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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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문제를 고민하면서 나는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이 비집고 들어올 거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부시가 그렇듯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은 오히려 포퓰리즘적인 측면이 있다. 감세 정책은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국민연금은 포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잘 모르겠지만 김근태 장관이 고뇌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더 나은 복지는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한다. 문제는 사회적으로 그걸 용인할만한 여유가 있느냐다. 오히려 사람들은 세금을 깎고 국민연금을 줄여주기를 바란다. 복지든 노후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좀 내버려두라는 태도다.

그래서 의료비의 3배를 보험료로 지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나타난다.

참고 : 보험료 낼 돈 3분의 1이면 무상의료한다. (이정환닷컴)

세상을 바꾸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국민연금이 쌓여가는데도 그걸 제대로 쓸 생각은 못하고 42년 뒤에 고갈될 걱정을 먼저 한다. 그래서 툭하면 국민연금을 없애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참고 : 2037년 국민연금 1,702,972,000,000,000원. (이정환닷컴)

지난해 미국에서 그랬듯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대선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의 존폐 또는 축소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물론이고 진보진영에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의 우파 포퓰리즘 정책이 강력한 지지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 쓴 기사는 그런 전조를 보여준다. 워낙 복잡한 기사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다음달부터 퇴직연금이 도입된다. 퇴직할 때 한꺼번에 받는 퇴직금을 연금처럼 달마다 나눠받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퇴직연금을 국민연금하고 짬뽕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퇴직연금을 내고 있는 사람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깎아준다는 것이다. 명분은 일단 부족한 국민연금을 퇴직연금으로 보완한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국민연금의 부담을 퇴직연금 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다시 정리하면 우리야 퇴직연금이 있으니까 국민연금 필요없다는 것. 퇴직연금도 못받는 너네나 국민연금 더 내고 그걸로 노후를 해결하라는 것.

끔찍한 발상이다.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취지는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국민연금을 보완하겠다고 나서는 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심하게 말하면 아무런 추가 부담도 하지 않으면서 이름만 바꿔서 국민연금의 부담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나는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국민연금의 무력화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가뜩이나 금융회사들 배만 채우게 될 연금의 금융화를 우려하고 있는 판이다.

아래는 그 기사.

퇴직연금으로 국민연금을 보완한다?

노후를 보장받으려면 도대체 얼마의 연금 급여가 필요한 것일까. 우리나라 도시가계의 소득 대비 지출 비율은 2003년 기준으로 77.6%다. 교육비를 제외할 경우 이 비율은 66.9%로 줄어든다. 여기에다 자녀 양육비용을 20%로 잡고 감안하면 소득의 53.5%만 있어도 근로기간의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40년 평균 소득의 60%만 되면 물가를 감안하고도 얼추 노후보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60%다. 소득의 9%를 40년 동안 내면 65세 이후에 평균 소득의 60%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2036년부터 적자가 나기 시작해서 2047년이면 완전히 바닥난다. 당연히 보험료를 더 많이 받거나 연금 급여를 더 적게 지급하는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15.9%로 늘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지만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하고 보험료율과 소득 대체율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고갈의 위험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훨씬 더 많이 내고 훨씬 더 적게 받는 걸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30%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그 빈 자리를 퇴직연금과 기타 연금이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건국대학교 김원식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13.5%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45%로 낮추는 대신 퇴직연금으로 나머지 15%를 채워 소득대체율 60%를 구성하는 모델을 제안한다. 이 경우 퇴직연금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도 최소 45%는 보장받을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구분하고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해 소득비례연금을 적용제외하자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기초연금+퇴직연금으로 60%, 미가입자는 기초연금+소득비례연금으로 45%를 보장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퇴직연금으로 국민연금의 부실을 보완하자는 발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해 국민연금의 인상분을 면제해주는 셈이라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김 교수의 모델은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금의 개인 계정화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김 교수의 모델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기초연금+소득비례연금) 보험료율이 9%밖에 안 되지만 미가입자는 13.5%로 늘어나게 된다. 퇴직연금으로 국민연금을 보완한다는 김 교수의 발상은 사실 퇴직연금 미가입자를 소득대체율 60%의 울타리에서 배제시키는 전략인 셈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라는 이유로 국민연금 인상분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참고 : 퇴직연금, 누구를 위한 블루오션인가.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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