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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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못지 않게 먹는 욕심이 많고, 또 먹는데 돈 쓰는 걸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나는 맛의 취향도 분명하다. 맛있는 음식은 몸이 먼저 안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을 존경하는 나는 이 책, ‘소박한 밥상’을 읽고 그들의 건강한 삶의 비결이 건강한 먹을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는 새로운 힘과 에너지를 얻으려고 먹는다. 아무걸로나 다만 배를 채우려고 먹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를테면 당근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익혀서 먹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껍질을 막 깍아낸 당근을 아삭아삭 베어먹는 것보다 당근을 더 맛있게 먹는 요리법은 없다. 익힌 당근은 맛있지도 않고 영양가도 더 없다. 맛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온갖 조미료를 써서 맛을 억지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습관처럼 동물의 썩어가는 시체를 먹는다. 피와 기름이 섞인 고기를 더부룩하게 먹고 우리는 몸이 건강해진다고 느낀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생명력을 얻는건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을 때가 아니라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한입 가득 베어물 때다.

소는 풀만 먹고도 엄청난 힘을 낸다. 소에게 억지로 육식을 시킬 때 소는 치명적인 병에 걸린다. 생명력 없는 죽은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썩지 않도록 만든 가공식품을 먹는다. 그리고 우리는 음식을 죽여서 먹는다. 우리는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배가 부르도록 먹는다. 우리의 위장은 쉴새 없이 들어오는 그런 형편없는 음식물을 소화하느라 지치고 결국 병이 든다.

살아있는 음식, 햇빛으로 익힌 생명력 넘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가볍고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게 당신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면서 세계의 모든 인류와 공존하는 방법이다. 당신이 육식을 줄여야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들이 살 수 있다.

‘소박한 밥상’은 요리책이다. 그냥 요리책이 아니라 당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줄 특별한 요리책이다. 긴 말이 필요없다. 몇 부분을 발췌하겠다.

10. 대충 말고 철저하게 살자. 부드럽게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13.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소금과 양념이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만든다면 소금과 양념을 넣지 말고 음식을 적게 먹는게 좋다. 아주 간단하지 않은가.

24. 나는 요리하는 여성이 아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다른 여성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나는 여성이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화덕 앞에 머물며 음식을 만들고 가사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29. 과일 35%, 야채 50%(3분의 1은 녹색 채소, 3분의 1은 황색 채소, 3분의 1은 수분이 많은 채소), 단백질 10%, 지방 5%. 우리의 식습관 일정표는 이런 비율을 따른다.

33. 나는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하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다. 나는 요리에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고 싶다.

36. 과일이나 견과야 말로 가장 먹기 쉽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자연적인 음식이다. 또한 그것은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아 활기에 넘치고 생명과 영양으로 충만한 음식이며 식물이 주는 생명력과 인체의 생활력 사이에 틈이 거의 없는 음식이기도 하다.

36. 가능한 한 살아 성장하는 상태에서 수확해 즉시 먹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를 위해 이런 먹을거리를 준비해주었다. 살아있는 음식 즉 햇빛으로 익힌 음식이다.

37. 조리하는 것은 심지어 보수적인 조리법까지도 음식의 생명력을 일부 파괴시킨다. 조리한 콩에서는 새싹이 트지 않는다. 익히거나 통조림하거나 냉동한 음식은 방부제를 넣은 죽은 음식이다. 조리하는 것은 파괴하는 것이고 재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구성된 살아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음식물 속의 살아있는 조직과 인체의 조직 세포가 서로 에너지를 교환할 때 건강을 주는 힘이 생긴다.

40. 문명화된 인간이나 인간이 키우는 가축은 질병을 앓지만 야생동물들은 질병을 앓지 않는다. 야생동물들은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것을 그대로 먹는다.

41. 조리를 해야 맛이 더 좋을까. 습관과 관습에 물든 미각에게만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조리한 당근이 그냥 막 깎은 당근보다 맛이 더 좋을까. 인공 감미료를 넣거나 부자연스러운 양념을 할 때만 그럴 것이다. 그냥 사과에 소스를 뿌려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과를 익히면 그때는 계피나 설탕, 메이플 시럽, 후추 등을 넣어 맛을 낸다.

43. 튀기기보다는 끓이는 편이 좋다. 끓이기보다는 굽기가 낫고 그보다는 찌기가 더 낫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날것으로 먹는 것이다.

