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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외환은행 매입과정 의혹들 밝혀질까?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14, 2005

[한겨레 2005-10-13 23:09]

외환은행의 졸속매각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의혹 때문이다.

여러 가지 자료와 관련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지금부터 2년 전 외환은행의 경영 상황이 썩 좋지 못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지 않으면 부실은행이 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론스타펀드를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혹과 몇 가지 오해와 진실을 다시 정리해본다.

논란의 핵심은 2003년 9월 금융감독원 은행감독 1국이 작성한 ‘외환은행의 경영전망’이라는 보고서에 있다. 금감원은 이 보고서에서 중립적 및 비관적, 이 두 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은 각각 9.3%와 6.2%까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이 비율이 8% 미만이면 부실은행으로 간주하는데 6.2%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이 비관적 시나리오가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 비관적 시나리오의 추정 근거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이었던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나 현대 계열사 부실문제 등을 안고 있었다는 것은 금융계 종사자 누구나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도 “그때 외자유치가 안됐으면 외환카드가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심각한 금융위기가 왔을 수도 있다”며 “부실 자산문제로 늘 불안한 상황이었고 외자유치가 마지막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먼저 금감원의 비관적 시나리오에는 하이닉스반도체 대손충당금과 관련해 “2003년 말 주당 시가 1천원 가정”이라는 문구와 “2007년 청산가정 평가조정”이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금감원은 이런 가정에 근거해 하이닉스의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 감액손실을 각각 550억원과 1천억원으로 늘려 잡는다.

이런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한달 앞서 열렸던 외환은행 이사회의 전망과 전혀 다르다. 외환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주식의 장부가는 1620원이었는데 그 무렵 하이닉스의 주가는 9천원을 웃돌았다. 감액손실은커녕 이익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회의록을 보면 김지원 외환은행 재무기획부장은 “최소 1450억원에서 1920억원까지 감액손실 환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계법인도 같은 의견이고 회계감독국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이다. 이사회에서는 자기자본비율 목표를 10%로 잡았는데 금감원은 6.2%까지 낮춰잡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금감원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겨주기 위해 터무니없이 비관적인 전망을 만들어 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도 “자기자본비율 6.2%는 왜곡 날조된 근거 없는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법에서는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감위는 여기서 “등”이라는 문구에 주목한다. 부실금융기관은 아니라도 그만큼 심각한, “특별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회의록에 따르면 금감위는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에 해당되지 않지만 잠재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 논란의 진짜 핵심은 외환은행의 부실이 어느 정도였느냐가 아니다. 금감원의 전망처럼 하이닉스의 주가가 1천원까지 떨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될 가능성도 물론 배제할 수는 없다. 그 무렵 외환은행의 실적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2001년까지 외환은행의 사외이사로 참여했던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외환은행의 재무구조는 건전한 상태라고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은행법의 예외규정을 교묘히 활용해 부실금융기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환은행을 대주주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게 넘겨줬다. 여기서 핵심은 외환은행이 그때 얼마나 부실했느냐가 아니라 금감원이 정부 소유의 국가적 자산을 왜 투기적 목적의 사모펀드에 팔아넘겼느냐에 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금감원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겨주기 위해 비관적 시나리오를 자의적으로 짜맞췄다”고 주장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금감위원들은 론스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식취득을 승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론스타가 2년 뒤에 시세차익을 챙겨서 떠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금출처가 불분명하고 조세회피 목적으로 7단계에 걸쳐 외국을 경유해 벨기에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부실채권이나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것이 본업이고 은행의 경영에는 취미가 없다는 것도 분명했다. 그런데도 금감위는 론스타의 주식취득을 승인했다.

상황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환은행이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예외규정을 적용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을 더욱 과장하기에 이른다.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론스타 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변 전 국장이 금감위에 압력을 넣은 정황도 발견됐다. 그가 금감위 임시회의를 하루 앞둔 2003년 9월3일 금감위에 보낸 공문에는 “외환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론스타의 주식 보유한도 초과승인을 적극 검토하라”고 적혀 있다. 변 전 국장은 재경부 국감에서 “그 문건은 금감위에서 요구했기 때문에 보내준 것”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딜은 누구다 다 싫어하는 거래였고 누구한테나 의혹을 살 수 있는 거래였다”고 밝혔다.

문제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이 공문은 변 전 국장 전결로 돼 있다. 변 전 국장은 “직원들이 이걸 주면 국회에 소환돼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막았지만 주무부처 실무책임자로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죽했으면 여기(론스타)밖에 없다고 생각했겠느냐”며 “만약 론스타가 안 들어왔으면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최악의 경우 4.4%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당시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을 지냈던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경영권 매각보다는 외자유치와 증자를 해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했으나 정부의 매각의지가 확고해 나중에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 전 국장을 비롯해 재경부 윗선이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여러 기록을 살펴보면 금감위나 외환은행 이사회는 철저하게 재경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한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대금이 외국에서 들어오지 않고 국내에서 조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외환은행에서 외화 환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다. 그 무렵 한국은행의 외화유출입 동향을 살펴봐도 그렇게 큰 규모의 외화가 들어온 기록은 없다. 금감원을 통해 외환은행에 관련자료를 요청했으나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주간사로 참여했던 씨티은행을 통해 조달했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역시 확인된 바는 없다.

유력한 가능성으로는 론스타가 국내에서 이른바 신디케이트 론을 조성해 일정기간 뒤 수익을 보장하고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에게 돈을 끌어모았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돈의 출처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한 재경부 관료들과의 유착 가능성이다. 현재로서는 이 전 행장과 변 전 국장이 그 의혹의 중심에 있다. 국감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나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밖에도 론스타는 현재 탈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고 10% 이상의 보유지분을 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최경환 의원은 “이미 매각작업이 진행중인만큼 당장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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