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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뷰, 잘 될까.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11, 2021

전화번호부 같은 서비스가 있다. 모든 게 다 들어있지만 맥락이 담겨 있지 않고 그래서 딱히 별 쓸모가 없고 어디에나 대체재가 있는 서비스.

카카오 뷰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1000만 명이 같은 뉴스를 본다는 건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여론이 출렁이고 공정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뉴스 가치나 균형은 애초에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뉴스를 모아 놓으면 전화번호부처럼 보인다. 필요할 때 찾아보겠지만 딱히 넘겨볼 이유가 없다.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추천해 봤더니 사람이 추천하는 것만 못했다.

카카오 뷰는 그래서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큐레이션 보드와 그 보드가 업데이트되는 뷰, 그리고 그 보드를 골라 담는 마이 뷰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 뷰는 아직은 전화번호부 같은 서비스인데, 이게 어느 정도로 개인화+최적화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영향력과 도달률이 결정될 것이다.

마이 뷰는 네이버 뉴스스탠드 시절의 마이 뉴스나 언론사 채널 구독의 경험을 보면 실제로 적극적으로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이 30% 정도를 넘기 힘들 수도 있다. 나머지 70%에게는 전화번호부 같은 서비스가 될 것이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채널을 발굴하고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찾아보게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카카오 뷰는 푸시(push) 서비스가 아니라 풀(pull) 서비스다. 내가 읽고 싶은 걸 골라 읽게 만드는 건데, 어떻게 선택을 받고 그 선택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보드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보드와 채널이 따로 노는 문제가 있는데, 아직도 많은 운영자들이 채널 포스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듯. (그리고 보드와 채널의 연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인터페이스를 보면 카톡에서 외부 링크를 타고 사이트를 열기 보다는 적당히 제목만 스크롤하는 경우가 많을 거고, 그나마 독자들을 붙잡으려면 채널 포스트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보드에서는 코멘트가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고, 링크를 열어야 내용을 알 수 있다면 대부분 그 단계에서 멈출 가능성이 크다. 독자들이 읽기 원하는 게 기사가 아니라 코멘트와 평가, 해석이라면 포스트를 활용하고 거기서 관심을 끈다면 링크로 넘어가게 만드는 전략이 먹히지 않을까 싶은데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링크가 아니라 코멘트, 여기에 담긴 해석과 관점이 카카오 뷰의 핵심 상품인 것이다. (이미 한국형 포털에 익숙한 한국 이용자들에게 아웃링크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취지와 달리, 카카오 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카카오 뷰는 다음 뉴스와 다르다. 합칠 계획도 없는 것 같고, 모바일에서만 그것도 카카오톡 메신저 앱 안에서만 실행된다. 아마도 카카오톡 안에서는 뉴스를 메인에 내걸지 않고 직접 편집하지도 않겠다는 방향이 서 있는 것 같다. 중앙집중이 아니라 카톡이 애초에 그렇듯이 피어 투 피어로, 철저하게 구독 개념으로 가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구독은 결국 습관이고 그런 습관을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포인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링크를 누르기 싫어한다는 것. 링크를 안 누르고 뭔가를 대충 스크롤하면서 핵심만 건져내기 원한다는 것. 그렇다면 링크를 나열하는 보드를 구독하는 것만으로는 딱히 매력이 없고 보드와 포스트를 동시에 발행하고 교차 운영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는 거다. 채널에 포스트를 발행하고 그걸 묶어서 보드로 발행. 채널을 구독하되 보드를 읽도록(소비하도록), 설계한 것 아닐까. 번거롭긴 하지만 아마도 이렇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채널이란 게 외부로 열려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채널에서 소비가 끝날 수도 있고 그걸 불특정 다수 채널 운영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웹사이트에 트래픽을 거의 넘겨주지 않으면서 카카오 가두리 양식장에 머물게 되겠지만 이런 시스템이라면 트래픽 유입 채널 보다는 플랫폼 확장과 채널 다변화의 성격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카카오톡 메신저는 한국 최대 규모의 플랫폼이고 페이스북 보다 훨씬 더 이용자가 많고 체류 시간도 길다. 판이 깔렸고 누군가가 이 판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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