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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모델을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28, 2005

1. 찰츠요바덴 협약.
1938년 12월 스웨덴의 블루칼라 노동자 전국 조직인 LO(노동조합 총연맹)와 사용자 대표인 SAF(스웨덴 사용자연맹)가 체결한 협약. 핵심 내용은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대신 임금협상을 개별기업 단위가 아니라 중앙조직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었다. 격렬한 파업과 직장폐쇄로 첨예하게 맞서던 전시 상황에서 노사 대표가 맺은 평화협정이었던 셈이다. 이 협약을 계기로 LO와 SAF의 사회적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

2. 랜·마이드너 모델.
1951년 LO 소속 경제학자, 랜과 마이드너가 제안한 산업 근대화 프로젝트. 현재 스웨덴 모델의 기초를 이루는 연대임금제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그리고 엄격한 거시경제 정책 등 이른바 스웨덴 모델의 세가지 원칙이 모두 여기서 나왔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완전고용,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산업구조재편 등을 동시에 추구한 것이다.

3.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평등.
스웨덴 모델의 핵심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평등, 이 두가지 개념으로 요약된다. 랜·마이드너 모델을 도입하면서 국가의 주요 산업, 이를 테면 철강석과 목재 등 원료산업과 전기, 기계 등 제조업에 자본이 집중돼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이에 의존해 완전고용과 사회적 평등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벌 대기업과 사회의 타협의 지점을 찾는 셈이지만 그만큼 한계나 위험요소도 있다.

4. 연대임금제(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저임금으로 버티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상당 부분 임금이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 강력한 연대의식과 중앙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당장 인건비를 절감하게 된 수출 중심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도입됐고 1960년대 이후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크게 기여했다.

5.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퇴출과 무더기 실업으로 이어진다. 이 원칙이 가능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수적이다.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제공해야 하고 끊임없이 고용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노동시장 관련 정부지출은 1960년대 초반 GDP 대비 3% 수준에서 1970년대 후반에는 7.2%까지 늘어났다.

6. 사회민주당과 LO.
찰츠요바덴 협약을 맺기 전까지 LO는 철저하게 이익단체의 역할에 충실했다. 노조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대임금제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LO는 조금씩 정치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결국 찰츠요바덴 협약은 SAF와 LO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7. 임노동자기금법.
랜·마이드너 모델의 소유 집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O가 1976년에 제안한 법안. 종업원 수가 50~100명 이상인 기업은 해마다 이윤의 20%를 신규 발행주식의 형태로 LO가 관리하는 기금에 적립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 법안은 SAF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1983년에는 기업가 및 간부들 7만5천명이 대규모 노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민당과 화이트칼라 노조도 미온적이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LO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고 결국 법안상정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LO와 SAF와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고 사민당과의 관계도 크게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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