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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뒤흔들 초대형 M&A 시나리오.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22, 2005

큰 장이 선다. 하이닉스와 외환은행, LG카드를 비롯해 대한통운, 만도, 하나로텔레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일렉트로닉스, 대우조선해양, 대우정밀, 쌍용건설, 쌍용, 쌍용양회, 우리금융지주, 현대건설, 대우건설…. 하나같이 업계 최고를 자부하는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온다. 이 기업들을 누가 집어 삼키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한국 경제를 뒤흔들 초대형 M&A, 그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그림 : M&A 지도. (이정환닷컴) (점선은 현재 지분 소유 관계. 실선은 작업중이거나, 작업에 들어갈 M&A 관계. 동그라미가 매물. 사각형은 인수주체. 회색 사각형은 재벌 그룹.)

이슈 1.
만년 꼴찌 LG의 딜레마.

LG는 우선 통신에서 손을 뗄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LG의 통신 계열사는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 문제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1등이 없다는 것이다. 1등은커녕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LG텔레콤의 경우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를 무료화하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내년에는 단말기 보조금까지 부활될 전망이다. 데이콤 역시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데이콤의 유선전화사업 시장점유율은 10%, 초고속인터넷은 2% 밖에 안 된다.

당장 통신을 접지 않을 거라면 LG에게 하나로텔레콤 인수는 필수다. 유선통신 2위인 하나로텔레콤과 3위인 데이콤을 합병하고 여기에 파워콤까지 결합하면 KT의 아성을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 외형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소모적인 경쟁을 줄이고 LG텔레콤을 연계해 유무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게 만년 꼴찌 LG가 급변하는 통신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남은 기회다.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는 과거 제일은행의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털이다. 뉴브리지와 AIG 컨소시엄은 지난 2003년 하나로텔레콤의 지분 39.6%를 주당 3200원에 사들였다. 10월 21일 기준으로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2605원. 투자 3년째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뉴브리지는 손해를 보고 철수하거나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가대로라면 뉴브리지의 지분 시가총액은 4767억원에 이른다.

LG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에 넘어가는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통신산업은 유무선을 통틀어 KT와 SK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고 LG는 완전히 기반을 잃게 된다. SK 역시 하나로텔레콤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리부터 인수 경쟁을 벌여 가격을 올려놓을 필요가 없다는 데 LG와 SK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결국 LG와 SK 모두 당장 인수하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넘겨주기에는 아쉬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뉴브리지 역시 굳이 손해를 보면서 팔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동부증권의 이영주 연구원은 “결국 누군가 한명은 밑지는 거래를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면서 “밑질 수 있는 명확한 주체가 나오기 전까지 하나로텔레콤의 구조조정 이슈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임원들이 전원 사표를 냈고 직원들도 네 명 중에 한 명 꼴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매각을 앞두고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증권 이시훈 연구원은 “구조조정의 효과로 200억~4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슈 2.
LG와 하이닉스의 결합 가능성.

LG는 또 하이닉스반도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하이닉스의 결합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계산 때문이다. GS의 독립 이후 줄어든 외형을 회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서울증권 안상영 연구원은 “LG전자가 하이닉스와 합병한다면 향후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가장 짧은 기간에 제2의 삼성전자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된다”면서 “합병 후 양사 시가총액은 4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닉스는 IMF 외환위기 이후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다. 한때 존망의 위기에 놓여있다가 극적으로 부활, 지난해 순이익이 1조6925억원에 이를만큼 탄탄한 우량 회사로 거듭났다. LG로서는 그룹의 주력 사업을 되찾아오는 셈이다. LG전자는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있고 하이닉스로서도 막강한 수요와 자금줄을 확보하는 등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73.7%. 채권단은 이 가운데 23.4%를 올해 안에 매각하고 나머지 50.3%는 2007년에 매각할 계획이다. 10월 21일 기준으로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0조1644억원.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5조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LG로서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 막강한 현금동원력을 자랑하는 군인공제회가 LG의 하이닉스 인수에 동참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통신사업을 완전히 정리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LG텔레콤을 KTF에 넘기고 데이콤과 파워콤을 SK텔레콤에 넘긴다는 시나리오다. 그룹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LG텔레콤과 데이콤의 지분은 각각 37.4%와 39.8%. 지분 시가총액은 5610억원과 3336억원에 이른다. 당장 1조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LG는 이런 시나리오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LG가 올해들어 LG필립스LCD나 오티스LG 등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하이닉스 등의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지주회사 LG의 부채비율은 23% 밖에 안 된다. 보유 현금에다 차입을 동원한다면 하이닉스를 인수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이닉스는 이밖에도 동부그룹과 미국의 ST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이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둘 다 LG만큼의 자금 여력은 없다. 게다가 동부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어 하이닉스와 사업영역이 다르다. 마이크론 역시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국내 반발 여론 때문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LG가 유력한 인수 후보인 셈이다.

이슈 3.
SK, 사옥까지 팔아서 에너지 수직 계열화.

