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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들, 리볼빙 수수료 두번씩 받아챙겼다.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15, 2005

리볼빙 결제를 한번이라도 써봤다면 당신 역시 피해자다. 신용카드회사들은 가맹점에서 이미 수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고객들에게도 이자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챙겨왔다. 이런 식의 부당이득은 지난 6년 동안 최소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리볼빙 결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그동안 수수료를 2번씩 부담해 왔다. 리볼빙 결제는 회전결제라고도 하는데 신용카드 이용금액의 일부만 결제하면 잔여한도 내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반 결제와 달리 리볼빙 결제의 경우 연 10~27%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이미 가맹점에서 부담하고 있는 수수료를 고객이 이중으로 부담하는 결과가 된다.

신용카드 가맹점은 결제대금의 1%에서 많게는 4.5% 정도를 수수료로 낸다. 이 수수료에는 카드회사가 구매일부터 결제일까지의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나 대손비용, 결제 시스템 구축과 운용에 드는 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가맹점이 일차적으로 모든 비용을 부담하지만 그 비용은 결국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그런데 리볼빙 결제의 경우, 이자라는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과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는 리볼빙 결제가 전체 카드회사 수익의 67%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리볼빙 결제의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1.7%밖에 안 된다. 사용자수도 전체 카드 사용자의 1.1%밖에 안 된다. 리볼빙 결제와 비슷한 성격의 할부제도가 널리 활성화돼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 수수료보다는 낮지만 일반적인 은행 대출금리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결제일이 매달 30일이고 리볼빙 비율이 10%라고 하자. 10월1일 100만원어치 상품을 리볼빙 카드로 결제했다면 결제일인 10월30일, 10만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 90만원은 다음 결제일로 넘어간다. 이용한도가 300만원이라면 미결제금액 90만원을 뺀 210만원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300만원 한도를 모두 이용하더라도 10%인 30만원만 결제하면 된다. 이를테면 외상으로 사고 달마다 조금씩 나눠서 갚는 형태다.

여기에 수수료를 더하면 계산이 조금 달라진다. 만약 금리가 연 12%라면 100만원에 대한 수수료는 월 1만원꼴이다. 다시 정리하면 100만원을 리볼빙 결제할 경우, 수수료를 포함해 11만원을 결제하고 90만원을 다음 결제일로 넘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카드회사는 가맹점과 고객에게 각각 1만원씩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중복부과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물론 리볼빙 결제에 따라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면 그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는 게 맞다. 할부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할부가 아니라 일시불 결제 때 고객이 수수료를 내지 않는 것처럼 리볼빙 결제 첫 달에는 고객이 추가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다.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카드회사의 추가 비용은 첫 번째 결제일이 지난 다음부터 발생한다.

리볼빙 결제 첫 달부터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미 가맹점에서 부담하고 있는 비용을 고객에게 추가로 부담하게 하는 명백한 중복부과다. 리볼빙 결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때가 1999년 4월. 카드회사들은 지난 6년 동안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중복부과하면서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겨왔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7월에서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리볼빙 결제의 수수료 부과방식을 개선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회사들이 올해 안에 수수료 부과방식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통보해 왔다. 삼성카드와 조흥카드는 애초부터 첫 달에 한해 리볼빙 결제 수수료를 면제해 왔고 국민은행 등도 이달 1일부터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카드는 전산통합 문제 등으로 내년 3월 이후에나 새로운 수수료 부과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개선된 수수료 부과방식에 따라 앞으로는 100만원어치 상품을 리볼빙 카드로 산다면 첫 달에는 수수료 없이 10만원만 결제하고 다음 달부터 수수료를 물면 된다. 지금까지는 10만원에 수수료 1만원을 더해 11만원을 결제해야 했다. 당장 1만원이나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수수료율이 연 12%라면 다음달에는 나머지 90만원에 대한 수수료로 9천원을 내면 된다.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200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리볼빙 수수료 수익은 모두 252억원. 이 가운데 첫 회 수수료 부과로 인한 부당이득은 45억원에 이른다. 리볼빙 결제방식을 가장 먼저 도입한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이용자수는 27만여명이나 된다. 지난 2년 반 동안 리볼빙 수수료 수익은 1167억원, 부당이득 규모는 88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은행들이 자료 산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체 수수료 총액만 밝혔을 뿐 첫 회 수수료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자료를 제출한 16개 카드회사의 지난해 리볼빙 수수료 총액은 2457억원. 이 가운데 20%를 첫 회 수수료라고 가정하면 부당이득의 규모는 연간 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뒤늦게 도입한 은행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지난 6년간 최소 1천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겨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과거 부당이득을 환급하겠다고 밝힌 카드회사는 아직까지 단 한 군데도 없다. 약정에 따라 이뤄진 정상거래라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있고, 집계가 안 돼 있어 환급을 해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는 입장도 있다. 신학용 의원은 “이중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카드회사들은 지난 6년 동안 거둬들인 부당이득을 당장 환급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체크카드도 폭리.

리볼빙 결제뿐만 아니라 체크카드 수수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체크카드는 직불카드와 신용카드가 결합된 형태다.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바로바로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문제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없고 자금조달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데도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근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체크카드 이용실적 상위 6개사의 수수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해 거둔 체크카드 수수료는 모두 451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통신망 사용료 60억원을 빼면 수익은 무려 391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수수료가 584억원, 통신망 사용료 67억원을 빼고도 517억원이 고스란히 남았다. 체크카드 사용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500만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6500만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발급 건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570만장으로 전체 신용카드의 11.5% 정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123만장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1.9%로 늘어났다. 이 의원은 “체크카드 결제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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