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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펀드, 지금이라도 뛰어들어라.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22, 2005

주가가 1000을 훌쩍 넘어서면서 주식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큰 박탈감에 빠졌다. 이제라도 주식을 사야 하는 것일까, 유혹은 끊이지 않지만 사상 최고라는 주가는 금방이라도 꺾일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적립식 펀드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까. 더 늦기 전에 큰맘 먹고 뛰어드는 게 좋을까.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따져보면 결론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한투운용의 주식형 펀드,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 같은 경우 지난 1년 동안 수익률이 무려 80.9%에 이른다(7월 20일 기준). 지난해 이맘때 100만원을 넣어뒀으면 지금쯤 180만원이 돼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년 동안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42.4%포인트나 더 높다.

문제는 이 펀드가 지난 1년만큼 앞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그동안 쌓아놓은 수익을 날려버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이 펀드는 올해 3월부터 4월 사이에 최대 12.1%나 손실을 냈다. 3월 7일부터 지금까지 수익률은 4.9%, 4월 19일부터 계산한 수익률은 16.2%로 큰 차이가 난다. 100만원을 투자했을 때 수익의 차이가 11만3천원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투자를 거치식 투자라고 한다. 한꺼번에 목돈을 집어넣고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방식이다. 이 경우 투자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펀드를 골라도 3월에 투자하는 것과 4월에 투자하는 것에 큰 차이가 난다. 주가가 한참 떨어졌다가 바닥을 치고 오를 때 치고 들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적립식 투자는 거치식 투자와 달리 푼돈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꺼번에 300만원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한달에 25만원씩 12개월로 나눠서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 경우 투자 시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12개월 평균 가격보다 주가가 더 오르기만 하면 수익이 난다. 가장 싸게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너무 비싸게 사는 위험을 피할 수는 있다.

주가가 빠질 때는 가격이 싼만큼 같은 돈으로 주식을 더 많이 사고 주가가 오르면 더 적게 사게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평균 매입가격이 갈수록 낮아지게 된다. 이를 코스트 에버리징(cost averaging) 효과라고 한다. 비용을 평균화한다는 말인데 그만큼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의미도 된다.

이를테면 주가가 5만원일 때는 25만원으로 5주밖에 살 수 없지만 주가가 3만원까지 떨어지면 8주를 사고도 1만원이 남는다. 주가가 빠지면 주식을 더 싸게 더 많이 살 수 있어서 좋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적게 사는 대신 이익이 늘어나니까 좋다. 평균 매입가격은 계속 떨어지게 돼 있고 장기적으로 주가가 평균 이상으로 올라주기만 하면 결국 이익이 난다.

은행이나 증권사, 투신사에 가면 정기예금이나 적금처럼 달마다 일정 금액이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적립식 간접투자 상품이 많이 나와있다. 굳이 이런 상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펀드를 고르고 직접 한달에 한번씩 찾아가 일정 금액만큼 집어넣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경우 번거롭기도 하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적립식 투자의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우려가 있다.

적립식 투자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 주가가 오를지 떨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투를 잡을 위험을 피해보자는 이야기다. 그 누구도 주가의 바닥을 정확히 찍어낼 수는 없다. 적립식 투자는 소극적인 투자기법이지만 주식을 싸게 사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목돈을 모아서 한꺼번에 쏟아부으려고 하지 말고 푼돈이라도 그때 그때 집어넣고 장기적으로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주관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돈을 집어넣는게 관건이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 1100의 문턱에 선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다. 판단의 근거는 결국 주가가 장기적으로 1100을 넘을 것이냐 넘지 못할 것이냐다. 적립식 투자를 한다면 당장 다음달에 주가가 빠지거나 오르는 건 전혀 신경쓸 이유가 없다. 굳이 다음달까지 지켜보고 판단할 이유도 없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거라고 본다면 하루라도 빨리 뛰어드는 게 무조건 이익이다.

게다가 지금은 주가전망이 매우 좋다. 100%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모든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2개월 종합주가지수 목표를 종전 1140에서 1220으로 수정했다. 한화증권은 올해 안에 1200에서 1250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JP모건과 리만브러더스도 목표 주가를 1200으로 높여잡았다.

