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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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동안 기자들 경제 교육이 있다. 오늘은 세번째로 보고펀드의 이재우 사장이 왔다.

보고펀드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 변양호가 이끄는 사모투자펀드다. 7월말 출범을 목표로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변양호는 재경부에서도 차기 장차관 후보로 거론되던 핵심 실세 가운데 한명이다. 그가 펀드를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국내 금융기관들이 자의든 타의든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재우는 변양호와 함께 보고펀드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H&Q 코리아 대표이사와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를 맡았고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사모투자펀드와 헤지펀드의 차이는 뭘까. 간단히 설명하면 사모펀드는 신주를 사지만 헤지펀드는 구주를 산다. 사모투자펀드는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재우 사장은 사모투자펀드의 개념을 M&M, 머니 앤 매니지먼트라고 설명했다. 사모투자펀드는 흔히 투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경영 전반에 개입하고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헤지펀드가 5% 정도 이익을 본다면 사모투자펀드는 최소 12% 이상 이익을 노리고 뛰어든다. 간단하게는 외환은행의 론스타 펀드를 생각하면 된다. 논란은 많지만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사들여 결국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주가도 크게 뛰어올랐다. 론스타는 7360억원을 투자해서 2년 만에 두배 이상의 이익을 낼 전망이다.

이를테면 돈을 쏟아부어서 시장 3, 4, 5위 업체들을 끌어모아 2위 규모의 회사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가치를 끌어올린 다음 되팔면 엄청난 이익이 남는다. 최소 5천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그 정도 자금을 굴리려면 펀드 규모가 2조 정도는 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그만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가 없었다. 이른바 토종 사모투자펀드로는 보고펀드가 그 첫번째 실험인 셈이다.

보고펀드는 토종이라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 들어와 있는 사모투자펀드는 대부분 외국 자본이고 국내에 들어와서도 통역을 내세워야 했다. 보고펀드는 우리나라 자본을 끌어모아 우리나라 사람이 운용한다. 이 사장은 그만큼 거부감도 적고 시장 접근도 쉬울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제 국내 알짜배기 기업을 외국에 넘기지 않아도 된다고 애국심에도 호소한다.

끝나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 그렇다면 론스타 펀드와 보고펀드가 다른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외국 자본이 문제라고 토종 자본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과연 자본에 도덕성이 있는가. 보고펀드도 결국 마찬가지 아닌가. 외국 투기자본의 대안이 국내 투기자본이냐는 비난도 있다. 외국으로 빠져 나가느냐 안 빠져 나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탐욕이 문제 아닌가.

이 사장은 보고펀드도 역시 불법만 아니라면 뭐라도 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청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브릿지증권의 경우도 이익이 안나면 달리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보고펀드 역시 목표는 이익이다. 다만 이익을 챙기고 빠져나갈 수 있는 외국 자본과 달리 보고펀드는 우리나라에서 계속 사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차이라면 차이다.

흔히 자본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은 상충된다. 우리는 자본의 이익이 극대화하는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사모투자펀드의 확산도 그 변화의 한 양상이다. 보고펀드의 출범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국수주의로 치장하고 있지만 그 이익은 극소수 자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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