45. 정말이지 요리하는 게 좋다. 손에 가지나 당근, 양파 같은 야채를 들고 있는 게 좋다. 야채를 자를 때 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칼질하는 게 좋다. 겉과 속의 차이를 보고 야채 안쪽의 아름다운 문양을 보고 가지에 든 씨앗과 양파껍질, 당근 안쪽의 오렌지빛 별꽃 문양을 보는게 좋다. 음식을 젓고 체질하고 무게를 재고 붓는게 좋다. 싱싱한 재료를 한데 섞고 그것들이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변하는 광경을 지켜보는게 좋다. 크레센트 드래건웨건, ‘공동체의 요리책’ 가운데.

53. 자연은 썩은 동물의 시체가 아닌 풍부한 영양을 주는 먹을거리를 충분히 인간에게 제공한다. 썩고 있는 동물의 시체를 먹는 것은 정결한 사람이라면 혐오할만한 불쾌한 식사법이다.

54. 채식인(vegetarian)이라는 말은 ‘온전한, 건강한, 싱싱한, 살아있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베게투스(vegetus)’에서 왔다.

55. 콩과 토마토, 쌀, 올리브, 견과와 빵이 있는데 왜 피를 흘리고 죽는 것의 살점을 먹으려고 할까. 꿀과 바나나, 배, 오렌지, 옥수수, 무우가 있는데 왜 시체의 살점을 찢어야 하나.

58. 과일과 야채를 먹는 것이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에 더 일치한다. 인간이 분비하는 소화액은 육식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육식동물은 인간보다 10배는 더 강한 염산을 분비하고 장이 아주 짧아서 고기를 빨리 소화시킨다. 인간의 소화장기는 육식동물보다 3배나 길고 육식을 하면 2~3일간 음식을 장에 담고 변을 만든다.

59. 분명 인간은 육식을 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59. 2차 세계대전 중 덴마크는 긴급배급을 시행하면서 1년간 고기를 배급하지 않았다. 그해 덴마크는 세계 최저 사망률을 기록했고 발병율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고기를 먹게 되자 사망률과 발병률은 전쟁 전으로 돌아갔다.

61. 바나나에는 모유보다 많은 단백질이 들어있다. 야채는 평균 3%, 견과류는 15%, 씨앗류는 20%의 단백질을 함유한다. 이것은 고기에 든 아미노산과 똑같다.

61. 부패한 고기보다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 쪽이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더 깨끗하다.

62. 도살된 가축이 얼마나 많은 질병을 앓는지 육류검사관은 안다. 연회에서 야채요리만 먹는 사람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채식주의자이신가요?” 그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육류 검사관입니다.”

62. 인구 1인에게 필요한 먹을거리 생산에 1에이커가 쓰인다고 한다. 그런데 육식을 하는 사람은 그들이 먹을 가축을 먹이려고 거의 2에이커를 쓴다. 곡물과 콩 따위의 사료를 가축에게 주기보다는 비옥한 땅에서 나는 작물을 인간이 직접 먹는 편이 생태학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합당하다. 1에이커의 땅에 콩을 심으면 43파운드의 단백질이 생산되고 이 단백질은 고기에 든 단백질과 똑같으면서 더 싸고 지방이 적고 질병을 일으킬 확율이 낫다.

63. 강낭콩이나 완두콩, 대두를 1에이커의 땅에 경작하면 각각 한사람이 1116일, 1785일, 2224일 먹을 양을 수확할 수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경우는 각각 77일, 129일, 185일 먹을 양이 생산된다.

63. 정육점에 고기조각이나 덩어리가 걸린 혐오스러운 광경이나 슈퍼마켓에 비닐 포장한 고기가 흉하게 진열된 것을 볼 때 지각있고 예술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을 받을 것이다.

64. 나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고기의 단점 때문이 아니라 내 상상력에 고기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가운데.

66. 인간이 하루에 죽이는 소의 수는 지구의 모든 육식동물이 100년동안 잡아먹는 동물의 수보다 많다.

68. 야생에서 대개의 조류는 1년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양계장에서 우리는 수백개의 알을 낳도록 강요한다.

75. 언젠가 동물 살해를 인간 살해와 똑같이 보는 때가 올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78. 독성에 찌든 이 세상에서 안전한 식습관이란 바로 부패하지 않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썩거나 부패하는 것만 먹으라. 그러나 썩기 전에 먹으라.

