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확산… 주식시장 패러다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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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힘이 넘쳐난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뚫고 올라선 뒤에도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7월 7일에는 연중 최고기록인 1026.82까지 치솟아 오르기도 했다. 2000년 1월 4일 1059.04를 찍고 내려온 이후 무려 5년 6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이번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역시 적립식 펀드다. 올해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적립식 펀드는 시장의 매물을 쓸어담으면서 주가를 견인해왔다.

자산운용협회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적립식 펀드의 설정 규모는 7조6800억원으로 4월 말 7조1250억원보다 5500억원이나 늘어났다. 3월 말 6조5520억원보다는 1조1280억원 늘어났다. 주가가 1000에 육박하면서 증가율이 조금 꺾이긴 했지만 대략 달마다 5천억원 이상 늘어나는 추세라는 이야기다. 자산운용협회는 이같은 추세로 갈 경우 올 연말이면 적립식 펀드의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적립식 투자 계좌수는 모두 280만 계좌로 전체 계좌 652만4천계좌 가운데 43.5%에 이른다.

최근 펀드 판매의 상당부분을 적립식 펀드가 차지하고 있다는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5월 판매 증가액 1조6690억원 가운데 적립식 펀드의 비중은 33.2%, 계좌수로 따지면 76.1%에 이른다. 6월 통계는 7월 말쯤 나오겠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달마다 5천억원 이상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적립식 펀드 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의 규모가 전체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1월 초 8조5370억원 규모였던 주식형 펀드는 13조810억원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채권형 펀드가 65조6050억원에서 64조5410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4월 18일 이후 7월 8일까지 기관은 2조2269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은 3607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고 개인은 3조8425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지난해 9월 17일부터 올해 7월 6일까지 기관의 순매수 움직임을 살펴보면 198 거래일 가운데 107일을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84일이 실제로 주가가 올랐다. 적중률로 따지면 78.5%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은 107일을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주가가 오른 날은 53일, 적중률은 49.3%에 그쳤다. 개인은 107일 가운데 12일로 11.2%에 그쳤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던 4월 18일 이후만 놓고 보면 이같은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기관은 55 거래일 가운데 34일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26일이 실제로 주가가 올랐다. 적중률은 76.4%에 이른다. 외국인은 34일을 순매수했고 주가가 오른 날은 17일, 적중률은 50.0%에 그쳤다. 개인은 34일 가운데 겨우 이틀만 올랐다. 적중률은 5.9%에 그쳤다. 그야말로 기관이 사면 오르고 기관이 팔면 떨어지는 전형적인 ‘기관화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월말 월초 펀드 효과’라는 것도 생겨났다. 월급날이 몰려있는 월말에 펀드 납입금이 자동이체되면서 매수여력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순부터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월말 월초까지 탄력을 받게 된다. 5월 20일의 경우는 하루 동안 주식형 펀드가 4272억원이나 늘어나기도 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선 것도 이런 탄탄한 유동성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통계 결과를 내놓았다. 투신은 올해 들어 1~10일 사이에 평균 329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11~20일 사이에는 평균 1029억원을 순매수했고 21일에서 월말 사이에는 평균 2250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가의 움직임은 한발 늦게 월초에 나타났다. 월초의 지수 상승률이 0.7%를 기록한 반면 월 중반과 월말에는 각각 0.4%와 0.6%를 기록했다. 김중현 연구원은 “월말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투신의 매수세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음 달 초까지 주가 상승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놀랍고 근본적인 변화는 개인의 이탈이다. 개인은 2003년 3월 이후 최근까지 18조원 이상 주식을 매도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126 거래일 동안 87일을 순매도했다. 최근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4월 18일부터 55 거래일 동안에는 47일을 순매도했다. 5월 3일부터 6월 17일까지는 무려 31 거래일 동안 연속으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1995년 23일의 기록을 뛰어넘는 사상 최장 기간 기록이었다. 그 기간동안 지수는 940.85에서 1003.68까지 가파르게 치솟아 올랐다.