SK는 올해 1월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사옥을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4500억원 수준. 이밖에도 SK는 인천 용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1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모든 게 인천정유를 인수하는데 들어갈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SK는 지난 8월 인천정유 매각 우선 협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인수대금은 무려 3조2천억원에 이른다.

지난 2001년 부도 처리된 인천정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이다. 2003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 지난해 매출 2조5천억원에 11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번 매각 협상에는 STX와 중국의 시노켐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인수대금 3조2천억원 가운데 1조6천억원은 회사채를 인수하는 것으로 SK가 실제로 집어넣을 돈은 1조6천억원 밖에 안 된다.

삼성증권 이을수 연구원은 인천정유의 시장가치를 2조397억원으로 평가했다. 4천억원 이상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다. 특히 외형 확대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주목된다. 이 연구원은 “인수 이후 SK의 원유 정제능력은 101만배럴로 아시아 4위 규모가 된다”면서 “이런 변화는 원유 도입 협상력을 높여 최소 13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K의 인천정유 인수는 수직 계열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SK는 이밖에도 대우인터내셔널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미얀마 등의 유전개발 사업 때문이다. 미얀마의 한 유전은 국내에서 3년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의 LNG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는 이 유전의 가치가 정확히 산정된 다음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10월 2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조9140억원. 자산관리공사의 지분 35.5%는 6795억원에 이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밖에도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정연우 연구원은 대우인터내셔널의 투자자산 가치를 6138억원으로 평가했다. 알짜배기 기업에 알짜배기 자산인 셈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을 노리는 기업은 SK 외에도 많다. 삼성물산이나 LG상사 등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GS그룹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모두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다. 포스코나 한국전력도 거론된다.

이슈 4.
막강한 돈줄, GS와 CJ, 롯데.

GS는 M&A 시장의 최대 물주가 될 전망이다. 2010년까지 재계 5위에 진입한다는 계획 아래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재계 8위다. GS는 최근 GS건설에 투자관리팀을 만들고 인수합병 전문가들을 속속 영입하고 있다. GS건설이 기업을 물색하고 GS홀딩스가 그 사업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GS홀딩스 관계자는 “관심 분야는 에너지와 유통이지만 건설을 제외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GS는 1조5천억원 이상의 현금 동원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들이 모두 부채비율이 낮고 신용도도 좋아 상당한 규모의 차입도 가능하다. GS가 대우조선해양이나 대한통운 등 대형 매물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10월 21일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4조1532억원. 매물로 나올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의 지분 50.6%는 2조1011억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순이익은 2418억원이었다. 대우증권 조용준 연구원은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 될 수 있다”며 “2008년이면 기업가치가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수후보로는 GS외에도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 등이 거론된다. 둘 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좀처럼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도 욕심을 낼만 하지만 자금 여력이 안 될 거라는 관측이 많다.

현금이 많은 그룹으로는 GS 외에도 CJ와 롯데 등이 있다. CJ는 물류사업 확대 차원에서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대우건설 등 건설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철저하게 부인하고 있다. 롯데는 미도파와 동양카드, 현대석유화학, KP케미칼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금호식품유한공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 역시 대한통운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 5.
금융 구조조정의 핵, 외환은행과 LG카드.

M&A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외환은행과 LG카드의 향배다. 이들을 인수하면 이른바 리딩뱅크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자산규모는 66조원이다. 자산규모 88조원의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업계 3위가 된다. 신한지주(163조원)가 인수하면 국민은행(199조원)을 따라잡고 업계 1위가 된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125조원)도 호시탐탐 외환은행을 노리고 있다.

10월 21일 기준 외환은행의 주가는 1만1150원. 론스타의 매입가격 보다 두배 이상 뛰어올랐다. 론스타의 지분 50.5%의 시가총액은 3조6313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드래그 얼롱 등의 조건을 걸어 수출입은행 등의 지분을 포함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인수대금은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신한지주는 물론이고 우리금융, 하나은행 모두 그만한 자금 여력은 없는 상태다.

그나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데가 하나은행이다. 우리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원은 “수익모델이 취약한 하나은행은 외환과 신용카드 부문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라며 “하나은행도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있어 머지않아 외환은행 인수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재원 연구원도 “현재 주가에서 1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골드만삭스가 하나은행의 지분 6.3%를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하나은행은 이 과정에서 4500억원 가량의 자본을 유치하게 된다.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단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발판을 다진 셈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영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국민은행 합병 때도 5억달러를 투자해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챙기고 빠진 바 있다.