79. 우리 문명을 파괴하는 네가지 요소는 정제한 설탕과 정제한 밀가루, 경화유, 가솔린 매연이다. 닥터 칼 왈, ‘기초건강지식’ 가운데.

84. 우리는 더 간단하고 건강에 좋고 쉬운 방식으로 먹도록 노력하자. 저장된 썩은 것을 먹느냐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푸성귀를 먹느냐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내게는 천연상태에 가장 가까운 음식이 최고의 음식이다.

106. 훌륭한 요리의 기본 원칙은 아래와 같다. 가장 품질이 뛰어나고 신선한 재료를 준비할 것. 될 수 있는대로 간단하게 준비할 것. 식거나 김이 빠지지 않도록 음식을 내기 직전에 조리할 것. 세부사항으로 야채의 껍질이 특별이 질기지 않다면 벗기는 것보다는 껍질째 깨끗이 씻는다. 끓이기보다는 굽거나 찐다. 튀기기 보다는 재빨리 끓여낸다. 스튜를 하거나 볶을 때는 기름을 흥건히 두르고 튀긴듯이 조리하지 말고 소량의 물이나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는다. 큼직하게 썰기보다는 잘게 자르거나 채를 친다. 버터나 양념은 가열할 때 넣지 말고 식탁에서 먹을 때 넣는다. 이런 사항이 음식을 만들면서 배우게 되는 내용이다.

113. 육체는 수면시간을 이용해 전날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므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음식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된다. 인체기관 특히 위의 경우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약 16시간 동안 휴식하게 된다. 우리의 이론은 이렇다. 음식은 덜 먹을수록 좋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을 먹는한 그렇다는 이야기다.

116. 우리는 소로우의 가장 좋은 아침식사는 아침공기와 긴 산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아침식사가 꼭 필요한 이들은 선량하고 정직하며 건강하고 허기진 아침식사를 하기 바란다.

152. 샐러드는 우리가 먹는 가장 생기있는 야채다. 녹색식물에 든 엽록소는 몸에 가장 큰 활력을 주고 태양의 힘을 인간의 내장에 전달해준다. 그것은 식물의 푸른 생명의 피다. 그것은 힘과 에너지를 준다. 하루에 사과를 한개씩 먹는다면 의사가 필요없다고 한다. 샐러드도 마찬가지다. 사과와 샐러드는 모두 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힘을 갖고 있다.

153. 스코트와 나는 생야채를 먹는 것을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샐러드가 있어야 저녁식사가 완성된다. 흔히 다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샐러드를 조금 먹는 것으로 끝내지만, 우리는 푸른잎 채소나 과일, 야채를 큰 그릇에 담아먹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154. 씨앗에는 장래에 식물이 될 생명이 담겨 있다. 식물로 피어날 힘이 집중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싹을 틔운 씨앗에 든 풍부한 생명력을 먹는 것이야말로 비타민과 미네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다.

174. 비타민은 껍질 바로 아래 있다. 가능하면 통째로 조리하는 게 좋다. 굵게 썰기 보다 얇게 저미는게 야채가 빨리 고루 익는다. 야채는 물속에 푹 담그면 안된다. 물에 잔뜩 넣고 오래 삶아서 물컹하고 흐물흐물해진 야채보다 맛없는 음식이 또 있을까. 야채를 조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야채가 신선하고 활기 있어야 된다는 점은 분명히 알자.

181. 나는 당근은 익혀먹지 않는다. 날것으로 먹는게 좋다. 길쭉하게 자르거나 토막을 내거나 주스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198. 양념을 많이 진하게 해야 먹을만하게 되는 음식이라면 아예 먹지 않는게 좋다. 조리하면서 죽는 것에 생기를 되살리기 위해 첨가하는 것이 소금과 후추다. 음식은 다른 첨가물이 아니라 원재료의 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

248. 단맛을 낸 음식을 먹는 것의 가장 큰 해악은 그런 음식에 길들여지면 더 소박하고 덜 꾸몄지만 더 건강에 좋고 필요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는데 있다.

250. 쓰고, 시고, 짜고, 맵고, 얼큰하고, 메마른 음식은 통증을 일으키고 사람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생기와 에너지, 활기, 건강, 기쁨과 유쾌함을 주는 담백하고 심심하면서 실속있고 먹을만한 음식이 순수한 사람들에게 좋다. 고대 인도경전 가운데.

참고 : 맛집 기행, 토수.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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