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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 배상을 보는 세 가지 관점.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2, 2021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 논란을 다룬 신문과방송 3월호.

세 사람의 기고가 실려 있는데, 각각 개요와 찬반 성격의 글이다.

지금까지 나온 법안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언론의 악의적인 불법 행위에 징벌적 배상을 물려야 한다는 법안도 있고 둘째, 언론 보고가 악의적일 경우 배액 배상을 명령해야 한다는 법안도 있다. 셋째, 비방할 목적이 확인되면 징벌형을 내려야 한다는 법안도 있다. 넷째, 고의나 중대 과실에 해당하는 경우 배액 배상을 하게 하겠다는 법안도 있다. 단어가 조금씩 다르지만 성격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고 결국 문제의 언론 보도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이었는지를 판단해서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배상을 물리겠다는 이야기다.

이승선 충남대학교 교수는 최근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강하고 긴박하고 묘하다”고 요약했다. 여러 법안이 중구난방이고 정교하지 못하고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의미다. 핵심은 이미 한국은 표현물에 대한 형사 처벌이 있는데(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민사적인 손배에 징벌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법안의 취지와 달리 언론 보도는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기가 쉽지 않고, 그걸 배액 배상한다는 것도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법안이 통과되기 이전이나 이후나 결국 판사 마음이다. 이 교수의 글은 “징벌적 손해 배상 논의는 형사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폐지하고 전략적 봉쇄 소송을 금지하는 것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첫 번째는 배우 반민정씨에 대해 악의적인 허위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낸 헤럴드경제의 사례, 두 번째는 공익제보를 했는데 제보자를 노출해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경우, 세 번째는 네이트판을 인용해서 확인없이 내보낸 의혹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했다.

언론인권센터의 문제의식은 명백히 잘못된 보도라는 게 드러나더라도 소송을 걸지 않으면 기사를 삭제 또는 수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소송을 걸어 이기더라도 배상 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 이사는 “언론의 자정 능력에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고 말한다. 배상액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지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이야기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법원에서 배상액을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게 안 되니까 이런 법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다만 보도의 악의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윤 이사는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도록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돼도 실제 적용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실장의 우려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대기업 사주들의 전략적 봉쇄 소송이 넘쳐날 수 있다.
둘째, 핵심은 결국 배액 배상인데 징벌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과 구호만 쏟아지고 있다.
셋째, 역시 입증 책임이 문제다. 지금까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였고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다고(위법성 조각 사유) 입증할 수 있다면 처벌 받지 않았지만 정청래 의원 법안 등이 통과되면 악의가 없었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한다.
넷째, 언론사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찬반 의견을 배치했겠지만 세 사람은 모두 징벌적 손해 배상이 시대적 요구라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거부할 명분도 약하다.

윤여진 이사의 글은 설령 실효성이 없더라도 이 법안을 통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고 어쨌거나 이 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김동원 실장의 글은 (언론노조의 입장을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럽긴 한데,) 법안의 취지와 달리 문제를 바로잡기 보다는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정도다. 그래서 절차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끝난다.

언론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게 시대적 요구라면 그 “규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픽션적 공백”에 시민들의 열망을 투영하고 있다는 게 김동원 실장의 진단이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아서 언론이 이 모양이고 이것만 통과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에 맞서 법안이 통과돼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반박은 힘을 얻기 어렵다. 그럼 이게 아니면 뭔데?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징벌적 손해 배상이 언론 개혁의 핵심 과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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