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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을 만나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0, 2005

늦게 온 사진기자가 저 사람 열린우리당 아니냐고 물었다. 한나라당 의원치고는 꽤나 진보적인 마인드를 갖춘데다 날카롭고 세련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요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기사에는 담지 않았지만 공동체 자유주의니 시장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도 했다.

적어도 국민연금 문제에 있어서는 한나라당이 한 발자국 크게 앞서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 저의는 수상쩍은 부분이 조금 있다.

“국민연금은 보수·진보 초월한 민생 문제” /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

한나라당에 기초연금 도입을 처음 제안하고 당론으로 끌어낸 사람이 바로 윤건영 의원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공적보험 문제를 10년 이상 연구해왔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 문제는 보수나 진보의 틀을 떠난 민생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퍼부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제도를 붙잡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기초연금의 도입에서 가장 걸리는 건 역시 재원마련이다. 국민연금 못지않게 엄청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재원 마련은 핵심이 아니다. 재원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건 사람이 죽어가는데 그걸 방치하겠다는 거다. 65세 이상인데 국민연금 혜택을 못 받는 노인이 88%나 된다. 국민연금도 못 받고 소득도 없고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소외된 노인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 재원이 없다면 어떻게든 만들어야 된다. 그게 정부가 할 일이다.

– 기초연금의 재원은 결국 조세형식으로 조달해야 될 텐데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와 연결될 경우 자칫 소득이 역진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 65세 이상의 모든 국민들에게 동일한 급여를 나눠준다는 거다. 이 경우 세금의 역진성보다 급여의 누진성이 훨씬 강력하다. 어떻게 세금을 걷느냐에 관계없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굉장히 큰 방법이다. 재원 마련을 걱정하는데 이건 거둬서 정부가 쓰는 게 아니라 바로 나눠주기 때문에 다른 세금과 다르다.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 기초연금의 취지는 좋지만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나.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주면 그만큼 재원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정부의 빈곤 보조금이라는 게 수치심을 준다. 그래서 일부러 받지 않는 사람도 있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소외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자는 거다. 나중에 규모가 더 커지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소득의 20% 수준의 급여라면 동일하게 모두에게 지급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열린우리당은 경로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완하는 걸로 기초연금을 대신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합의가 가능한 부분인가.
=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22만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 노인이 몇 명이나 될 것 같나. 2만명도 채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가 사각지대 투성인데 그걸 어떻게 보완한다는 이야긴가. 그냥 사각지대를 방치하겠다는 거다. 열린우리당은 의지가 없다. 망가질 게 뻔한데 국민연금만 붙잡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거다.

– 급여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가.
= 내년에 14만원에서 시작해 2028년에는 31만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이 정도면 2인 가구 최저 생계비 67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노인 부부라면 얼추 최저 생계비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다 둘중에 한 사람이라도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다면 그만큼 추가될 거고 최소 50% 정도 소득대체율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기초연금의 강점은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여성에게 동등하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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