흔히 개인의 매도와 지수 추이는 역의 상관성을 갖는다. 오죽하면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개인이 주식을 팔아야 지수가 오른다”고 할 정도다. 올해 들어 개인의 순매도 규모는 4조7118억원, 이 가운데 3조8425억원이 4월 18일부터 지난 한달 반 사이에 몰렸다. 개인은 올해 지수 상승에서 거의 재미를 못봤다. 5월 12일 이후 개인이 내다판 종목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에쓰오일, 현대차 등 거의 모두 기관이 사들였고 대부분 이 기간 동안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개인들의 순매도 공세를 일시적인 시장 이탈이 아니라 직접투자를 외면하는 구조적 성격으로 이해한다. 김 연구원은 “최근 개인의 매도세는 시황이나 경기 사이클,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기조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지수와 투자동향을 돌아보면 개인은 지수 상승에 후행해서 시장에 들어오고 지수 고점 부분에서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IMF 직후의 추세적 상승국면에서도 900 이상에서 들어왔고 2001년 9·11 테러 직후 반등 국면에서도 850 이상에 모험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의 움직임은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의 기조적 시장 이탈을 그동안 직접투자를 통해 입은 손실과 부정적 학습효과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이밖에 부동산 폭등에 자금이 묶여 있거나 내수 거품이 무너진 뒤 가계 부채 조정 과정도 직접투자 퇴조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직접투자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간접투자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관측도 정확하지는 않다. 최근 적립식 펀드 가입자들은 오히려 직접투자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게 시장 주변의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실패한 직접투자자의 퇴장과 신규 간접투자자의 진입, 그리고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대대적인 투자문화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기관의 영향력 확대와 외국인의 상대적인 축소, 개인의 퇴조가 우리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실적 변동성이 낮은 내수주와 배당주를 중심으로 종목 재평가와 차별화가 시작된 것도 주목할만 하다. 4월 말 이후 시장은 철저하게 기관 선호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의약품과 기계, 증권, 종이목재, 건설, 통신, 보험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지난 고점에 대한 부담과 2분기 실적 우려감, 경제 지표의 불확실성 등으로 기관이 안정적이고 방어적인 투자패턴을 보이면서 시장 전체가 기관의 흐름에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가치주가 시장의 전면에 나선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대신경제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치형 종목들 수익률이 14%에 이른 반면 성장형 종목들은 11%에 그쳤다. 특히 주가가 1000을 넘어서는 강세 국면에서 가치주의 부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우재 연구원은 아예 가치주와 성장주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약과 음식료, 건설 업종은 전통적인 내수주로 구분됐지만 이제는 신 성장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기업들은 풍부한 현금 보유를 바탕으로 배당을 증가시키는 등 가치형 기업으로 돌아서고 있다. 가치주가 성장주로, 성장주가 가치주로 변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제약과 음식료 업종의 주가수익비율은 각각 16배와 14배로 전체 기업 평균 8배 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김 연구원은 “이들 기업이 상반기와 같은 수익률을 내려면 신 성장동력을 실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이밖에도 저평가된 철강금속과 화학 업종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전체적으로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기관은 대형주를 평균 254억원 규모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중형주와 소형주를 각각 평균 44억원과 2억원씩 순매수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율로 보면 대형주가 0.81, 중형주가 1.79, 소형주가 0.46으로 중형주에 상대적으로 매수가 몰렸음을 알 수 있다. 주가 상승률을 보면 대형주 지수가 36.0% 오르는 동안 중형주 지수는 91.0%로 거의 두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소형주 지수도 71.4%나 올랐다. 상대적으로 중형주와 소형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브릿지증권 강희원 연구원은 “대형주가 주도주로 나서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 증가가 수반돼야 하지만 아직 이런 조짐이 뚜렷하지는 않다”며 “최근 중소형주의 약진은 내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기관의 매수여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중소형주에 유리한 여건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시장 주도업종 가운데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주목할 것은 추천했다.

기관의 활약은 코스닥에서도 빛을 발했다. 기관은 올해 초 공격적인 코스닥 공략에 나서 지수를 515.04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4월에서 6월 중순 사이에 기관이 차익에 나서면서 빠졌던 지수는 6월 들어 기관이 다시 가세하면서 치솟기 시작해서 7월 들어 519.85까지 치솟기도 했다. 4월부터 뒤늦게 뛰어든 외국인이 6월 중순 이후 순매수 규모를 줄여온 것과 대조되는 모습니다. 특히 기관은 NHN 등의 인터넷주를 비롯해 홈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등 내수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만큼 공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펀드의 수익률도 놀랍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15.3%에 이른 것을 비
롯해 주식 관련 펀드가 모두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리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는 상반기에만 무려 65.6%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채권형 펀드는 1분기에 0.04%, 2분기에 0.85%라는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0을 넘어 안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바야흐로 본격적인 주식 수익률 게임이 시작됐다는 긍정적인 기대도 많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올해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세계적으로도 눈에 띄게 높다. 특히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8.9%나 올라 세계시장 1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의 뒤를 이어 헝가리(26.1%), 오스트리아(22.8%) 등이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는 12.0%로 8위를 기록했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영국 등은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고 중국 상하이 지수는 14.3%나 하락했다. 우리나라 증권거래소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13위를 기록, 지난해보다 두단계나 뛰어오르기도 했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10위를 차지했다.

주가 변동성이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증권선물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가 변동성은 1.0으로 2000년의 2.86이나 2003년의 1.63, 지난해 1.48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주가 변동성이 줄어들었다는 건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종합주가지수 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성이 지난해 2.22에서 올해 1.38로 줄어든 것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을 제외한 19개 종목의 주가변동성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간접투자가 활성화되고 외국인 비중이 늘어나면서 장기투자의 기반이 확충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 “대량매매제도가 개선되면서 시간외 시장을 이용한 대량주문이 늘어난 것도 변동성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시장의 변동성은 아직 해외 주요 시장에 견주면 꽤나 높은 수준이다. 뉴욕은 0.70, 런던이 0.51, 동경이 0.76, 홍콩이 0.67 정도다. 삼성전자만 해도 변동성이 지난해 2.22, 올해는 1.37에 이른다.

장기 간접투자의 확산과 풍부한 유동성, 변동성의 축소는 우리 시장이 체질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징후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의 시장진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강력히 천명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직접투자 5천억원을 비롯해 위탁투자 4조원을 포함, 총 1조5천억원, 내년에는 2조1천억원을 주식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퇴직연금까지 가세하면 하반기에는 기관이 주도하는 강력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기관이 단기 차익실현에 나서거나 환율과 금리 등 여러 변수가 많지만 하반기 증시 전망은 그 어느때 보다도 밝다. 서울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에 관심을 갖되 단기 조정 이후 상승을 노린 저점 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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