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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할인점의 가격 파괴는 사기다.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7, 2005

대형 할인점의 가격파괴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최근 월마트 반대운동(anti-Walmart)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사무직노조네트워크 활동가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월마트의 가격파괴 정책의 실상과 노동탄압 실태를 폭로하는 한편, 한국 월마트도 노조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한국 소비자들과 노동단체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미국 월마트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1시간에 9.7달러로 대형 소매업체 평균 14.1달러보다 31%나 적다. 그가 3인 가구의 가장이라면 미국 정부가 정한 빈곤 상한선에도 못 미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이들은 또 수당 없는 시간 외 근무를 공공연히 요구받고 있다. 월마트는 2001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직원들의 집단소송에 패소해 시간외 근무수당 5천만달러를 물어주기도 했다.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복지조건도 턱없이 열악하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임금의 최대 45%까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나마도 비정규직 직원들은 가입이 매우 까다롭게 돼 있다. 당연히 보험 가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다른 회사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평균 66%인 데 비해 월마트 직원들의 평균 가입률은 41∼44%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열악한 복지조건이 비용을 외부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보험에 들지 못하면 이들은 결국 정부 차원의 공적 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 부담을 사회, 구체적으로는 납세자들이 지게 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납세자들이 월마트에 연간 2050만달러를 지원해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건강보험뿐만 아니다. 직원들의 낮은 임금은 정부의 복지정책에 의존하게 만들고 결국 이는 고스란히 사회에 전가된다. 미국 의회 정책지원팀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 200명의 월마트 점포의 경우 연간 42만달러의 세금을 끌어다 쓴다. 직원 한 사람에 2천달러꼴이다. 결국 월마트의 이익은 직원들의 희생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희생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넓혀서 보면 세계적으로 이 같은 비용의 전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양성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월마트는 전체 직원 가운데 3분의 2가 여성인데 이들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물론이고 승진의 기회도 더 적다. 2001년 기준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평균 5200달러를 적게 받았다. 2004년에는 6명의 여성이 소송을 내고 이 회사에서 일한 적 있는 150만명의 여성이 이에 동참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진행 중인 소송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소송이다.

월마트는 무노조 원칙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일에서는 노조간부가 노조평의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 문제가 됐고 영국에서는 노조를 탈퇴하면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노조가 설립되자 아예 지점을 폐쇄하기도 했다. 텍사스주 정육점협회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냉장육 판매를 중단하고 거래를 끊기도 했다.

월마트의 낮은 임금과 노동착취는 월마트뿐만 아니라 월마트와 거래 중인 다른 회사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월마트와 거래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한 회사 노동자들은 건강보험을 삭감하라는 월마트의 요구를 저지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쟁의를 벌여야 했다.

문제는 월마트가 이제 업계 표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월마트의 사업 모델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넬슨 리히텐슈타인 교수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9세기 말 펜실베니아 철도회사는 스스로를 세계의 표준이라고 말하곤 했다. 20세기 중반 제너럴모터스는 관료적 경영과 대량 생산의 상징이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식산업 시대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21세기 초에 월마트는 국경을 넘나드는 생산과 분배, 고용 시스템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리히텐슈타인 교수는 월마트의 첨단 정보기술과 낮은 수준 노동력의 결합에 주목한다. 정보기술 시스템이 오히려 노동력을 배제하고 있는 셈이다. 콜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비는 점점 더 첨단으로 치닫지만 임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노동력의 수준은 더 단순화한다. 노조를 조직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제 월마트를 따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됐다. 이를 두고 월마타이제이션(월마트화·Walmartization)라고 부른다.

리바이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리바이스는 월마트에 청바지 납품을 시작한 2년 뒤 미국 공장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납품단가가 도저히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2500명의 직원들이 해고됐고 리바이스는 모든 청바지를 해외에서 수입해 오게 됐다. 비슷한 사례는 숱하게 많다. 월마트는 이제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공장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월마트는 임금을 더 적게 주고 더 많은 일을 더 오래 시키고 일자리를 줄이라고 거래 업체들에게 요구한다.

월마트는 미국 공장들을 문 닫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모든 공장들을 최저가격을 위한 불가능한 경쟁에 몰아넣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과 비용을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8달러짜리 셔츠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는 폴로는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

에콰도르는 10년 전보다 30% 이상 더 낮은 가격으로 월마트에 바나나를 납품한다. 에콰도르에서 한 상자에 2~3달러 주고 사들인 바나나가 미국의 월마트에서는 25달러에 판매된다. 에콰도르 바나나 농장의 수익은 고작 달러당 12센트, 그런데도 월마트는 가격을 더 낮추라고 주문한다. 에콰도르에서는 10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하루 3달러 미만을 받으면서 농약을 뒤집어쓰고 바나나 수확을 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국제사무직노조네트워크(UNI·Union Network International)는 미국의 환경단체와 인권단체, 소비자단체 등을 연계해 ‘정신 차려, 월마트'(Wake-up Walmart)라는 국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UNI 세계총회에서는 ‘전지국적으로 월마타이제이션에 저항해야 한다’는 의제를 채택하기도 했다. 알란 스펄딩 UNI 상업분과 의장이 지난주 방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UNI는 국내 월마트에 노조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선포해 눈길을 끌었다.

알란 의장은 “월마트의 가격파괴 정책은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끔찍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우리 모두 월마타이제이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얀 훨스텐버그 유니 상업분과 국장은 “월마트뿐만 아니라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마트, 삼성홈플러스 등 한국 대형 할인점들에도 노조 설립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슈퍼마켓 공룡, 불매운동에도 끄떡없어.

“월마트에서 학용품 사지 마세요.” 월마트는 요즘 불매운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8월 초 미국의 2대 교원노조인 미국교육협회와 교사연맹은 월마트 불매운동에 나선 것을 비롯해 식품산업노조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저임금과 여성차별, 노동착취 등을 문제삼고 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월마트는 “노조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월마트는 사실 불매운동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월마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월마트의 모델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차피 월마트보다 더 싸게 파는 곳은 없기에 소비자들이 결국 월마트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 많은 월마트가 ‘포춘’ 선정 ‘올해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2년 연속 올라온 것은 뜻밖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설문 대상이 주요 기업 경영진과 관리직, 애널리스트 등이기 때문이다. 물론 월마트는 이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사회적 비난과 무관하게 월마트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기업이다.

월마트는 4년 연속 ‘포춘’ 선정 매출액 세계 1위에 선정됐다. 지난해 매출액이 무려 2881억달러. 세계적으로 5700여개의 점포를 두고 150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8년 7월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첫발을 내디뎌 현재 16개 매장에 3800여명의 직원들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세계 이마트 등에 밀려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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