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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담금 거둬 공공임대주택 늘리자.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14, 2005

어떤 회사가 너무 많은 돈을 벌면 그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뺏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얼마든지 더 많이 돈을 벌도록 하고 정부는 그만큼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이게 일반적인 경우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건설업체가 집값을 너무 비싸게 받을 경우, 집값의 일부를 정부가 뺏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엔 조금 복잡한 논리가 필요하다. 개발을 하면 땅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올라간 가치 속에는 불로소득이 포함돼 있다. 아파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쉽다. 건설업체들이 손에 쥐는 이익은 이들이 아파트를 잘 지어서가 아니라 아파트가격이 워낙 높게 잡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땅이라면 높은 아파트를 지을수록 이익도 늘어난다.

문제는 이 같은 이익을 건설업체가 모두 가져가도 되느냐는 것이다. 높은 집값이 안겨주는 부담은 사회 전체가 떠안는 반면, 여기서 생기는 이익은 건설업체가 고스란히 챙기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게 바로 토지 공개념이다. 땅은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에 따라 소유와 처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다. 이를테면 건설업체가 거둬들인 이익 가운데 일부를 정부가 뺏을 수도 있게 된다.

개발이익환수제도란 말 그대로 건설업체는 원가를 기준으로 집값만 제대로 받고, 대신 땅값이 올라서 벌어들인 초과이익은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여기서 거둬들인 돈으로 정부는 공영개발과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각종 부동산정책 집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건설업체들의 폭리를 낮춰서 섣부른 개발을 막고, 집값도 잡고, 게다가 정책 재원까지 마련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과거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와 개발부담금 등 일부 제도가 시행돼 왔지만, 사회 일각의 반발에 부딪쳐 잇따라 좌절된 바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사업에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설정하거나 기반시설부담금의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개발이익환수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토초세는 유휴토지의 땅값이 전국 평균보다 150% 이상 오를 경우 지가 상승분의 30~50%까지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땅값이 크게 오른 지역에 1년 단위로 미리 과세한 다음 3년마다 정산하는 방식을 띤다. 땅값이 오를 경우 그만큼 세금을 거두면 되지만, 문제는 땅값이 떨어질 경우다. 이 제도는 논란 끝에 결국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1998년에 폐지됐다. 실현되지 않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기준이 마땅치 않다는 취지에서였다.

개발부담금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토초세가 개발 인근 지역의 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라면, 개발부담금은 개발이익을 직접 환수하는 제도다. 택지개발사업 등에서 개발이익의 25%를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이 제도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2002년부터 비수도권 지역, 지난해부터는 수도권 지역에서도 부과가 중지돼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개발이익 환수의 역할을 한다. 올해 도입된 이 제도는 50가구 이상의 재건축사업에서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에 할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전체 면적이 1천평에서 2천평으로 늘어났다면 늘어난 1천평의 25%에 해당하는 250평을 임대주택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사이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어야 하고 입주자는 추첨으로 배정된다.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그동안 조합과 건설업체가 나눠먹던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다. 그러나 이 법도 현재 사유재산권과 평등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다. 재건축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개발이익을 낯선 세입자에게 나눠주게 되는 탓이다.

최근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기반시설부담금을 두고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기존의 개발이익환수제도보다 수위는 낮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기반시설부담금은 개발부담금과 달리 개발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게 아니라 사업시행자의 개발 행위에 대해 부과한다. 개발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 및 환경 문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내라는 이야긴데, 지역과 용도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게 난다.

기반시설부담금은 특별회계로 관리돼 돈을 거둔 지역에 다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낙후 지역 개선사업 등에 사용된다. 이를테면 강남에서 걷은 돈을 강북이나 지방에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형평성 논란이 빚어지는 건 이 대목에서다. 강북이나 지방의 기반시설 개발은 정부가 세금을 거둬서 할 일이라는 게 반대측이 내세우는 논리다. 취지는 좋지만 다분히 주먹구구식 발상이고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문제는 결국 분양원가공개 문제와도 맞물린다. 도대체 건설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기에 이를 환수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엄밀히 따지면 건설업체라기보다는 시행사들이 이익을 챙긴다고 보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땅값에 대한 보증을 서는 등 시행사와 건설업체가 이익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나온 자료들을 모아보면 이들의 이익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경실련이 발표한 용인동백지구 아파트의 추정원가 자료를 살펴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사업을 벌인 민간건설업체들은 평당 246만원, 34%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주택공사 등 공기업의 경우도 평당 191만원에서 많게는 224만원까지 평균 31.7%에 이르는 수익을 챙겼다. 민간이나 공공이나 폭리를 취하는 데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용인 동백지구는 정부가 법에 따라 토지를 강제수용해 조성한 택지개발지구다. 이들은 토지공사로부터 평당 평균 341만원에 28만여평의 택지를 분양받아 35만여평의 아파트를 지은 다음 평당 701만원에 분양했다. 평당 건축비를 240만원으로 잡으면 모두 8295억원의 개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나서서 건설업체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있는 꼴이다.

이제 정부의 고민은 어떻게 반발이나 법적 충돌 없이 개발이익을 환수할 것이냐로 모아진다. 이미 토초세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바 있고 개발부담금은 유명무실하게 된 지 오래다. 정부는 내심 손쉬운 기반시설부담금에 욕심을 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집값을 잡기도 어렵고 이익을 환수하는 효과도 작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임대주택 의무비율도 구색만 갖췄을 뿐 부작용도 많고 효과 역시 작은 편이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일도 어렵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개발부담금의 부활만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별도의 제도를 새로 만들 게 아니라 개발부담금을 부활하고 여기에 모든 개발이익환수제도를 통합하자는 이야기다. 경실련 시민감시센터 박완기 국장은 “25%인 개발부담금을 50%까지 올리고 부과 시점도 개발허가 시점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익이 나면 부담금을 내는 게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일찌감치 부담금을 걷자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사전에 무분별한 개발을 차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박 국장은 또 “개발부담금을 택지 개발뿐만 아니라 재건축까지 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장의 핵심은 정부가 공공주택에서 이익을 챙기려 들지 말고 개발부담금에서 재원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더 늘리는 게 당연한 수순. 공영 개발도 중요한 이슈다. 택지를 조성해 건설업체들에게 싼값에 나눠줄 게 아니라 아예 정부가 직접 시행을 맡게 되면 집값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싼 집이 더 많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집값도 떨어질 수 있다. 건설업체들의 폭리는 줄이고, 그 이익으로 집값도 떨어뜨리자는 논리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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