한편 론스타는 외국계 대형은행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E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GE 부사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이런 소문을 뒷받침한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론스타는 3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릴 전망이다. 외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지분 등의 매각과 관련해 론스타가 이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외환은행 뿐만 아니라 LG카드도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하나은행은 물론이고 농협과 씨티그룹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과 신한지주는 각각 CSFB와 UBS증권 등과 주간사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LG카드가 주목받는 것은 역시 950만명에 이르는 카드 회원. 이들을 모두 끌어들이면 당장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략 우리금융과 신한지주는 LG카드에,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과 신한지주는 외형 보다는 당장 수익성 확보가 급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은행보다는 카드회사가 수익이 더 좋다. 카드회사를 인수하면 달마다 결제가 발생하는데다 회원들의 소비 패턴을 추출해 다양한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카드 회원들을 모두 은행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도 서 있다.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질적인 적자를 면치 못해 애물덩어리 취급을 받았던 LG카드는 올해 들어 흑자로 전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무려 4798억원에 이른다. 문제가 됐던 연체율과 부실채권 부담도 아직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크게 개선되는 추세다. 10월 21일 기준으로 LG카드의 시가총액은 4조8769억원. 매물로 나올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분 83.6%는 4조771억원에 이른다.

조흥은행과 통합을 앞두고 있는 신한지주는 시간도 돈도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역시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데다 대주주인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8.7%의 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신한지주를 낙점해뒀다는 소문도 들린다. 국민은행에 걸맞는 대형 은행이 하나쯤 더 필요하다는 계산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자금력으로 치면 씨티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다. 세계적으로 씨티그룹의 자회사들은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카드사업에서 올릴 정도로 카드사업의 비중이 높다. 그동안 진출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카드시장 점유율이 3위 이하로 밀린 적이 없을 정도다. 한국씨티은행은 과거 외환카드 매각 때도 비상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한미은행과 통합도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새로 판을 벌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농협도 중요한 변수다. 농협은 이미 14.6%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다. 농협 단독으로 나서기 보다는 우리금융이나 신한지주 등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슈 6.
물류를 잡아라… 점입가경 대한통운 인수전.

진짜 요지경은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전이다. 10월 7일 STX팬오션이 대한통운 주식 21.3%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떠오른데 이어 14일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들을 동원, 14.7%를 사들여 2대주주로 올라섰다. 대한통운은 국내 최대의 육상물류업체다. 리비아에서는 78억달러 규모의 대수로 공사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일찌감치 지난 8월 대한통운 지분 6.6%를 보유한 기업구조조정조합을 인수하면서 대한통운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나 금호렌터카 등과 시너지 효과가 클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STX 역시 대한통운을 인수해 국내 물류산업을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GS와 CJ, 롯데 등 굴지의 재벌 그룹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이번에 뒷통수를 맞았다.

그러나 아직 승부를 가리기에는 이르다. 관건은 내년 5월 이후에 주식으로 전환될 대한통운의 보증채권이다. 보증채권은 전체 지분의 32% 규모인데 출자전환과 동시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 비율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결국 STX는 21.3%에서 14.2%로, 금호아시아나는 14.7%에서 9.8% 수준으로 줄어든다. 보증채권을 인수하는 쪽이 판세를 일거에 뒤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 대한통운의 순이익은 237억원이다. 실적은 별 볼일 없지만 토지와 건물 등 자산이 1조3170억원에 이르는데다 보유차량과 장비가 5천대가 넘는 등 알짜배기 자산이 많다. 올해 초 3만원에도 못미치던 주가가 10월 21일 기준으로 6만9900원까지 뛰어오른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다. 시가총액은 7730억원, 보증채권을 포함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골드만삭스를 빼놓을 수 없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월 동아건설의 파산채권 입찰에서 대한통운의 보증채권을 대량 확보한 바 있다. 한때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내부정보를 활용, 입찰에 참여하려고 했다가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론스타가 탈락하는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를 두고 국내언론이 골드만삭스에 이용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보증채권은 13.3%에 이른다.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STX에 이어 2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결국 아직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보증채권 21.4%가 이 복잡한 인수전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슈 7.
단숨에 업계 1위로… 현대건설 군침.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회사들 매각도 관심거리다. 업계 2위인 대우건설은 벌써 매각을 위한 실사작업이 시작됐다. 10월 21일 기준으로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3조7322억원. 이번에 매각할 지분은 50% + 1주, 대략 1조1881억원 규모다. 여기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순이익이 3391억원에 이르는데다 해마다 꾸준히 이익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우건설의 뒤를 이어 업계 1위 현대건설의 매각도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1714억원에 이르는 우량 회사다. 시가총액은 3조4843억원.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각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올해 말 매각제한 기간이 끝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50%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2조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매각은 별 수 없이 대우건설 매각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교보증권 강종림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경우 강력한 해외수주 능력과 24조8천억원에 이르는 업계 최고의 수주잔고, M&A 효과 등을 감안할 때 30%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매출 원가가 개선되고 있는데다 이자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라 채권단에서도 굳이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이나 현대건설의 인수 후보로는 CJ나 STX, 금호아시아나, 웅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태영과 대림산업, 대주건설 등이 대우건설을 욕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소형 건설사라도 이들을 인수하면 대번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재벌 그룹이 아니라면 단독으로 참여하기 보다는 군인공제회 등과 컨소시엄을 맺는 전략도 가능하다.

론스타가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최근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극동건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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