 전체를 놓고 보면 이 비율은 10.69배, 세계 이머징 마켓은 10.62배다. 우리나라 시장은 이머징 마켓에서도 한참 싼 편이다. 선진국 시장의 경우 PER가 14.36배나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이머징 마켓에서 대만의 AA- 등급 다음으로 높은 A등급이다. 또한 이머징 마켓에서는 유일하게 S&P나 다우존스의 글로벌 지수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굳이 대만이나 멕시코보다 PER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투자증권 조홍래 전무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대만이나 멕시코 수준인 11.5배까지는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PER 11.5배를 올해 우리 기업들 실적에 반영하면 종합주가지수로 1580이 된다. 이런 가정이라면 아직도 충분히 상승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아왔던 이른 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 실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실적과 무관하게 한동안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나증권 조용현 연구원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낮은 수준의 PER도 영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무엇보다도 시장의 유동성에 주목한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들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올해 들어 부쩍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적립식 펀드를 비롯해 퇴직연금 등 국내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금융기관들 주식보유 비중도 역사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나증권은 목표지수를 1600으로 잡고 있다.

기술적 분석의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증권 지기호 연구원은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에 1355까지 간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 연구원은 과열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60일 이격도 기준으로 110%면 과열권으로 볼 수 있는데 아직 108%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 연구원은 “이제 막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며 “중기적으로는 1366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좋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내년 3분기에 코스닥 지수가 1000을 넘어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코스닥 기업들의 EV/EBITDA(영업현금흐름 대비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비율)는 5배 를 웃돈다. 이 말은 곧 코스닥 기업들 주식을 사면 5년 안에 매수 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올해 10.8%에서 내년에는 16.8%까지 오를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9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주가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신 연구원은 적정 PER를 15배로 보고 코스닥 목표지수를 최고 1000으로 잡았다. 지금보다 30% 가까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 연구원은 특히 실적호전주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관련주, 이동통신 관련 장비주 등에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지금 시장에는 이렇게 적극적인 강세론과 함께 소극적인 약세론이 공존하고 있다. 삼성증권 이경수 연구원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소극적인 약세론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지부진한 미국 시장과 국제 유가에 대한 우려. 둘째, 외국인 투자자들 매도 공세에 대한 우려. 셋째, 주가 급등에 따른 투자 심리 약화. 특히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확정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강세론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첫째, 지금의 과열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둘째, 연말 연초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셋째, 국내 투자자들 자금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외국인 매도는 걱정할 것 없다. 강한 강세론이나 소극적 약세론이나 모두 중기 상승추세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승의 강도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약세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지금 시장에 별다른 악재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연구원은 간단하게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최근 시장은 상승하면서 쉬어가는 견조한 그림을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전략은 명확할 수 있다. 투자기간을 내년 상반기까지 길게 보고 계속 들고 가거나 주가가 빠질 때마다 저가에 분할 매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살 것이냐다.” 삼성증권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금융 업종을 추천했다.

SK증권 최성락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를 부정적 관점에서 보거나 폄훼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유동성이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간접투자 확대 등 시장의 체질 개선 덕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강력한 유동성이 주가를 받치고 있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아래로 닫힌 장세’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주가가 1300을 넘어선 지금은 과잉 유동성이 만들어낸 거품을 의심해봐야 할 시점이다.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거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고 시장 참가자들도 이를 충분히 우려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관성의 논리에 경도된다면 거품 해소과정에서 진통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지금 주가 수준은 추가 상승탄력이 크지 않다”며 “최근 종목 찾기의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상승 피로감이 분출될 시기가 다가왔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SK증권 김준기 연구원은 내년 시장을 전약후강으로 전망한다. 1분기는 약세가 분명하고 2분기쯤 바닥을 치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기업 이익이 악화되겠지만 하반기부터 2007년까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래서 “내년에는 리레이팅 못지않게 기업의 펀더멘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증권이 내놓은 내년 종합주가지수 전망은 1150~1580이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10월말 이후 연속상승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상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과열을 우려할 만큼 현재 시장의 제반 지표 흐름이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고 적극적인 매도세력이 없는 데다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큰 조정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단기적인 등락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년 랠리를 겨냥해 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강세론과 약세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의심할 수 없이 분명한 것은 우리 시장이 장기적인 대세상승 국면의 초입에 막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여기서 빠져도 크게 빠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도 된다. 약세론보다는 강세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바야흐로 올해는 한국 주식시장 재평가 원년이다. 조금 쉬었다 갈 수는 있겠지만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더욱 좋다. 연말연초의 급등급락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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