부국증권 손정한 부장은 “지금 주가가 단기 고점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대세 상승의 초기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투자증권 김정환 연구원은 “적립식 투자의 경우 오히려 주가가 빠졌다가 올라가는게 더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거치식 투자는 주가가 빠졌다가 제자리를 찾아오면 겨우 본전이지만 적립식 투자는 그 과정에서 평균 매입가격이 낮아지게 되고 제자리만 찾아와도 이익이 난다. 김 연구원은 “주가가 단기 조정을 보일 걸로 예상되는 지금이야말로 적립식 투자에 뛰어들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자산운용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해마다 5천억원 가까이 적립식 펀드 설정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계좌수는 280만개, 설정 규모는 7조6800억원에 이른다. 설정규모는 5550억원 늘어났다. 5월만 놓고 보면 대략 스무명에 한명꼴로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고 한 계좌에 달마다 평균 19만6400원 정도씩 집어넣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는 문제는 어떤 펀드에 적립식으로 돈을 집어넣을 것이냐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적립식 투자라면 어떤 펀드나 수익률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다만 믿을만한 투신사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펀드를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우 사장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모두 채권 보다는 주식 편입비율이 높은 펀드를 고르라고 추천했다. 주가가 계속 오를 거라고 본다면 가장 좋은 건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게 만든 인덱스 펀드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여러개의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투자여력이 넉넉하다면 굳이 하나의 펀드에 모두 집어넣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달마다 50만원을 10만원씩 다섯개의 펀드에 나눠서 집어넣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경우 비슷비슷한 펀드를 고르는 건 의미가 없고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를 골고루 분산시키라는 이야기다. 이 팀장은 “대형주 중심의 펀드와 가치주 중심 또는 배당주 중심 등으로 분산해서 한쪽에서 수익이 덜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만약 장기적으로 주가가 지금 수준을 넘지 못할 거라고 본다면 거치식이나 적립식 투자나 거들떠 볼 필요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일찌감치 주식시장에 신경을 끊는게 좋다. 그러나 주가가 언젠가 결국 오를 거라고 믿는다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면서 때를 기다리는 적립식 투자는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주가가 1000을 넘어서면서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적립식 투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오른다 싶으면 주식을 팔아치우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시장에는 기대가 넘쳐난다.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면 지금이 기회다. 하루라도 빨리 뛰어드는 것이 이익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적립식 투자, 평균 매입가격이 낮아지는 마술

물론 바닥에서 사서 꼭대기에서 파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누가 바닥과 꼭대기를 정확히 찍어낼 수 있단 말인가. 바닥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없이 더 빠지기도 하고 오를만큼 오른 것 같은데도 계속 더 오르기도 한다. 투자자들은 흔히 뒤늦게 따라 들어가거나 조금만 이익이 나도 팔아치우기에 바쁘다. 당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설픈 전망을 포기하는 게 성공의 첫걸음이다.

지난 1년 동안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한투운용의 주식형 펀드,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의 투자성과를 살펴보자. 이 펀드의 기준가는 지난해 7월 862.92에서 올해 7월 20일 1410.68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7월 300만원을 집어넣었다면 3476좌를 사고 1년 만에 190만4324원을 벌게 된다. 1좌(구좌)의 기준가는 보통 1천원에서 시작하는데 펀드가 이익이 나면 날수록 기준가가 올라간다. 기준가는 펀드에서 주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지난 1년 동안 달마다 마지막 날 꼬박꼬박 25만원씩 이 펀드에 집어넣었다면 모두 2716좌를 사고 82만9560원을 벌게 된다. 월 평균 수익은 6만9130원이 된다. 주목할 부분은 25만원으로 살 수 있는 펀드의 좌수다. 기준가가 862.92였던 지난해 7월에는 25만원으로 290좌를 살 수 있지만 기준가가 1341.13으로 오른 올해 6월에는 186좌 밖에 살 수 없다. 같은 돈으로 가격이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 적게 사게 된다는 이야기다.

기준가가 크게 떨어졌던 올해 4월과 5월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월에는 25만원으로 193좌밖에 못샀지만 4월에는 208좌를 사게 된다. 기준가는 떨어졌지만 그만큼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좌를 사들일 수 있었고 평균 매입기준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주가가 빠지거나 오르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가와 평균 매입기준가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이익은 늘어난다.

지난 1년의 적립식 투자 결과 평균 매입기준가는 1104.53 밖에 안 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기준가가 1410.68이니까 지금 이 펀드에 돈을 집어넣는다면 1좌에 300원 이상 싸게 사는 셈이 된다. 1410원짜리 주식을 1105원에 사게 된다는 이야기다. 1년 동안 수익률은 27.7%이다. 300만원을 한꺼번에 집어넣은 경우보다는 낮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수익률이다.

적립식 투자의 매력은 요행이나 모험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데 있다. 적립식 투자는 결국 시간싸움이다. 달마다 같은 규모로 주식을 사라. 이 간단한 원칙만 지켜도 주식을 더 싸게 더 많이 사게 된다. 주가가 형편없이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익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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