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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자들.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20, 2005

이종우 한화증권 이사(리서치센터장)는 원래 대표적인 약세론자였다. 과거 몇차례 대세 상승기에 그는 늘 신중론을 펼쳤고 시장은 그런 그를 냉대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았지만 시장은 늘 약세론보다는 강세론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시장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을 지켜왔던 그가 강세론자로 돌아선 것은 낯설고 놀라운 일이다. 그가 강세론을 외친 것은 1989년 리서치 생활을 시작한 뒤로 처음이다. 오죽하면 본인도 적응이 잘 안 되고 주변에서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7월부텁니다. 한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우리 경제가 구조개편을 끝내고 마침내 바닥을 찍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겁니다.”

이 이사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먼저 유동성 자체를 부정한다. “적립식 펀드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들 하는데 그거 한달에 3천억원 정도밖에 안됩니다.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때는 하루에 1조씩 1주일 넘게 들어올 때도 있었어요. 게다가 그때는 시가총액이 300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00조원이나 됩니다. 이런 시장에서 한달에 3천억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진짜 유동성 장세는 1983년 장영자 사건 때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경기회복과 실적전망이 뒷받침돼야 오르지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3개월 동안 주가가 계속 올랐습니다. 어떻게 유동성만으로 이렇게 오르겠습니까. 그만큼 경제의 펀더멘털이 받쳐줬다는 이야기죠. 과거 경험을 보면 시장은 늘 옳습니다. 오를만 하니까 오르는 겁니다.”

이 이사는 기업실적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10%씩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성장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하게 보이는 것일 뿐 성장의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소비 부진도 마찬가지다. 이 이사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가계 부채 문제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충격이 완화돼 가는 과정이다. 소비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고 머지않아 반전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거라고들 하는데 이거 3년 전부터 했던 이야깁니다. 부동산이 하드랜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에요. 2100 수준이면 과거 고점의 절반도 안 됩니다. 여기서 더 빠져봐야 얼마나 빠지겠습니까.” 그는 외국인들이 떠난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단기급등에 따른 이익실현일뿐 주가가 빠지면 다시 들어올 거라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1050을 그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뿐만 아니라 낙관론자들은 최근의 조정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나기는 피해야겠지만 소나기와 장마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완전히 털고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을 유지한다. 그가 보는 낙관론의 근거는 크게 다음 세가지다.

먼저 외국인들이 파는 종목이 한정돼 있다. 고점 이후 4일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은 3500억원 수준, 그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한국전력, 하나은행 등 4개 종목이 2888억원에 이른다. 각각 이익을 실현할만한 개별적 사유가 있었고 딱히 포괄적인 시장이탈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자금 유입은 15주 연속 계속됐다. 하반기 실적전망을 봐도 굳이 외국인들이 떠날 이유가 없다. 오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 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에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발 더 나가 “유가 급등이 반드시 주가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실제로 1999년의 경우 유가가 200% 이상 올랐는데도 주가는 오히려 뛰어올랐다. 금리도 4.75%에서 6.50%까지 뛰어올랐지만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기업실적이고 미국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하반기에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재익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주가의 움직임을 ‘글로벌 밸류에이션 수렴현상’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은 6.2배에서 올해 7월 기준으로 8.4배까지 올랐습니다. 이 정도는 결코 높지 않아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이처럼 주가수익비율이 세계적으로 상향 동조화하는 흐름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의 조정을 장기 상승추세에 수반되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본다. 이 연구위원은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 추세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상승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80 언저리에서 하방경직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성 부국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조정은 자연스러운 매물 소화과정일 뿐이며 오히려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입장이다.

허재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이른바 ‘차이나 효과’에 주목한다. 중국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나라들에서 특히 소재 관련 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머징마켓의 지수는 이미 1994년의 고점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계속 오르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의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국제 유가나 금리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기존의 상승 논리는 여전히 건재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낙관론자들은 내수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본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4월부터 바닥을 치고 오르고 있고 도소매판매도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수 경기를 굳이 지난 2년과 비교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 팔아야 됩니다.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2년이 비정상이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내수는 이미 바닥을 쳤고 분명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경기에 대한 기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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